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리리 작가 "아이들 고민의 뿌리는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죠"

General / 이은정 / 2022-05-08 08: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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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복이네 떡집' 시리즈 100만부 돌파…6권 '둥실이네 떡집' 펴내
"어린 시절 결핍 겪어…계속 아이들 친구 돼주는 작품 쓰고파"
▲ 누적판매 100만부 돌파 '만복이네 떡집' 시리즈 김리리 작가 [비룡소 제공]

▲ 6권까지 출간된 '만복이네 떡집' 시리즈 표지

▲ '둥실이네 떡집' 출간한 김리리 작가 [비룡소 제공]

▲ '둥실이네 떡집' 표지

김리리 작가 "아이들 고민의 뿌리는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죠"

'만복이네 떡집' 시리즈 100만부 돌파…6권 '둥실이네 떡집' 펴내

"어린 시절 결핍 겪어…계속 아이들 친구 돼주는 작품 쓰고파"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단행본으로 출간된 동화가 후속작을 내달라는 어린이 독자들 요청에 시리즈가 됐다. 전래동화에 판타지 요소, 어린이들 현실 고민이 리듬감 있는 문체에 담긴 김리리(48) 작가의 '만복이네 떡집' 시리즈다. 지난달 말 6권 '둥실이네 떡집'이 출간된 이 시리즈는 누적 판매 100만 부를 돌파했다.

최근 전화로 만난 김리리 작가는 "이야기를 끌어갈 수 있도록 사랑해준 아이들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공을 돌리며 "수치에 대한 감은 오지 않는데, 10년가량은 제가 쓰고 싶은 글에 집중할 시간을 번 것 같다"고 했다.

독자들 반응을 피부로 느낀 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학교와 도서관 등에 강연을 다니면서다.

김 작가는 "여학생 팬들은 예전에도 꽤 있었는데, 변화라면 남학생들이 열광적으로 반응하기 시작한 것"이라며 "남학생들이 (강연에 와서) 책을 시리즈로 소장하고 있다고 꺼내 보이는 모습에 실감이 좀 났다"고 웃었다.

1권 '만복이네 떡집'이 나온 건 2010년이다. 오랫동안 꾸준히 읽히던 이 책은 2018년 초등학교 3학년 1학기 국어 교과서에 실리면서 후속작 요청이 쏟아졌다.

김 작가는 어린이들 사랑에 보답하고자 10년 만인 2020년 2권 '장군이네 떡집'과 3권 '소원 떡집'을 동시에 선보였다. 지난해엔 4권 '양순이네 떡집'과 5권 '달콩이네 떡집'을 잇달아 냈다.

시리즈에는 각기 마음속에 고민이 있는 아이들이 등장한다. 나쁜 말과 행동을 해 친구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자존감이 낮고 내성적이거나, 이별의 아픔을 겪는 친구들이다. 아이들은 소원을 들어주는 신비한 떡집에서 떡을 먹으며 고민을 해결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보여준다. 용기가 용솟음치는 '용떡', 기운이 쑥쑥 나는 '쑥버무리', 고통이 사르르 사라지는 '약떡'까지 귀에 쏙쏙 박히는 떡이 등장한다.

김 작가는 "저도 어린 시절 간절함과 결핍이 많은 아이였다"며 "뒤늦게 간 대학에서 아동복지학을 공부하면서 아이들의 결핍에 관심을 가졌고, 이런 부분이 반영된 작품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책에 입문하는 친구들이 책과 멀어지지 않도록 재미를 가장 중요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떠올린 소재가 음식이다.

"우리 옛날이야기에도 '호랑이와 곶감',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 등 음식을 소재로 한 작품이 많아요. 음식은 오감을 자극하는 좋은 소재이고, 돌상과 고사상에 오르는 떡에는 복과 건강 등을 기원하는 좋은 의미가 있죠."

아이들은 책이 한 권씩 나올 때마다 '떡집 주인이 누굴까, 떡은 누가 만들까?', '왜 남자 주인공만 등장할까?' 같은 궁금증을 내놓았고 작가도 이야기에 변주를 주기 시작했다.

처음엔 삼신할머니가 아이들을 위한 떡을 만들어줬다면, 3권부터는 간절한 바람으로 사람이 된 생쥐인 꼬랑쥐가 이 역할을 한다. 꼬랑쥐는 처음엔 떡을 배달하다가 점차 떡을 만들기 시작한다. 또 양순이, 여울이 등 여자아이들이 점차 주인공이 됐고, 아이들 이름에 따라 바뀌던 떡집 간판에 반려동물 이름이 등장했다.

김 작가는 "시리즈가 아니었으니, 처음부터 세계관을 다 구축했던 건 아니다"라며 "아이들의 고민을 잘 담고 있는지 거듭 생각하며 아이들과 같이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에게 소원 떡을 만들고 나눠주는 꼬랑쥐는 작가의 분신이다.

"꼬랑쥐가 아이들 고민을 들어주며 맞는 떡을 배달해주듯이, 저도 현장에서 아이들 고민을 들으며 맞는 떡이 뭘지 고민하고, 더 많은 떡을 나누려 하거든요. 제 간절함이 투영된 등장인물이 꼬랑쥐죠."

최근 낸 6권 '둥실이네 떡집'에는 큰 병에 걸린 반려묘 둥실이를 떠나보내야 하는 여울이의 고민과 소망이 담겼다. 전작인 5권 '달콩이네 떡집'에서 봉구와 유기견 달콩이의 만남을 그렸다면, 이번엔 아이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이별을 테마로 정했다.

김 작가는 "5·6권을 쓸 때는 코로나19 상황이었는데, 반려동물을 키우는 아이들이 많았다"며 "인연으로 맺어지는 반려동물과의 이별은 이야기가 무거워 6권은 많이 수정해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이들의 고민은 무척 다양하지만 "친구를 사귀고 싶어도 방법을 모르는 아이, 동생처럼 부모님께 사랑받고 싶은 아이 모두 그 뿌리는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 우리 인간의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이들 고민을 이해하고 공감하려던 초심을 늘 생각한다"며 교훈을 주려는 작품은 쓰지 않으려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교훈을 주려는 어른의 욕망이 담기면, 자꾸 설명하고 문장에 멋을 부리면서 이야기가 재미없어지죠. 앞으로도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주고, 편이 되어주는 작품을 쓰고 싶어요."

국내에서 어린이 뮤지컬로도 제작된 이 시리즈는 대만과 중국에서 3권까지 번역 출간될 예정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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