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미술관 '오류를 거니는 산책자'…작가 12人 디지털시대 왜곡 탐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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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류를 거니는 산책자' 전시 전경 [서울대학교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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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태원 작 '그랜드 캣 맨' [서울대학교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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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천수 작가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29일 서울대학교미술관에서 열린 '오류를 거니는 산책자'에서 김천수 작가가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6.1.30. laecorp@yna.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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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은솔 작 '개똥벌레' 中 [서울대학교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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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류를 거니는 산책자' 전시 전경 [서울대학교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디지털 세계서 포착한 오류와 균열들, 작품으로 재창조하다
서울대미술관 '오류를 거니는 산책자'…작가 12人 디지털시대 왜곡 탐색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철학자 발터 벤야민은 주저 '아케이드 프로젝트'에서 19세기 도시를 거니는 '산책자'를 제시했다. 산책자는 목적 없이 걷는 존재가 아니라 도시를 관찰하고 사고하며 자본주의의 허상을 비판하는 인물이다.
서울대학교미술관에서 29일부터 시작된 기획전 '오류를 거니는 산책자'는 가상과 현실이 뒤섞인 21세기 디지털 세계를 거닐며 기술 이면에 숨겨진 사회적 오류와 균열을 포착한 작가 12명의 작품을 소개한다.
작가들은 디지털 시대가 야기한 왜곡과 불안, 소외의 징후들을 예술적 언어로 풀어냈다.
작가 안태원과 방소윤은 디지털 프로그램과 인공지능(AI)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포착한 작품을 선보인다.
안태원은 이미지를 편집하기 위해 디지털 프로그램을 사용했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를 드러냈다. '그랜드 캣 맨'은 고양이를 탄 남성을 표현한 그림인데, 컴퓨터 프로그램의 오류로 고양이의 발과 남자의 발이 뒤바뀌어 있다.
전시장에서 만난 안태원은 "기계인 너도 완벽하지 않다는 마음으로 프로그램의 오류를 집요하게 조명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방소윤의 작품은 인공지능(AI)의 오류를 짚었다. 그는 탈을 쓴 인물의 이미지를 AI에 해석시키고 재해석하라 했지만, AI는 탈과 인간의 피부를 구분하지 못하고 경계를 지워냈다. 그 결과 탈에 있던 돌기와 매끈한 질감이 인간 피부 전체로 뒤덮어 인간도 동물도 기계도 아닌 생명체를 만들어냈다.
작가 김천수의 연작 '로우 컷'은 디지털카메라의 '젤로 효과'(피사체가 젤리처럼 늘어나거나 구부러져 보이는 현상)를 활용한 작품이다.
고해상도 카메라의 이미지 센서는 단위 면적당 처리해야 할 정보량이 많아 이미지를 읽는 데 시간이 걸리는데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카메라가 움직이면 화면이 젤리처럼 왜곡된다.
김천수는 재건축된 고층 아파트들에 '젤로 효과'가 생기도록 왜곡해 찍었다.
그는 "작은 카메라에 너무 밀도 높은 정보량을 투입하다 보니 왜곡이 생기는 것처럼 좁은 땅에 밀도를 높이는 재건축 아파트에도 이런 왜곡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가 이은솔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해킹당한 경험을 작품으로 이어가고 있다. 어느 날 SNS를 해킹당한 이은솔은 해킹범을 모티브로 한 킴벌리라는 가상의 정체성을 만들고, 이를 관리하는 매니저 역할을 자처한다. 킴벌리는 이은솔의 작품 속에서 생명을 이어간다.
이번 전시 출품작인 영상작품 '개똥벌레'는 킴벌리가 디지털 부동산 사기를 당하는 인물로 나온다. 킴벌리는 가상 세계의 인물이기 때문에 몸은 없고 머리만 떠다닌다. 취약하고 불안한 킴벌리는 근근이 삶을 이어가는 현실의 도시인을 상징한다.
이 외에도 김보원과 윤소린, 김웅현, 신정균, 유장우, 이영욱, 정성진, 한지형 작가가 디지털 시대의 오류들을 작품으로 풀어냈다.
심상용 서울대학교미술관장은 "완벽을 향해 달려가는 디지털 시대에 오류는 제거해야 할 결함이 아니라, 미지로 안내하는 관문이며, 허구와 환상으로 그린 장밋빛 미래를 의심하게 만드는 예기치 않은 틈"이라고 해석했다.
전시는 3월 2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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