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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내가 날 부를 때' [제이씨엔터웍스·영화특별시SMC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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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내가 날 부를 때' [제이씨엔터웍스·영화특별시SMC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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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내가 날 부를 때' [제이씨엔터웍스·영화특별시SMC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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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내가 날 부를 때' [제이씨엔터웍스·영화특별시SMC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돌봄의 책임을 떠맡은 누나들의 이야기…영화 '내가 날 부를 때'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밉진 않지만, 희생하고 싶지는 않아요."
중국판 '82년생 김지영'이라고 불리는 영화 '내가 날 부를 때'는 딸로 태어난 여성들이 경험해야 했던 차별과 보이지 않는 억압을 안란이란 인물을 통해 섬세하게 들춰낸다.
영화는 집에서 나와 홀로 살아가던 안란이 부모님의 교통사고로 어린 남동생을 떠맡게 되면서 마주한 인생의 갈림길을 따라간다.
안란은 평생 몇 번 본 적 없는 남동생을 돌보기 위해 오랫동안 꿈꿔온 베이징 대학원 진학을 포기할 수 없다. 친척들과 세상 사람들은 '누나의 희생은 당연한 것'이라며 남동생을 입양 보내려는 안란을 손가락질하지만, 안란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게다가 남동생 안쯔헝은 순하지만도 않다. 아침 식탁에는 고기만두를 달라며 소리를 빽빽 지르고, 길거리에서도 울며불며 생떼를 쓴다. 잠시 같이 살게 된 두 사람은 영락없는 남매의 모습으로 서로를 죽일 것처럼 싸우다가도 누군가 아플 때는 돌봐주며 함께 자라지 못했던 시간의 공백을 메운다.
안쯔헝에 대한 감정이 생겨나면서 안란의 확고하던 마음도 흔들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베이징 유학은 안란에게 단순한 꿈이 아니다. 자녀를 한 명만 낳을 수 있었던 시절 아들을 얻기 위해 자신에게 장애가 있다고 거짓말을 하던 부모에게 받은 상처, 여자이기에 의사가 아닌 간호사가 되도록 강요받은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다.
어린 딸 둘이 있는데도 산모의 생명보다 아들을 낳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산모의 남편에게 "네가 인간이냐"며 소리를 지르고, 간호사인 자신을 무시하는 의사에게 "간호사가 어때서"라고 반박하는 장면은 그동안 받아온 차별과 억압에 대한 저항이다.
이런 안란의 모습은 가족을 위해 한평생을 희생해온 고모의 삶과 대비되며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상을 반영한다. 고모는 남자 형제를 위해 학업, 꿈을 포기하고 그들의 삶을 돌보는 것이 당연했던 시대를 살아온 여성이다.
시종일관 안란에게 남동생에 대한 책임감을 강요하던 고모가 안란을 이해하게 된 순간 시대를 뛰어넘는 여성들의 연대감이 형성된다. 희생을 강요받아 온 앞선 세대에 위로를 건네고, 그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세대에 용기를 준다.
영화에는 중국의 산아 제한 정책 등이 녹아있지만, 중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남아선호사상의 잔재가 여전히 남아있고, 남녀차별로 인한 젠더 이슈가 사회 갈등이 되는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렇다고 영화가 상영시간 내내 무겁게 여성의 희생을 비판하고 양성평등을 부르짖는 것은 아니다.
안란과 안쯔헝이 티격태격하며 보여주는 남매 '케미'(케미스트리·궁합)는 때로는 웃기고 때로는 애잔한 감정들을 불러온다. 안쯔헝을 연기한 한국계 아역 배우 진야오위안(김요원)은 소리를 지르며 떼를 쓰다가도 아픈 누나를 위해 따뜻한 차를 타주는 귀여움으로 사랑스러운 매력을 뿜어낸다. 안란으로 분한 장즈펑은 무표정에 가까운 얼굴로 내면의 갈등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극을 이끈다.
영화는 지난 4월 중국에서 먼저 선보였으며 같은 시기에 개봉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고질라 vs. 콩'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흥행했다. 전작 '안녕, 소년'으로 상하이국제영화제, 하이난국제영화제 등에서 작품상을 받은 86년생 여성 감독 인뤄신의 두 번째 연출작이다. 오는 9일 개봉. 상영시간 127분.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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