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카탈루냐 지방 배경…가족의 의미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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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알카라스의 여름' [영화사 진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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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알카라스의 여름' [영화사 진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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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알카라스의 여름' [영화사 진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전통농업의 예고된 죽음, 그 앞에서…영화 '알카라스의 여름'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 배경…가족의 의미 성찰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스페인 카탈루냐의 작은 마을 알카라스. 3대가 함께 살아가며 복숭아 농사를 지어온 솔레 가족은 땅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다.
가문의 수장 로헬리오(요셉 아바드 분)에게 토지 계약서가 없기 때문이다. 스페인 내전 당시 피뇰 가족의 목숨을 구해준 대가로 땅을 받은 그는 계약서를 쓰진 않았지만 피뇰과 약속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땅 주인이 된 피뇰의 아들은 '여름이 끝날 때까지 떠나야 한다'는 내용이 적힌 명령문을 보내며 이들 가족을 평생 일궈온 땅에서 쫓아내려 한다.
이곳에 남을 수 있는 조건은 복숭아 나무를 밀어낸 자리에 설치될 태양광 전지판을 관리하는 것. 로헬리오의 아들이자 솔레 가족의 가장인 키메트(조르디 푸홀 돌체트)는 "난 농부지 잡역부가 아니다"라며 제안을 거절한다.
화목했던 솔레 가족은 땅을 비워줘야 할 시간이 다가오면서 조금씩 분열한다. 이 땅에서 농사를 짓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키메트와 쫓겨나지 않으려면 땅 주인의 제안을 수용해야 한다는 동생 나티(몽세 오로) 부부가 갈등하면서다.
이들을 중재하기 위해 바르셀로나에서 사는 동생 글로리아(베르타 피포)가 알카라스로 오지만 일은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 나티의 이야기를 들어보라는 글로리아에게 키메트는 결국 화를 내고, 글로리아가 다시 바르셀로나로 돌아가면서 솔레 가족은 서로에게 생채기를 낸다.
제72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작 '알카라스의 여름'은 알카라스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는 솔레 가족이 삶의 터전을 빼앗길 위기에 놓이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난 내 목소리를 뽐내려 노래하지 않아요. 난 내 땅을 위해 노래해요. 단단한 땅 나의 사랑" 극 중 로헬리오가 손녀 이리스(아이네트 주누)와 함께 부르는 이 노래의 가사처럼 솔레 가족은 전통 농업의 '예고된 죽음' 앞에서 저항하고 자리를 지키고자 한다.
영화는 포클레인에 힘없이 짓밟히는 복숭아 농장과 솔레 가족을 통해 쇠퇴하는 전통 농업, 그 속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는 농업 종사자들의 모습을 조명하며 향수를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농사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일평생 농장을 일궈온 로헬리오, 아버지의 뒤를 이어 농장을 가꿔온 키메트와 나티, 가끔은 철없는 행동을 보이지만 가족에게 보탬이 되고 싶어하는 10대들과 흙먼지를 잔뜩 뒤집어쓰며 뛰어노는 순수한 어린아이들까지. 솔레 가족의 3대 구성원 모두의 이야기를 적절하게 담아내 가족의 의미도 조명해냈다.
극 중 역할과 비슷한 배경을 가진 이들을 캐스팅하기 위해 감독이 직접 카탈루냐 지역의 행사와 축제를 찾아다닌 끝에 완성된 출연진은 전문 배우 못지않은 연기로 잔잔한 울림을 선사한다.
연출을 맡은 카를라 시몬 감독은 "누구에게나 가족이 있고 모든 나라에 농업이 있다. 이것은 보편적인 주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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