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실상사 기둥에 한글 글귀…"현대인들 마음에 닿길"

Heritage / 임미나 / 2026-04-10 18: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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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스테이 휴휴당에 '문자반야' 프로젝트로 전통-현대 조화 시도
▲ 지리산 실상사 휴휴당 편액. 가운데 글자가 한글 '휴'를 양쪽으로 마주보게 한 형상 [지리산 실상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지리산 실상사 휴휴당의 주련. 한글을 응용한 김종원 작가의 서예 작품이다. [지리산 실상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글씨 내용은 도법스님이 지은 한글 시다. "미처 몰랐네/ 그대가 나임을 그대가 나임을 그대가 나이었음을/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이제 알았네/ 그대가 나임을 그대가 나임을 그대가 나이었음을/ 고마워 고마워 고마워"

▲ 지리산 실상사의 천왕문 주련 [지리산 실상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리산 실상사 기둥에 한글 글귀…"현대인들 마음에 닿길"

템플스테이 휴휴당에 '문자반야' 프로젝트로 전통-현대 조화 시도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한문 편액·현판이 대부분인 불교 사찰에서 한글을 접목한 현대적인 건축물 꾸미기를 시도해 눈길을 끈다.

지리산 실상사는 이 사찰의 템플스테이관인 '휴휴당'(休休堂)에 한글을 바탕으로 한 서예 작품으로 주련을 새로 내걸고 오는 19일 기념 법회를 연다고 10일 밝혔다.

주련은 건축물 기둥이나 벽에 좋은 글귀나 부처님 말씀 등을 세로로 써서 걸거나 붙이는 한국의 전통 건축 장식이다.

실상사는 지난해 10월 휴휴당 편액을 한문·한글 혼용 작품으로 제작해 설치한 데 이어 이번 주련 제작으로 한글을 접목한 현대적인 건축물 장식을 확대했다.

실상사의 휴휴당은 템플스테이 시설로 2013년 지어진 이래 편액과 주련 없이 운영돼 오다 이번에 주련까지 갖추게 되면서 방문객들에게 보다 친근한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실상사 측은 전했다.

한글 주련 제작은 실상사의 '문자반야(文字般若)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국내 사찰들에 세워지는 현대 건축물에도 여전히 한자 위주의 현판과 주련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한글을 접목해 역사·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꾀하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앞서 실상사는 타이포그래피 아티스트 안상수 작가 등과 함께 제1차 문자반야 프로젝트로 천왕문 주련 등을 한글로 제작하기도 했다.

이번 휴휴당 주련은 실상사의 회주 도법스님이 지은 한글 시를 서예가 김종원이 한문을 응용한 한글로 글씨를 썼고, 김각한 각자장(국가무형문화재 제106호)이 각자를 맡아 제작했다.

김종원 작가는 이번 작품에 생명력을 담고자 노력했다면서 "글자는 말이 다 전하지 못하는 뜻을 담기 위해 만들어진 상(象)으로, 그 안에는 기의 흐름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실상사 주지 운묵스님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전통적으로 이어져 온 불교문화와 예술은 그 자체로 이미 깊고 위대한 유산이지만, 시대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감각과 인식 또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우리가 과거의 권위와 형식에만 집착하고 안주한다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마음에 닿는 새로운 불교문화가 출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실상사의 현판과 주련 불사는 전통의 뿌리를 지키면서도 새로운 시대 정신을 담아내고자 하는 진지한 모색이며, 연기(緣起)의 가르침을 문화적 차원에서 구현하는 새로운 도전이었다"고 설명했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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