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honey] '억겁 세월' 땅과 물…변산반도를 즐기는 법

K-TRAVEL / 성연재 / 2026-04-01 08: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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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무와 함께 석양을 즐길 수 있는 고사포 야영장 워케이션 센터 [사진/성연재 기자]

▲ 산수유꽃 핀 내소사 [사진/성연재 기자]

▲ 층층이 쌓인 채석강 배경으로 서 있는 연인의 모습 [사진/성연재 기자]

▲ 부암호와 직소천 여영장 [사진/성연재 기자]

▲ 고사포 야영장 일몰 [사진/성연재 기자]

▲ 풍광과 시설이 우수해 늘 만실 행렬인 생태탐방원 [사진/성연재 기자]

▲ 해설사의 안내로 적벽강을 살펴보는 탐방객들 [사진/성연재 기자]

[여행honey] '억겁 세월' 땅과 물…변산반도를 즐기는 법

(부안=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변산반도국립공원은 내변산의 깊은 숲과 바위 골짜기, 외변산의 아늑한 해안 풍경이 함께 어우러진 곳이다.

이런 매력 덕분에 국립공원공단 탐방원은 예약이 몇분 만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다. 야영장 수요 또한 높다. 변산을 제대로 즐기려면 하루쯤 머물며 천천히 둘러보는 편이 좋다.

◇ 변산반도 그리고 아름다운 내소사·개암사

변산반도국립공원은 전북 부안 서해안을 대표하는 국립공원이다. 1971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뒤 1988년 국립공원으로 승격됐다. 서해를 따라 이어지는 해안 절경과 깊은 산세가 한데 어우러진 풍광이 특히 인상적이다.

변산은 최고봉 의상봉을 중심으로 여러 봉우리가 이어진 산군이다. 안쪽의 깊은 산세를 품은 내변산과 바다를 향해 열린 외변산으로 나뉜다. 채석강과 적벽강이 있는 외변산이 널리 알려졌지만, 고요한 숲길과 사찰이 어우러진 내변산은 또 다른 매력을 품고 있다.

변산반도 탐방안내소 앞에 서면 왼편으로 채석강, 오른편으로 적벽강이 펼쳐진다. 층층이 쌓인 채석강의 바위를 배경으로 젊은 연인이 휴대전화 화면을 들여다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잠시 머무는 인간의 시간과 약 1억 년에 걸쳐 쌓인 웅장한 퇴적과 침식의 흔적이 한 장면 안에서 선명하게 대비됐다.

오랜만에 찾은 내소사에서는 대웅전 꽃살문이 잘 있는지가 궁금했다. 섬세하게 짜인 나무 문양은 단아했고, 긴 세월을 견디며 제자리를 지켜 온 모습은 아름다움과 함께 깊은 울림을 전했다. 내변산 숲과 사찰이 주는 고요함은 이곳에서 더욱 또렷해졌다.

그 여운을 안고 찾은 개암사는 또 다른 분위기로 다가왔다. 사찰 뒤로는 병풍처럼 둘러선 바위산이 서 있었고, 때맞춰 핀 매화가 절집의 운치를 더했다. 대웅전 위 닫집에는 여러 마리의 용이 불상을 향해 몸을 틀고 새겨져 있었다. 빛이 바랜 용 조각은 마치 불상을 지키는 수호신처럼 보였다. 임진왜란 이후 불탄 사찰을 다시 세우는 과정에서 여러 장인이 오가며 불상과 불전을 복원했고, 개암사 불상에도 그 손길이 깃들어 있다고 전해진다.

◇ 비경 속 탄생한 명품 직소천야영장

수년 전 샌프란시스코 방문 시 하루를 쪼개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찾은 적이 있다. 세계적인 국립공원 한복판의 핵심 숙박시설이 고급 호텔이 아니라 캠핑장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예약 경쟁이 워낙 치열해 6개월 전 모든 야영장의 예약이 끝나는 곳이 요세미티 국립공원이다. 그러나 밤새 홈페이지의 새로고침 버튼을 누른 끝에 운 좋게 취소된 자리를 잡아 캠핑한 기억이 있다.

내변산 직소폭포 자락 아래 들어서게 될 직소천자동차야영장을 미리 찾았다. 기암괴석이 둘러싼 이 야영장은 요세미티 '어퍼 파인' 캠핑장을 떠올리게 할 만큼 운치가 있었다. 오는 5월 1일 개장하는 야영장은 약 5만㎡ 규모로, 자동차 야영지 43동, 하우스형 26동, 복합 영지 11동 등 모두 80동으로 구성됐다. 널찍한 텐트 자리와 함께 한옥 느낌의 모빌홈형 시설도 갖췄다. 내부는 웬만한 펜션 못지않게 정돈돼 있고, 일부 객실에는 어린이를 위한 미끄럼틀도 설치돼 있다.

