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데뷔작으로 부산국제영화제 2관왕…"인물 내면 파고들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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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욱 감독 [싸이더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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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좋은 사람' [싸이더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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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좋은 사람' [싸이더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좋은 사람' 정욱 감독 "선택의 순간들에 질문 던지고 싶었죠"
장편 데뷔작으로 부산국제영화제 2관왕…"인물 내면 파고들고파"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좋은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최근 화상 인터뷰로 만난 정욱(34) 감독은 장편 데뷔작 '좋은 사람'을 질문을 던지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나쁜 뉴스들을 접하면서 '나는 과연 다를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작품이라고 전했다.
영화는 고등학교 교사 경석(김태훈)이 학교에서 벌어진 지갑 도난 사건과 딸의 교통사고의 범인으로 지목된 학생 세익(이효제)에 대한 의심과 믿음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 이야기다.
경석은 사실 정 감독 자신에게 있는 단점들을 조금씩 끌어와서 만든 인물이라고 했다. 경석이 가진 여러 모습의 하나를 꼽자면 '비겁함'이다. 영화를 곱씹어보면 선한 사람처럼 보이는 경석은 사실 선생님, 남편, 아빠로서 최선을 다한 인물은 아니다. 아내와는 떨어져 살고, 술 문제도 있다. 반 아이들이나 딸에게도 시종일관 방어적이다.
정 감독은 "경석은 실패의 경험이 있는 연약한 사람"이라며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의 행동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과연 선한 행동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경석은 항상 선택하는 입장이에요. 선택의 순간들에 이게 옳은 선택인지 질문을 던지고 싶었어요. 지갑 도난 사건에서 자기 돈으로 사건을 무마시키려는 행동은 과연 옳은 선택이었는지, 딸에게 사고가 난 뒤 전 와이프에게 모든 걸 솔직하게 말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지, 세익과의 관계에서 끝까지 믿음을 가졌으면 어땠을지. 관객들이 함께 생각해봤으면 해요."
사실 경석이 처한 상황은 꽤 복잡하다. 진실과 거짓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는 현실에서는 어떤 것이 올바른 결정인지 알기 쉽지 않다.
정 감독은 자신이 경석이었어도 비슷한 선택을 했을 것이라고 전하며, 그런 선택에는 '이성을 가장한 방관'이 깔려있다고 했다. 모든 것을 좋게만 해결하려 했던 경석의 안일함이 사건들을 얽히고 꼬이게 하는 데 일조했다는 것이다.
그는 "경석은 옳은 결정을 위해 이성적인 판단을 하려고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이 모든 것에게서 떨어져 나오고 싶어하는 태도가 자리 잡고 있다"며 "진지하게 개입하기보다는 도망치고 싶은 마음. 사실 이게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경석은 점점 무너져 내리며 다른 사람의 눈에 좋은 사람으로 비치는 행동이 아닌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행동들로 나아간다. 그것이 옳은 선택인지에 대한 판단은 관객들의 몫이지만, 적어도 경석이 비겁함에서 벗어난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정 감독은 앞서 시사회 직후 가진 무대 인사에서 "갑자기 찾아온 비극 앞에서 모두를 만족시킬만한 좋은 사람이 되기는 힘든 일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좋은 사람'이라는 단어 자체에 다른 사람의 판단이 들어가잖아요. 다른 사람의 기준에 맞추는 게 좋은 사람은 아닌데 말이죠. 내 기준에서 행동하고, 헤쳐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경석도 본인이 원하는 게 어떤 건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오는 9일 개봉하는 영화는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CGV아트하우스상, 한국영화감독조합상-메가박스상을 받았다.
정 감독은 아직 차기작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번 작품처럼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들의 내면을 파고들어 이를 비틀어보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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