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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줄리아의 인생극장 [해피송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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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줄리아의 인생극장 [해피송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우연으로 갈리는 인생의 신비…영화 '줄리아의 인생극장'
한 여자의 네 가지 인생 궤적…혼자 소화해낸 루 드 라쥬 연기력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먼 훗날 어디선가 나는 한숨지으며 이야기할 것입니다…사람들이 덜 다닌 길을 택했다고./그리고 그것이 모든 것을 바꾸어놓았다고."
로버트 프로스트가 유명한 시 '가지 않은 길'에서 노래했듯 인생이라고 하는 건 한 번의 선택으로 모든 게 달라질 수 있다.
그러기에 누구나 한 번쯤은 '그때 다른 길로 갔더라면' 하는 생각에 젖어봤을 것이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올리비에 트레네 감독의 '줄리아의 인생극장'은 이런 생각을 영화로 만들어놓은 것 같다.
이 작품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89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피아노를 공부하던 17세 프랑스 소녀 '줄리아'(루 드 라쥬)가 노년에 이를 때까지 인생 궤적을 좇는다. 영화로 보는 '여자의 일생'이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모파상의 소설 '여자의 일생'의 주인공과 달리 줄리아의 인생 궤적은 단선적이지 않다.
줄리아가 인생의 갈림길에서 내린 선택에 따라 나뭇가지처럼 네 개의 궤적이 뻗어 나온다. 영화적 상상력을 동원해 한 번의 선택이 인생을 얼마나 바꿔놓을 수 있는지 추적해보는 것이다.
남편과 부모 댁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나온 줄리아는 스쿠터 한 대를 앞에 놓고 동전을 던져 누가 운전할지 결정한다. 운전대를 누가 잡느냐에 따라 줄리아의 인생이 확 바뀐다.
영화가 네 가지 버전의 인생을 동시에 펼쳐내면서 관객은 무엇이 진짜인지 가늠하기 어려워진다.
그러나 어느 것이 현실이고 어느 것이 상상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문제인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인생의 신비 그 자체일 것이다. '줄리아의 인생극장'은 기발한 방법으로 그 신비를 그려낸다. 관객은 어느덧 지난 삶을 돌아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트레네 감독은 지금의 아내와 사귀던 학창 시절 동생과 대화하다가 동생의 연애 상대가 아내의 동생이란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란 일이 계기가 돼 인생에서 우연이 갖는 의미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올해 33세인 루 드 라쥬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베를린으로 달려가는 꿈 많은 소녀부터 숱한 고통을 겪어낸 노인에 이르기까지 인생의 모든 단계를 혼자 소화해내는 연기력을 발휘한다.
트레네 감독은 배급사가 공개한 인터뷰에서 이 배우에 대해 "카멜레온 같았다"며 "매번 다르게 보이는 기막힌 능력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24일 개봉. 120분. 12세 관람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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