야영장 바로 위로는 부안호가 놓여 있고, 주변에는 기암괴석과 숲이 어우러져 내변산 특유의 깊은 풍광을 만든다. 이 야영장은 숲과 계곡, 암자와 사찰이 이어지는 내변산 체류의 거점이 될 만한 곳으로 느껴졌다.

◇ 해변과 솔숲, 그리고 워케이션까지…고사포야영장

15년 전쯤 변산반도국립공원 고사포야영장을 찾은 기억이 있다. 그때는 자연 속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거친 야영장에 가까웠다. 당시에는 캠핑 인프라도 지금처럼 갖춰지지 않아, 한겨울 야영의 기억 역시 만만치 않았다. 한 야영객이 화장실 콘센트에 전기를 연결했다가 국립공원 레인저의 제지를 받는 모습을 본 일도 있었다. 그 시절 야영장은 자연 속 불편을 감수하는 공간에 가까웠다.

최근 다시 찾은 고사포야영장은 예전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전체 162동 규모로 자동차 야영지와 하우스형 시설을 함께 운영해 텐트를 직접 치는 전통적인 캠핑은 물론, 보다 편안한 숙박을 원하는 가족 단위 방문객도 이용할 수 있다. 안내센터와 화장실, 취사장, 샤워장, 개수대 같은 기본 시설에 '워케이션 센터'와 숲 체험시설까지 더해지면서 단순한 야영장을 넘어 체류형 거점의 성격을 갖추게 됐다.

특히 워케이션 센터는 달라진 고사포야영장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탁 트인 해변을 바라보며 업무를 볼 수 있는 개인 공간이 마련돼 있어 국립공원 안에서도 일과 휴식을 함께 꾸릴 수 있다. 숯불 바비큐를 즐기는 가족과 노을이 인상적이었다. 워케이션 센터 내부에서는 휴대전화로 업무를 보는 이용객의 모습도 보였다. 변산반도국립공원은 고사포야영장이 바다와 숲, 휴식과 업무가 조화를 이루는 국립공원형 워케이션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하고 있다.

◇ 국립공원공단도 어쩔 수 없는 생태탐방원의 인기

고사포해변 인근에 자리한 변산반도생태탐방원은 오래전부터 한 번 머물러 보고 싶었던 곳이다. 예약 경쟁이 워낙 치열해 번번이 기회를 놓쳤는데, 이번에는 직접 현장을 둘러보며 객실과 시설을 살펴볼 수 있었다. 이곳은 단순한 숙소라는 느낌보다 변산의 자연을 보다 깊고 편안하게 체험하도록 만든 체류형 탐방 거점 같은 느낌을 줬다.

지난 2023년 7월 문을 연 탐방원은 고사포와 격포를 잇는 길목에 자리한다. 바다와 숲, 숙소와 탐방 동선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가 인상적이었다. 내부에는 교육과 체류 기능이 함께 들어서 있어 생태탐방원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성격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풍광이 압도적이다. 탁 트인 변산 해변이 한눈에 들어왔고, 상쾌한 바닷바람이 가슴을 시원하게 해줬다. 이곳은 외국인 대상 생태관광 프로그램과 지역 연계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어 단순한 숙박시설에 머물지 않는다.

무엇보다 궁금했던 것은 객실이었다. 예약이 어려운 곳일수록 실제 공간이 어떨지 더 궁금해지기 마련인데, 직접 본 객실은 예상보다 훨씬 단정하고 실용적이었다. 가족 단위 여행객부터 소규모 여행자까지 두루 머물 수 있게 꾸며져 있었고, 공용공간도 깔끔하게 정돈돼 있었다. 공공 숙소라는 선입견과 달리 전체적으로 쾌적한 인상이 강했다.

이날 오후 현장에서 주대영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을 만났다. 그는 "탐방원의 인기가 너무 높아 탐방원 조성 당시 도움이 됐던 분을 모시려고 했는데 결국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예약 경쟁이 치열한 이유를 현장에서 실감할 수 있었다.

◇ 지질 경관 체험 프로그램 가동

변산반도국립공원은 부안군과 함께 올해 '노을에 물드는 지질여행' 프로그램을 마련해 총 11차례 진행한다. 봄에는 내변산을 걸으며 산악 트레킹을 즐기고 해수 찜 체험을 할 수 있다. 초여름에는 오디 수확 체험과 채석강 트레킹이 이어진다. 여름철에는 서해안 갯벌을 체험하고 적벽강 일대에서 밤마실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서해안의 지질 경관과 지역 체험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한 일정이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6년 4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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