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자' 연출부 출신 "저도 모르게 봉준호 감독 따라 하려 발버둥쳤죠"
 |
| ▲ 영화 '잠' 유재선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
| ▲ 영화 '잠' 속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
| ▲ 영화 '잠' 속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
| ▲ 영화 '잠' 유재선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잠' 유재선 감독 "데뷔작 칸에 초청돼 배터질 만큼 행복"
'옥자' 연출부 출신 "저도 모르게 봉준호 감독 따라 하려 발버둥쳤죠"
(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유재선 감독의 첫 장편영화 '잠'입니다. 유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조수이기도 했죠."
21일(현지시간)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 초청작 '잠'이 상영되기 전 사회자는 유 감독을 이렇게 소개했다.
유 감독은 '옥자'(2017) 연출부로 2년간 일하며 봉 감독의 제자나 다름없는 생활을 했다. 프리 프로덕션부터 촬영, 후반 작업, 프로모션까지 긴 여정을 함께했다.
그는 이날 시사회 후 인터뷰에서 "'잠'을 촬영하면서 무의식적으로 또 의식적으로 '옥자'에서 봤던 봉 감독님의 모습을 따라 하려고 발버둥 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고 털어놨다.
"어찌 보면 영화 만들기에 대한 모든 것은 '옥자'를 통해 배운 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한국 감독과 연출부 관계는 사제 간 같아서, 감독님들은 항상 자기 연출부 출신이 잘되기를 바라세요. 이번에 제가 칸영화제에 초청받았다고 했을 때도 봉 감독님께서 엄청나게 좋아하시고 축하한다고 하시더라고요."
봉 감독은 배우 이선균에게 '잠'에 출연하라고 적극 추천하기도 했다. 그 덕분인지 "터무니없는 희망"이라고 여겼던 캐스팅에 성공했다.
유 감독은 "저의 영화적 영웅이기도 한 분이 제 작품을 높이 평가한다는 게 꿈 같고 영광"이라면서도 "한편으로는 관객의 기대를 너무 올려서 좋을 게 있을까 싶기도 하다"며 웃었다.
'잠'은 수면 중 이상행동을 하는 남편 현수(이선균 분)와 그의 아내 수진(정유미)의 이야기를 다룬 스릴러다. 영화는 남편과 밤마다 한 침대에 누워야 하는 수진을 극의 중심에 뒀다.
유 감독은 "처음엔 몽유병에 대한 피상적인 호기심이 들었다"며 "그러다 몽유병 환자의 옆을 지켜야 하는, 사랑하는 사람의 일상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증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주인공이 위협과 공포의 대상으로부터 탈출하는 게 대부분의 장르 영화 구조잖아요. 하지만 몽유병 환자의 가족은 그러지를 못해요. 본인을 위협하는 공포의 존재가 한편으론 가장 사랑하고 지켜줘야 하는 존재니까요. 정면으로 맞서야 하죠."
이 영화는 스릴러인 동시에 러브스토리이기도 하다. 수진은 현수가 벌이도 시원찮은 배우 일을 계속하도록 북돋는다. 몽유병이 생겨 위험한 행동을 하는 현수를 떠나거나 홀로 두지도 않고 끝까지 옆을 지킨다.
유 감독 역시 시나리오를 쓰던 당시 7년을 사귄 여자친구와 결혼을 준비 중이었다고 한다. 불안정한 삶을 살던 유 감독은 현수를, 그를 믿고 결혼을 결심한 지금의 아내는 수진을 닮았다고 유 감독은 말했다.
"'잠'을 쓸 때 물론 1차 목표는 재밌는 장르영화를 만들겠다는 거였어요. 하지만 그 당시 제 화두가 결혼이다 보니 결혼 생활 이야기도 하고 싶었죠. 더할 나위 없이 사랑하고 믿고 의지하는 그런 부부를 그리려 했어요. 이들에게 장애물을 던져 주고 부부가 이걸 어떻게 극복하는지 보여주는 거죠."
이렇게 만들어진 '잠'은 유 감독이 연출부가 아닌 감독으로서 칸영화제에 입성하게 했다.
유 감독은 "칸에서 자신의 영화가 상영되는 건 모든 영화인의 꿈"이라면서 "너무 막연한 꿈이라 평행 우주에서나 가능하겠거니 생각해왔는데 감개무량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잠'은 유 감독의 첫 장편영화이니만큼, 칸영화제가 가장 뛰어난 신인 감독에게 주는 황금카메라상의 후보이기도 하다.
유 감독은 수상에 대한 기대를 묻자 "데뷔 영화가 칸에서 상영하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른 것을 넘어 배가 터질 만큼의 행복을 맛봤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관객들과 함께 영화 본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칸에 초청돼 감사한 마음이 99%였다면 나머지 1%는 걱정, 근심, 스트레스였는데 여기서 해방된 느낌도 받았습니다…주변에서 황금카메라상 얘기도 하시는데, 특별히 기대하진 않아요. 이 순간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끝)
(C) Yonhap News Agenc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