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왜 그러셨나요" 폭로가 수천개…씁쓸한 '스승의 은혜'

K-DRAMA&FILM / 조현영 / 2026-05-11 05: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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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후 보복' 영화 댓글창에 80∼90년대 촌지·체벌 경험담 분출
▲ 영화 스승의은혜의 한 장면 [네이버영화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영화 '스승의 은혜' 리뷰 영상에 달린 댓글 [유튜브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그때 왜 그러셨나요" 폭로가 수천개…씁쓸한 '스승의 은혜'

'졸업 후 보복' 영화 댓글창에 80∼90년대 촌지·체벌 경험담 분출

(서울=연합뉴스) 조현영 기자 = "최○○ 선생님, 스승의날에 할머니 밭에서 배추 캐서 보냈는데 애들 앞에서 반토막 내고 저더러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리고 오라 하고…"(@BAD*******)

"초2 어린아이 머리를 교실 벽에 처박으면서 패고, 결국 집까지 찾아가서 촌지를 뜯어내시던 임○○ 선생님, 30년이 지나도 기억에서 지울 수가 없네요."(@hee*****)

교권 보호가 화두인 요즈음과 사뭇 분위기가 다른 이 댓글들은 2006년 개봉작 '스승의 은혜'를 리뷰한 유튜브 영상에 달린 것이다.

'스승의 은혜'는 정서적·신체적 폭력을 당한 학생들이 졸업 후 교사에게 복수의 마음을 품었다가 벌어지는 일을 그린 공포 영화다.

2021년 올라온 15분짜리 리뷰 영상에는 '나도 당했다'는 취지의 댓글이 지금까지도 끊이지 않고 있다.

5년이 다 되어가는 11일 현재 조회수는 251만회, 댓글은 4천300개를 돌파했다.

1970∼1980년대생으로 추정되는 세대의 학창 시절 '집단 트라우마'가 분출된 셈이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영화에서의 통쾌한 복수를 접한 후 억눌린 감정을 털어놓으며 해방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영화에서 반장 세호가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조롱받고 축구선수가 꿈이었던 달봉이 체벌로 장애인이 됐듯, 누리꾼들의 '폭로'는 주로 폭행과 촌지에 집중됐다.

"엉덩이를 심하게 때려 평생 꼬리뼈 통증을 달고 산다", "모두 눈 감게 한 다음 장애인 친구를 성추행했다", "촌지 안 줬다고 맨손으로 밥 먹게 했다" 같은 댓글엔 수백, 수천 개의 '좋아요'가 달렸다.

"집안 사정을 알고 3년간 문제집을 챙겨주신 고마운 박○○ 선생님"과 같은 옹호성 댓글은 극소수에 그친다.

댓글이 모두 사실인지는 불분명하지만, 옛 교육 현장의 '과오'가 현재 교권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있다.

이제 학부모가 된 당시의 학생들이 자녀를 위해 극단적 방어 기제를 보이는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학부모 개인이 진상일 수도 있지만, 과거와의 악순환으로도 볼 수 있다"고 했다.

이 같은 과거 교사들의 촌지·체벌의 '업보'를 현 시대의 젊은 교사들이 짊어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80∼90년대 학생을 패던 선생님은 은퇴해 연금 받아 잘 살고, 그때 맞고 자란 30∼40대 선생님은 이제 교권이 무너져 학생한테 당하고 힘든 세대"(@ftr*****)라는 취지다.

수도권 고등학교 2년차 미술 교사 A(30)씨는 "과거의 기억으로 현재의 교사와 학교를 부정적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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