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시대 배경은 진정한 자유와 행복 그리기 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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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스파이의 아내' [엠엔엠인터내셔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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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스파이의 아내' [엠엔엠인터내셔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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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첫 시대극…영화 '스파이의 아내'
"전쟁 시대 배경은 진정한 자유와 행복 그리기 위한 것"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일본 영화 '스파이의 아내'는 한 여인의 시선으로 태평양 전쟁 직전의 어느 일본 가정의 모습을 바라본다.
1940년, 고베 무역상의 아내 사토코(아오이 유우)는 남편과 풍요롭고 행복한 일상을 누리며 살아간다. 하지만 사업차 만주에 다녀온 남편의 수상한 행적들이 하나둘씩 드러나면서 그녀의 삶은 불안에 휩싸인다.
남편은 우연히 만주에서 벌어지는 일본군의 생체실험을 목격하게 되고, 이를 세상에 알리기로 했던 것. 사토코는 남편을 결사적으로 만류하며 평안한 일상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한다.
일본의 거장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이 영화는 그의 첫 시대물이라는 것만으로도 큰 관심을 받았다. 지난해 6월 NHK에서 방영했던 스페셜 드라마를 재제작한 이 작품은 베네치아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안겼다.
영화는 일본의 만행을 세계에 알리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행동에 나서는 인물인 유사쿠(타카하시 잇세이)가 아닌 그에 의해 상황을 타의로 받아들이는 사토코를 조명한다는 점에서 독특한 느낌을 준다. 전쟁 장면은 직접 묘사되지 않고, 시대 분위기를 통해서만 전해진다.
보통 전쟁 영화의 주인공은 영웅적인 면모를 지니기 마련인데, 사토코는 전쟁보다는 남편과의 행복을 지키는 것이 최대 관심사다. 관객들은 사토코를 통해 전쟁을 간접적으로 바라보며, 사토코의 자유와 행복에 대해 더 몰입하게 된다.
구로사와 감독은 최근 시사회 직후 열린 화상 간담회에서 "일상을 많이 벗어나지 않으면서 주제를 전하려고 했다"며 "두 사람의 대사만으로 많은 것을 전달하려고 했고, 아내의 눈으로 여러 가지를 설명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사회를 무대로 하면 무엇이 진정한 행복인지 자유인지를 또렷하게 제시하기 힘들다"며 "전쟁 중이었던 시대를 배경으로 하면 진정한 자유와 행복이 무엇인지 그려낼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이런 시대물을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전쟁 범죄의 단면을 드러내는 일본 731부대의 생체실험을 소재로 영화를 제작했다는 점도 눈길이 가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그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화상 간담회에서 "역사를 있는 그대로 다루었을 뿐"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구로사와 감독은 최근 눈여겨보고 있는 해외 감독으로 알폰소 쿠아론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과 함께 봉준호 감독을 꼽기도 했다. 그는 "한국은 영화 대국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수준이 높다"며 "한국 관객들이 이 작품('스파이의 아내')을 어떻게 볼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오는 2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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