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 빌뇌브 감독 "영화는 원작에 보내는 연서"

K-DRAMA&FILM / 한미희 / 2021-09-02 07: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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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허버트 소설 원작 SF…"여성성 전면에 내세워"
베네치아국제영화제서 월드 프리미어…내달 국내 개봉
▲ 영화 '듄' [워너브러더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드니 빌뇌브 감독 [AP=연합뉴스]

▲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듄' 빌뇌브 감독 "영화는 원작에 보내는 연서"

프랭크 허버트 소설 원작 SF…"여성성 전면에 내세워"

베네치아국제영화제서 월드 프리미어…내달 국내 개봉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1965년 나온 프랭크 허버트의 소설 '듄'은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SF 고전이다. 올해 초 국내서 새로 번역 출간된 6권 시리즈의 분량은 4천300여 쪽에 달한다.

이 대작을 처음 영화로 만들겠다고 나선 칠레 출신의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감독은 상영 시간 16시간에 대한 주장을 굽히지 않다가 결국 기획이 무산됐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중도 사임하고 데이비드 린치가 연출을 맡은 영화가 우여곡절 끝에 1984년 세상에 나왔으나 136분 분량으로 압축된 영화는 무성한 뒷말과 아쉬움을 남겼다.

'컨택트'(2016), '블레이드 러너 2049'(2017)를 만든 드니 빌뇌브 감독이 내놓는 2021년 판 '듄'은 지난해 말 공개될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 개봉을 미루다 올해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이게 됐다.

영화제 공개에 앞서 세계 매체들과 가진 온라인 인터뷰에서 빌뇌브 감독은 이 거대한 이야기를 영화화하는 데 "당연히 두려움도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외부에서 오는 부담감은 일단 접어두고 이전에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했는지 등은 신경 쓰지 않고 완전히 작품에만 집중했다"고 했다.

"내가 이걸 처음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계속 가지려고 했어요. 영화사 전체를 신경 쓰다가 결국 아무것도 못 할 테니까요. 저는 영화를 만들지 않을 때는 두려움이 많아요. 작품과 작품 사이에는 '난 왜 이럴까?', '왜 이걸 할까?' 이런 생각을 끝도 없이 하지만, 일단 작품에 들어가면 두려움은 그냥 지나칩니다. 그때는 두려움 따위를 느끼고 있을 여력이 없어요. 40도 가까이 되는 사막에서 수백 명을 이끌고 있으면서 뭔가를 두려워하고 있을 순 없는 일이니까요."

영화는 1만191년,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후계자이자 시공을 초월한 존재로 전 우주를 구원할 운명을 타고난 폴(티모테 샬라메 분)의 이야기다. 폴과 아트레이데스 가문은 인류의 생존을 결정지을 신성한 환각제 스파이스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모래 행성 아라키스로 향한다.

2부작으로 기획된 영화 중 1부작에 해당하는 이번 영화는 3시간 분량이다.

빌뇌브 감독은 10대 때 원작 소설을 처음 읽었고, "오랜 시간 동안 가슴에 품고 있던 동반자이자 경전"이라고 했다.

앞선 감독들이 실패를 거듭했던 거대한 이야기를 영화화하기로 하면서 "원작의 정수를 유지하는 것이 최우선이었고, 소설의 복잡함을 최대한 단순하게 표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원작의 서사시를 최대한 느린 템포로 표현하고 소설의 모든 요소를 다 포용하고 포함하고 싶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습니다. 소설을 읽지 않은 관객들이 이해하지 못하거나 소외감을 느끼는 일이 없는, 책의 최종판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죠."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여자들'이라고 했다.

감독은 "원작 소설의 가장 독특하고 강력하며 완벽한 요소라고 생각한 것 중 하나는 베네 게세리트의 여성들과 레이디 제시카라는 멋진 인물이었다"며 "그가 짊어진 부담과 그의 품위를 전면에 내세우고 싶었다"고 했다.

베네 게세리트는 최상의 유전자 교배를 통해 초능력을 지닌 여성들의 학교이자 학파로, 폴의 어머니 레이디 제시카도 베네 게세리트 훈련을 받았다.

"이 영화는 물론 폴의 시점에서 보이는 것이지만, 그의 어머니도 영화의 여정에서 폴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하길 바랐습니다. 영화는 이 둘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고, 그게 이 영화의 미학이기도 하죠. 그래서 이 중요한 여성성을 포용하고, 강화하고, 전면에 내세우려고 노력했습니다."

하반기 최대 기대작 중 하나로 꼽히는 '듄'은 현재 열리고 있는 제78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프리미어 상영을 한 뒤 내달 국내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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