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전 연기를 바로잡고 싶은 배우의 몸부림…연극 '삼매경'

Travel / 최주성 / 2025-07-19 10:4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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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세덕 '동승' 원작…지춘성, 본인 바탕으로 한 인물 연기
▲ 국립극단 '삼매경' [국립극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국립극단 '삼매경' 포스터 [국립극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삼매경' 출연한 배우 지춘성 [국립극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국립극단 '삼매경' 이철희 연출(왼쪽)과 배우 지춘성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국립극단 '삼매경' 공연사진 [국립극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국립극단 연극 '삼매경' [국립극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국립극단 '삼매경' 출연한 배우 지춘성 [국립극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국립극단 신작 연극 '삼매경' [국립극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34년 전 연기를 바로잡고 싶은 배우의 몸부림…연극 '삼매경'

함세덕 '동승' 원작…지춘성, 본인 바탕으로 한 인물 연기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마지막으로 무대에 서고 싶어. 단 한 번만이라도 진짜 그 아이가 되어보고 싶어."

생을 마감한 연극배우가 34년 전 선보였던 연기를 바로잡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승과 저승의 경계인 삼도천에 뛰어든다. 당시 연극 '동승'에서 동자승 도념을 연기해 찬사를 받았으나 마음속에는 자신이 실패했다는 회한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삼도천에 빠져 허우적대던 그는 얼마 뒤 소원대로 34년 전 '동승'을 준비하던 연습실에서 정신을 차린다. 과거로 돌아왔음을 깨달은 그는 다짐했던 완벽한 연기를 시도하지만, 여전히 어딘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한다.

17일 개막한 국립극단 연극 '삼매경'에서 배우 지춘성이 연기하는 이 인물은 그의 분신(分身)과 같은 인물이다. 실제로 1991년 '동승'에서 도념 역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던 지춘성은 연극에서 때로는 분신이 되어, 때로는 배우 본인으로 무대를 끌어갔다.

'삼매경'은 극작가 함세덕의 고전 희곡을 원작으로 이철희 연출가가 재창작한 작품이다. 이철희 연출은 그간 '맹', '조치원 해문이' 등 고전을 재조명한 작품을 선보여왔다.

원작이 산사에 자신을 두고 떠난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동자승의 이야기를 그린다면, 이를 재창작한 '삼매경'은 실패감과 후회에 시달리는 배우가 완벽한 연기를 선보이기 위해 몸부림치는 이야기로 만들었다.

작품은 2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주인공이 경험하는 상상과 실재를 보여주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완벽을 향한 집착에 사로잡혀 요동치는 인물의 심리를 따라 상황이 급변하다 보니 혼란스러운 장면이 펼쳐지기도 한다.

극 중 배우가 삼도천에 빠지는 대목에서 무대에 푸른 조명을 밝히고 천장에서 연꽃 한송이를 떨어트려 가라앉는 모습을 보여주다가, 연꽃이 무대에 닿자마자 연습실로 장소가 전환되는 연출은 몰입감을 더했다.

지춘성은 자신을 '실패한 배우'로 칭하며 거칠게 몰아세우면서도 자존심을 지키려 하는 복합적인 심리를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대사에 쉬어버린 목소리로 "나 자신을 원망하며 스스로를 죽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라는 대사는 무게감을 더했다.

극 후반 주인공이 완벽한 연기가 불가능함을 깨달은 뒤 욕심을 내려놓고 안정을 되찾는 과정은 다소 급작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어지는 장면에서 주인공이 온전히 집중한 채 마지막으로 '동승' 속 장면을 연기한 뒤 미묘한 표정을 짓는 순간은 울림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삼매경'은 다음 달 3일까지 공연된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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