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노인의 춤을 보며 웃다가 운다…영화 '사랑하는 당신에게'

K-DRAMA&FILM / 이영재 / 2023-05-20 07: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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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핀 르에리세 감독 연출…무용가 라 리보트 출연
▲ 사랑하는 당신에게 [티캐스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사랑하는 당신에게 [티캐스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70대 노인의 춤을 보며 웃다가 운다…영화 '사랑하는 당신에게'

델핀 르에리세 감독 연출…무용가 라 리보트 출연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은퇴 생활을 하는 70대 노인 제르맹(프랑수아 베를레앙 분)이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낭독을 들으며 큼지막한 마들렌 하나를 집어 들고 한 입 베어 문다.

제르맹은 아내 리즈(도미니크 레몽)와 침대에 나란히 누워서도 이 소설의 한 단락을 읽어준다. 리즈는 문장의 아름다움에 감탄한다.

영화 '사랑하는 당신에게'를 연출한 델핀 르에리세 감독은 프루스트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것 같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홍차와 마들렌은 주인공이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들어가는 통로 역할을 한다. 이 영화에서는 무용이 제르맹에게 어떤 통로가 된다.

리즈와 단란한 은퇴 생활을 즐기던 제르맹은 어느 날 리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홀로 남겨진다. 밝기만 하던 세상이 순식간에 암울해진다.

제르맹은 리즈가 다니던 무용단을 찾아가 아내 대신 공연하게 해달라고 요청한다.

이는 부부의 약속에 따른 것이다. 제르맹은 "리즈에게 작별을 고하는 최선의 방법은 그가 하고 싶어 했던 일을 내가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제르맹은 무용을 시작한다. 무거워 보이는 팔다리, 불룩 나온 배, 딱딱한 표정 등 모든 게 어색하기만 하다.

젊은 무용수들과 섞여 어떻게든 따라 하려다 보니 '웃픈'(웃기면서 슬픈) 장면이 속출한다.

"내가 방해만 되는 것 같아요. 자신이 없어요." 제르맹은 한숨 쉬며 자조한다. 동료들은 "연습하면 된다"고 격려한다.

제르맹은 점점 무용에 빠져든다. 집에서도 영상을 틀어놓고 연습한다. "춤을 출 땐 당신(리즈)이 곁에 있다고 느껴져."

제르맹이 무용단에 나가는 것을 모르는 자녀들은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다. 무용에 심취한 제르맹과 의구심 가득한 눈으로 그를 감시하는 자녀들이 좌충우돌하며 웃음을 자아낸다.

자녀들은 그저 제르맹이 병들지 않고 다치지 않길 바라지만, 제르맹은 삶에서 그 이상의 것을 원한다.

70대 노인의 삶도 '여생'이란 말로 치부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진다. 그렇기에 제르맹은 사랑과 모험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에게 이를 가능하게 해준 게 무용이다.

르에리세 감독은 자기 할머니가 코로나19로 격리에 들어갔을 때 할아버지가 할머니에게 매일 편지를 쓰는 모습을 보고 '사랑하는 당신에게'를 구상했다고 한다.

영화 속 무용단을 이끄는 사람은 실제 유명한 무용가인 라 리보트다. 영화 출연은 처음인 그는 제르맹을 무용의 세계로 안내하는 무용가를 능숙하게 연기했다.

31일 개봉. 83분. 12세 관람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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