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희 "티나지 않게 빛나는 별들을 위해 노래했죠"

K-POP / 김효정 / 2021-05-20 1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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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5개월 공백 끝 싱어송라이터 변신…"신곡 '낫포세일', 영혼 갈아넣어"
▲ 가수 임정희 [P&B엔터테인먼트 제공]

▲ 가수 임정희 [P&B엔터테인먼트 제공]

▲ 가수 임정희 [P&B엔터테인먼트 제공]

▲ 가수 임정희 [P&B엔터테인먼트 제공]

임정희 "티나지 않게 빛나는 별들을 위해 노래했죠"

3년5개월 공백 끝 싱어송라이터 변신…"신곡 '낫포세일', 영혼 갈아넣어"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거리를 무대로 노래하며 이름을 알린 '거리의 디바', 폭발적인 가창력의 '솔 여제'…. 가수 임정희를 수식해온 표현들에 이제 '싱어송라이터'가 추가됐다.

한동안 공백기를 보냈던 임정희가 3년 5개월 만에 자작곡으로 돌아온다. 그가 20일 발매한 싱글 'Not4$ale'(낫포세일)은 직접 작사, 작곡, 편곡에 참여하며 '가장 자신다운 노래'를 만들기 위해 고심한 결과물.

신곡 발매를 앞두고 최근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임정희는 "데뷔한 뒤 앨범 수록곡을 썼던 경험도 있기는 하지만 (자작곡을) 타이틀곡으로 활동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하드에 쌓아놓고 고민만 했던 곡들이 많았다"는 그에게도 곡 초안을 발전시키고 믹싱·마스터링 등 이어지는 작업을 직접 끌고 나간 경험은 처음이었다. 그는 "한 곡이지만 거의 정규 앨범을 작업한 것처럼 영혼을 갈아 넣었다"고 털어놨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낫포세일'엔 자신의 존재와 가치에 대한 단단한 믿음이 담겨 있다. "의미 없는 그런 숫자들로 작아지지 마"라고 다짐하며 "내 존재가 미라클(miracle)"이라고 노래한다.

"티 나지 않지만 언제나 빛나고 있는 별들을 위해서 노래하고 싶었다"는 임정희의 표현이 뇌리에 깊게 남았다. 개인적인 것이 가장 대중적일 수 있다는 접근으로 진솔한 이야기를 담았다.

"저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청년들과 후배들 모두 모양은 각자 다르지만 비슷한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상은 급변하고 기대치와 기준은 높아져만 가는데 과연 나는 어디쯤 있는 사람인가…. 모두가 숫자나 이름표, 꼬리표로 정의될 수 없는 귀한 존재들이고, 사고팔기 위한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존재들이라는 마음을 곡에 담으려고 했어요."

새 앨범을 준비하면서 임정희는 그동안 '자기복제'를 한 것은 아닌지 두려움도 느꼈다고 한다. 대중에게 익숙한 그의 대표곡 중에는 '시계태엽'이나 '눈물이 안났어' 등 애절한 발라드가 많지만 '낫포세일'에선 보다 자유로운 감성이 느껴진다.

그는 "스스로 발라드 가수의 카테고리 안에 있다고 생각도 했고 그런 평가를 받았는데 조금의 발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자신도 빠르고 펑키한 음악을 좋아한다"며 "사람들이 기대하는 느낌보다는 제가 하고 싶었던 것을 찾아 나가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임정희가 지난해 새롭게 둥지를 튼 P&B엔터테인먼트는 지오디(god) 출신 김태우가 총괄 프로듀서로 있는 회사.

김태우와 임정희는 JYP엔터테인먼트에서 한솥밥을 먹던 시절부터 우정을 이어왔다. 임정희는 "(김태우는) 저에게 없는 긍정적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라며 "항상 무한의 응원과 긍정의 피드백을 준다"고 전했다.

지금이야 K팝 스타들이 빌보드 차트에 오르는 일이 새롭지 않은 시대가 됐지만 사실 임정희 역시 일찍이 미국 진출을 시도했던 가수 중 하나였다. 그는 2008년 미국으로 건너가 JYP USA에서 현지 데뷔를 준비했지만, 계획이 차질을 빚으면서 귀국해야 했다.

그는 자신의 미국 진출 시도에 대해 "성공이라는 단어를 감히 붙일 수는 없겠지만 저의 인생에 있어서는 도움이 많이 된 시기였다"고 소회를 밝혔다.

"많은 분이 가기 전에도 만류하셨고 갔다 와서도 '왜 그런 선택을 했니, 너무 안타깝다'는 이야기를 적지 않게 들었어요. 그러나 지금까지 음악을 하며 어려운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극복할 힘을 많이 길러준 시기였어요. 결과적으로는 실패지만 저의 인생에서는 중요한 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임정희의 많은 히트곡을 썼던 프로듀서 방시혁은 이후 세계 시장을 제패한 방탄소년단(BTS)을 키워내기도 했다.

한때 빅히트엔터테인먼트(현 하이브)에 몸담기도 했던 임정희는 BTS를 보며 드는 소회에 대한 질문에 "지금의 성공에 많은 분이 놀라시겠지만 예견되었던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BTS 초창기에 같이 회사에 있었고 연습하는 과정들도 봤다. 제가 있을 때 데뷔를 했기 때문에 잘 될 것이라는 건 너무 잘 알고 있었다"며 "그때부터도 슈퍼스타가 되리라는 건 시기의 문제라는 느낌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임정희는 '불후의 명곡' 등 방송 무대에도 서고 대학교에 출강하며 후학도 양성했다. 실용음악과 석사 과정에 다니며 스스로도 공부하고 있다.

그는 "음악을 하는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너무 행복한 일 같아서 해가 갈수록 감사하다"고 했다. 음악을 사랑하는 동시에 직업으로 삼으며 '덕업일치'를 이뤄나가는 삶은 뮤지션으로서 그가 지향하는 목표이기도 하다.

그는 "제가 쓴 곡들을 조금 더 자주 내는 단기적 목표가 있고, 결국 곡 좋다는 소문이 나서 다른 아티스트분들께 곡을 드릴 수 있게 되면 좋을 것 같다"며 "누구든 처음 연락해주시는 분께 저의 모든 것을 털어서 곡을 써드릴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라며 웃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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