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문학상 대상 최진영 "멀리있던 상…깨끗한 계약서 받았다"(종합)

General / 이은정 / 2023-01-27 14:3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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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은 단편 '홈 스위트 홈'…우수상에 김기태·박서련 등 5명
문학사상 "수상작 저작권 양도 조항 삭제…수상집 출판 권리만"
▲ 제46회 이상문학상, 최진영의 '홈 스위트 홈'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소설 '홈 스위트 홈'으로 제46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최진영 작가가 27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수상작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23.1.27 xyz@yna.co.kr

▲ 제46회 이상문학상, 최진영 작가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27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제46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 기자간담회에서 최진영 작가가 상을 받고 있다. 왼쪽부터 문학사상 임지현 대표, 최 작가, 권영민 편집주간. 2023.1.27 xyz@yna.co.kr

이상문학상 대상 최진영 "멀리있던 상…깨끗한 계약서 받았다"(종합)

수상작은 단편 '홈 스위트 홈'…우수상에 김기태·박서련 등 5명

문학사상 "수상작 저작권 양도 조항 삭제…수상집 출판 권리만"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올해 제46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최진영(42) 작가의 단편 소설 '홈 스위트 홈'이 선정됐다.

이 상을 주관하는 문학사상은 27일 서울 중구 한 음식점에서 간담회를 열어 수상작을 발표했다.

우수작에는 김기태의 '세상 모든 바다', 박서련의 '나, 나, 마들렌', 서성란의 '내가 아직 조금 남아 있을 때', 이장욱의 '크로캅', 최은미의 '그곳' 등 5편이 뽑혔다.

2006년 등단한 최진영 작가는 '끝나지 않는 노래',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 '이제야 언니에게', '구의 증명', '내가 되는 꿈' 등의 장편 소설을 펴냈다. 한겨레문학상, 신동엽문학상, 김용익소설문학상, 만해문학상 등 수상 이력도 다수다.

최 작가는 간담회에서 "이상문학상은 제게 가장 멀리 있는 상이었다. 대상을 받기 전 우수작에도 올라간 적이 없다"며 "제가 좋아하고 존경하고 배우고 따르고 싶은 작가님들이 오랫동안 받아온 상이어서 감동적이다. 앞으로 소설을 쓰는데도 이 상이 큰 힘과 응원이 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 작가는 수상작을 쓰기 전 조한진희 작가의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등의 책과 여러 기사를 읽고서 "소설을 썼다"며 "소설을 통해 사랑을 전하고 싶었다. 그것은 나를 쓰는 사람으로 살게 하는 강한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홈 스위트 홈'은 온전한 자신의 집을 갖지 못한 채 살아온 화자가 말기 암 진단을 받은 후 얻은 폐가를 자기만을 위한 공간으로 고쳐 현재의 삶에 충실하려는 과정을 섬세한 문체로 그려냈다.

심사위원회는 "인간의 삶이 집이라는 공간과 합쳐져 만들어 내는 기억의 심오한 의미를 존재론적으로 규명하고 있는 이 작품의 문학적 성취를 높이 평가했다"고 전했다.

국내 대표 문학상 중 하나인 이상문학상은 1977년 제정 이래 이문열, 이청준, 최인호, 신경숙, 김훈 등 당대 최고 작가들을 수상자로 배출하며 전통과 권위를 자랑했다.

그러나 지난 2020년 우수상 수상자로 결정된 김금희, 최은영, 이기호 작가가 '수상작 저작권 3년 양도' 계약 조항 등을 문제 삼아 수상을 거부하며 논란에 휩싸였다.

여기에 2019년 대상 수상자인 윤이형 작가가 불공정 계약 관행을 비판하며 절필 선언을 하고 동료 작가들이 보이콧에 동참하며 파문이 커졌다.

문학사상은 결국 수상자 발표를 취소하고 논란 한달 만에 사과한 뒤 대상작에 한해서만 저작권 양도 기간을 1년으로 축소하기로 계약 조항을 수정했다.

나아가 문학사상은 이날 이 조항과 관련해서도 '수상작을 여타의 출판물에 수록하는 것에 제약이 없다'는 내용으로 다시 보완해 작가의 저작권 양도 조항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문학사상은 수상 작품집 출판 권리만 갖게 됐다.

임지현 문학사상 대표는 "바뀌는 세상에서 관습과 타성에 의한 독소조항은 빼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고 체제를 바꿔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작가도 "문학사상이 대상 수상 소식을 알리며 계약서 초안을 보냈는데 작가에게 이로운 계약서의 표본이라고 할 정도로 깨끗하고 단정했다"며 "마음 한켠에는 죄책감도 있었다. 누군가 먼저 움직이고 목소리를 내어 바꿔놓은 밥상을 '내가 그냥 먹어도 되나'란 미안한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시대에 따른 문학계 변화는 올해 수상작 선정 과정에서도 나타났다.

심사에 참여한 권영민 월간 '문학사상' 편집주간은 "최종심에 오른 작가 대부분이 2000년대 이후 등단한 작가들이었고 여성 작가들이 대다수였으며 단편 길이가 예전보다 짧아졌다"며 "또한 소재의 폭도 넓어져 그간 순문학에서 거론되기 어려운 성소수자 등 파격적인 소재 작품이 최종심에 올라온 것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대상 상금은 5천만 원이며 우수작 재수록료는 각 500만원이다. 제46회 작품집은 다음 달 출간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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