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현 감독 "류원석의 절실함에 감동…늦게 피는 꽃도 있다"

Baseball / 하남직 / 2021-09-10 16:4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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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 트윈스 사이드암 류원석 [연합뉴스 자료사진]

▲ LG 트윈스 사이드암 류원석 [LG 트윈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류지현 감독 "류원석의 절실함에 감동…늦게 피는 꽃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사이드암 투수 류원석(32)의 투구는 롤러코스터처럼 류지현(51) 감독의 마음을 흔들어놨다.

흔들리는 제구에 실망하기도 했지만, '류원석 롤러코스터'에서 류지현 감독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감정은 '감동'이었다.

10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만난 류지현 감독은 전날(9일) 경기를 떠올리며 "류원석을 보고 감동했다. 감독으로서는 고마웠고, 야구 선배로서는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류원석은 9일 잠실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에서 8-1로 앞선 8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첫 타자 김태연에게 던진 초구는 시속 154㎞ 직구였다. 사이드암이 만들어내는 '변화무쌍한 강속구'에 김태연은 헛스윙했다.

이후에도 류원석은 시속 150㎞대 직구를 던졌고, 김태연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류원석은 후속타자 에르난 페레즈도 시속 155㎞ 직구로 삼진 처리했다.

그러나 이성곤, 최인호와 풀 카운트(3볼-2스트라이크) 승부를 펼치다가 연속해서 볼넷을 허용하더니, 허관회에게는 볼 4개를 연속해서 던져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구속은 여전히 시속 155㎞에 육박했지만, 제구가 흔들렸다. '제구 불안'은 류원석이 야구 선수 생활 내내 안고 있는 숙제다.

류원석은 흔들렸지만, LG 벤치는 움직이지 않았다.

류지현 감독은 "류원석에게 그 이닝(8회)을 맡기고자 했다. 그런 상황에서 교체해버리면, 선수가 느낄 패배감이 커진다"고 떠올렸다.

류원석은 사령탑의 기대에 삼진으로 화답했다. 류원석은 2사 만루에서 노태형을 시속 152㎞ 직구로 루킹 삼진 처리해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이날 류원석의 성적은 1이닝 무피안타 무실점 3탈삼진 2볼넷이었다.

류지현 감독은 "점수 차가 큰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류원석이 마운드 위에서 열정을 보여줬다. 얼마나 절실한지 알 수 있었다"며 "정말 고맙고,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류원석의 구위를 의심한 적은 없다"며 "2군에서 보여준 모습을 1군에서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2013년 육성선수로 LG 유니폼을 입은 류원석은 단 한 번도 1군 마운드에 서지 못한 채 힘겹게 방출 위기를 넘겼다.

오버핸드스로였던 그는 2018년 말 팔을 내려 사이드암으로 변신했고, 2019년 처음으로 1군 무대에 섰다.

그러나 고질적인 제구 불안 탓에 2019년 2경기, 2020년 1경기만 등판하고서 2군으로 내려갔다.

류원석은 올해도 9월이 되기 전에는 1군에 올라오지 못했다. 올해 2군에서 3승 1패 1세이브 7홀드 평균자책점 3.33, 27이닝 동안 삼진 40개를 잡으며 활약한 류원석은 이달 7일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고, 같은 달 9일 시즌 처음으로 1군 경기에 등판했다.

여전히 류원석은 '미완의 대기'로 불린다.

류지현 감독은 긴 터널을 지나는 류원석이 곧 밝은 빛을 보길 기원한다.

류 감독은 "늦게 피는 꽃도 있지 않나. 류원석은 가능성이 있는 투수"라고 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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