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손 이병구씨 "조선시대에도 역병 돌면 명절에 안 모였다"

Heritage / 박순기 / 2021-02-03 15:5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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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추석 이어 올해 설에도 최소 인원만 모여 차례상
▲ "설에 오지 마세요" 종손 이병구(가운데)씨 등이 설에 집에 머물러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칠곡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종손 이병구씨 "조선시대에도 역병 돌면 명절에 안 모였다"

작년 추석 이어 올해 설에도 최소 인원만 모여 차례상

(칠곡=연합뉴스) 박순기 기자 = 경북 칠곡군 한 종갓집 종손이 작년 추석에 이어 올해 설에도 인근에 사는 친척만 참석한 가운데 단출하게 설 차례를 올린다.

조선 시대 공조참의를 지낸 석담 이윤우 선생의 16대 종손 이병구(69)씨는 3일 "이번 설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예방하고자 방역지침을 준수하며 최소 인원으로 차례를 지낸다"며 "가족과 친척에게 오지 말라고 연락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설까지만 해도 50여명이 50㎡의 종가 사당에서 차례를 올렸으나 올해는 꼭 필요한 친척만 마스크를 착용한 채 사당 안에서 차례를 지낸다고 한다.

음식을 차려 드릴 수가 없어 차례를 지낸 후 각자 집에 돌아가서 드실 수 있게 음복 도시락을 준비할 예정이다.

음복 도시락은 제사 때 사용한 전, 강정, 과일, 유과, 약과, 음료수 등을 마련한다.

차례가 끝난 뒤 개별적으로 종갓집 사당에 참배하러 오는 마을 종친을 위해서는 수정과와 식혜를 테이크아웃 컵에 담아 제공할 예정이다.

이씨는 "조선 시대에도 역병이 돌면 명절 때라도 가족이 모이지 않았다"며 "하늘에 계신 조상들께서도 이번 상황만큼은 이해해 주실 것"이라고 했다.

이어 "설 차례와 달리 2월 중순에 열리는 불천위 제사에는 최소 12명의 제관이 필요한데 5인 이상 집합금지 때문에 걱정이 크다"며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 미풍양속은 물론 가족까지 해체될 수 있어 하루빨리 코로나19를 종식하기 위해 모두 설 명절 거리두기에 동참하면 좋겠다"고 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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