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오페라축제서 1부 '라인의 황금' 공연…23일까지 4부 전편 무대 올라
주역 요아힘 골츠 역동적 연기…만하임오케스트라 탁월한 연주로 찬사 끌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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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인의 황금' 공연 모습 [대구오페라하우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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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인의 황금' 공연 모습 [대구오페라하우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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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인의 황금' 공연 모습 [대구오페라하우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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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인의 황금' 공연 모습 [대구오페라하우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대구서 신기원 연 '니벨룽의 반지'…압도적인 바그너 사운드
대구오페라축제서 1부 '라인의 황금' 공연…23일까지 4부 전편 무대 올라
주역 요아힘 골츠 역동적 연기…만하임오케스트라 탁월한 연주로 찬사 끌어내
(대구=연합뉴스) 이용숙 객원기자 = 올해로 19회를 맞이한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다시 한번 한국 오페라 공연의 신기원을 열었다.
대구오페라축제는 올해 독일 만하임 국립오페라극장의 '니벨룽의 반지' 프로덕션과 함께 주·조역 가수들,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등 220여 명에 달하는 인원을 통째로 초청했다.
고전주의 교향곡의 초석을 놓은 전통의 음악 도시로, 예로부터 선진적 극장 기술로 유명했던 도시 만하임은 바그너와도 인연이 깊은 곳이다. 특히 만하임극장 오케스트라의 '우레와 같고 폭포 같은' 사운드는 19세기 유럽 평론가들의 경탄 대상이었다. 이 사운드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경험한 관객들은 감격의 탄성을 쏟아냈다.
지난 16일 '니벨룽의 반지' 4부작 중 첫 작품인 '라인의 황금'이 공연된 대구오페라하우스는 3층 좌석까지 가득 찼고 유료 관객 점유율은 86.5%에 달했다.
2005년 마린스키 극장 프로덕션 이후로 '반지' 전작을 처음 경험하게 된 관객들은 '라인의 황금' 공연 전 마련된 지휘자, 연출가, 만하임 극장장의 사전 강의에서도 만족감을 표했다.
이 방대한 작품의 전작 연출을 맡아 올여름 만하임에서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친 요나 김은 바그너가 본래 의도했던 대로 이 신화적인 스토리를 '바로 우리 시대의 이야기'로 옮겨놓았다. 한국 출신인 요나 김은 만하임 국립오페라극장의 상임 연출가로 활동 중이다.
게르만 신화의 신들은 오늘날 흔히 보는 명품관 광고에서 빠져나온 듯한 의상과 헤어스타일로 무대 위에 섰다. 이들의 백색 의상은 명품 소비가 일상이며 놀이인 상류사회의 모습으로 노동을 할 필요가 없는 계층의 특성을 강조한다.
신들의 세계가 등장하는 2장과 4장에서는 이들의 시중을 드는 12명이 무대 뒤쪽에 부동자세로 쟁반을 받쳐 들고 서 있어 관객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만, 정작 무대 위 신들은 이런 노동에 철저히 무심한 채 이들을 그저 그림자처럼 여긴다.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1장 '알베리히와 라인 처녀들' 장면에서 연출가의 아이디어는 대단히 효과적으로 작용해 관객을 초반부터 무대에 집중시키는 데 성공했다. 라인강물 속에서 신들의 황금을 지키는 세 명의 요정 처녀들은 오늘날의 걸 그룹 같은 분장으로 무대 위에서 마이크를 잡은 채 노래하고 춤춘다.
이들은 모두에게 사랑을 나눠줄 것처럼 다수의 대중을 유혹하지만, 실제로는 누구에게도 자신들을 내어주지 않는다. 노동자 작업복을 입고 등장하는 난쟁이 알베리히가 이들에게 현혹됐다가 절망한 채 '사랑을 포기한 자만이 획득할 수 있는' 황금을 택한다는 설정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피터 브룩의 '빈 공간' 무대 개념에 영향을 받았다는 요나 김은 무대를 비워놓은 채 미리 촬영한 영상과 라이브 카메라 실시간 영상을 활용했다. 알베리히가 '변신'하는 장면 등을 구체적 이미지가 아닌 추상적 이미지로 표현한 것도 적절했다. 큰 뱀이 된 알베리히는 여러 대의 금관악기를 이어 붙이고 작은 두꺼비 변신은 피콜로로 표현한 유머 감각이 돋보였다. 에르다 여신이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출현하고 신들이 소리 나는 곳을 따라 피트 안을 들여다보는 장면도 흥미로웠다.
무대의 빈 곳을 채운 것은 성악가들의 역동적인 연기였고, 이날 관객의 가장 큰 열광을 끌어낸 주인공은 연출가 스스로 '나의 페르소나'라고 부른 난쟁이 '알베리히'(바리톤 요아힘 골츠)였다. 절대반지를 들어 올리며 니벨룽을 위협해 노예로 부리는 그의 카리스마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바이로이트에서 활약한 관록의 바리톤 토마스 예잣코의 '보탄', 명료하고 위트 넘치는 가창을 들려준 테너 위르겐 자허의 '로게' 등 모든 배역이 적역이었다. 오래전부터 바그너 가수로 활약해온 한국인 베이스 하성헌의 '파졸트'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관객들에게서 최고의 찬사를 끌어낸 지휘자 알렉산더 소디와 만하임극장 오케스트라는 라인강의 심연과 물결을 묘사하는 도입부부터 피날레까지 다채로움이 가득한 놀라운 역동성을 보여줬다. 지극히 유연한 현악부와 목관악기군, 타악기의 충격적인 타격, 금관의 자유로운 강약과 완급에 이르기까지, 익숙한 음악 속에서 끊임없이 새로움을 발견하게 해 준 탁월한 연주였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탐욕이 인류를 어디로 이끌어갈 것인가. '반지'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의미가 유효한 작품이다.
대구오페라축제에서 '니벨룽의 반지' 시리즈는 17일 '발퀴레', 19일 '지크프리트', 23일 '신들의 황혼' 공연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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