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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밴드 글렌체크 [EM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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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렌체크 정규 3집 '블리치' 재킷 이미지 [EM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글렌체크 "하고 싶은 것 해야 후회 없더라…음악적 표백 했죠"
정규 3집 '블리치' 발표…"앨범 구성 없애고 순서 상관없이 만들어"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예전엔 앨범을 구상할 때 글처럼 서론, 본론, 결론으로 나눠 '여기엔 이게 들어가고'라는 식으로 짰는데, 이번에는 13곡을 순서 상관없이 만들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번엔 이게 잘 먹혔죠." (김준원)
2인조 밴드 글렌체크는 14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이번 음반은 구성을 없애는 것이 목표였다"며 "음악적인 면에서 '탈색' 또는 '표백'을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음반명을 '블리치'(Bleach)로 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2011년 미니음반 '디스코 엘리베이터'(Disco Elevator)로 데뷔한 이들은 2014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댄스 일렉트로닉 음반상을 받는 등 음악적으로나 대중적으로나 명성을 얻으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잇따른 성공이 부담을 불러온 것일까. 평가를 의식한 나머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면서 새 음반을 준비하는 작업은 고되기만 했다. 이들은 결국 음반명처럼 욕심을 표백해 버리고 글렌체크 본연의 모습으로, 하고 싶은 음악을 마음 편히 하자는 결론에 도달했단다.
김준원은 "음악적 고민을 너무 많이 하다 보니 결국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후회가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생각이 과해지면 독이 되니 원하는 대로 살면 행복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강혁준도 "앨범을 낼 때마다 항상 앨범 전체를 먼저 구상하고 전체적인 콘셉트를 중요시했는데, 이번에는 오히려 그런 고민 탓에 작업이 막히게 되더라"며 "이번 음반은 그동안의 글렌체크를 싹 정리하는 앨범이 됐다"고 되짚었다.
이들은 한때 명성을 얻으면서 유명 TV 프로그램 섭외도 곧잘 들어왔지만, 고민 끝에 고사했다. 이 과정에서 이전 소속사와 적잖이 의견이 부딪히기도 했다.
"항상 음반을 낼 때마다 이전보다 더 대단한 것을 내놔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대단하다'의 기준이 사실 없는 것인데, 그 기준을 찾으려고 하다 보니 힘들어진 거죠. 사람들이 우리를 좋아하기 시작할 무렵에 방송에 나가버리면, 그 이미지로 죽 가야 할 것 같아 내적 갈등이 생기게 된 거예요." (김준원)
이번 정규 3집에는 타이틀곡 '신스'(Sins)뿐만 아니라 일렉트로니카 장르의 '레이빙'(Raving), 록 넘버 '다이브 베이비, 다이브'(Dive Baby, Dive), 아르앤드비 '블리스'(Bliss) 등 13곡이 빼곡하게 담겼다.
강혁준은 "우리가 여태껏 해왔던 음악적 스펙트럼을 한 번씩 짚어가면서 새로운 스타일도 시도해 본 음반"이라고 짚었다.
타이틀곡 '신스'는 글렌체크 특유의 중독성 있는 멜로디로 듣기에 어렵지 않으면서도 흥을 불러일으킨다. '너는 내 죄를 숨기게 만든다'(You make me hide my sins)라는 독특한 가사가 인상적이다.
김준원은 "이 노래는 죄 자체에 대한 이야기"라며 "누군가를 너무 좋아하게 되면 죄를 저질러도 그게 잘못인지도 모르게 되는 정신상태가 되는데, 그런 감정 상태를 상상해서 만든 노래"라고 소개했다.
강혁준은 "우리는 노래는 슬픈데 가사에는 유머가 담겨 있다든가 하는 그러한 대조를 좋아한다"고 거들었다.
글렌체크는 지난해 12월 가요계에서는 선도적으로 NFT(대체불가능토큰)를 내놔 주목받기도 했다. 7가지 죄악을 콘셉트로 '화이트 래빗'(White Rabbit) 캐릭터를 담은 작품들이다.
마치 '명반' 같은 느낌을 낼 수 있는 음반 재킷 속 캐릭터를 구상하다가 '화이트 래빗'이 나왔고, 소속사도 NFT 사업을 구상하던 중 상황이 맞아떨어져 출시하게 됐다.
그러고 보면 '화이트 래빗'은 2017년 내놓은 미니음반 '더 글렌체크 익스피리언스'(The Glen Check Experience) 수록곡 '팔로우 더 화이트 래빗'(Follow The White Rabbit)을 떠올리게 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는 흰 토끼를 따라가다가 구멍에 빠지죠. 누군가를 따라가다 보니 생긴 일이란 말이죠. 우리는 진로에 대해 고민할 때는 '느낌'을 따라가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김준원)
음악적 고민 끝에 '느낌'을 좇기로 한 자신들의 상황이 흰 토끼를 따라간 앨리스와 비슷하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긴 고민과 그에 대한 결론을 '화이트 래빗'이라는 캐릭터 하나로 간결하게 표현해냈다.
데뷔 이래 영어로 된 가사를 쓰는 이들의 전통은 이번 3집에서도 이어졌다. 그래서인지 마치 '무국적 팝'과 같은 글렌체크 음악의 매력은 여전히 강력하다.
"저희가 지금까지 들어온 노래들이 주로 팝이어서 가사를 쓸 때도 영어가 자연스럽게 느껴졌을 뿐이에요. 앞으로 한글 가사를 쓸 수도 있어요. 무조건 영어로 써야 한다는 강박이나 규칙은 없답니다. 하하." (강혁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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