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마지막 남은 단관극장' 아카데미극장 '복원 vs 중단' 갈등
"복원 노력 7년간 켜켜이 쌓여" vs "그만큼의 가치 있는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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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카데미극장 외관(자료 사진) [원주시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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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금표(자료 사진) [원주시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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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사실(자료 사진) [원주시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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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카데미극장 내부(자료사진) [원주시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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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장 현관(자료 사진) [원주시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
"32억원 들여 매입했는데…가장 오랜 단관극장 복원 중단하라니"
'원주 마지막 남은 단관극장' 아카데미극장 '복원 vs 중단' 갈등
"복원 노력 7년간 켜켜이 쌓여" vs "그만큼의 가치 있는지 의문"
(원주=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먼지 쌓인 단관극장에 불을 켤 수 있을까'
단관극장의 원형을 국내에서 가장 오랫동안 보존하고 있는 '원주 아카데미극장' 복원사업의 추진과 중단을 놓고 지역사회가 시끄럽다.
멀티플렉스의 홍수 속에 밀려난 아날로그적 추억의 영화관을 되살려 지역 문화자원으로 복원해야 한다는 활발한 움직임에 대해, 12년 만에 시정 교체를 이룬 민선 8기 원주시장직 인수위원회가 최근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혈세를 투입하는 복원사업이 그만큼의 가치가 있느냐는 인수위 '복원 중단 권고에 대해 2016년부터 지금까지 7년째 보존·복원을 추진 중인 지역 시민사회가 그만큼의 역사·문화적 가치가 있다고 반박하고 있는 형세다.
◇ 국내에서 원형을 가장 오랫동안 보존하고 있는 단관극장
1963년 문을 연 아카데미극장은 국내에서 스크린을 한 개만 갖춘 단관극장의 원형을 가장 오랫동안 보존하고 있는 건축물로 알려졌다.
1935년 건립된 광주극장이 있지만 1967년 화재로 전소돼 다시 세워졌기 때문에 원형을 갖춘 가장 오래된 단관극장이라고 보기 어렵다.
원주에는 C도로(평원로)를 중심으로 한때 아카데미, 문화극장, 시공관, 군인극장, 원주극장 등 5개의 단관극장이 있었다.
원주주민들은 C도로를 '시네마 로드'(Cinema Road)라고 부르기도 했다.
2005년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원주에서 처음 개관하면서 이들 단관극장은 차례로 문을 닫았다.
현재 원주지역에는 5개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42개 상영관이 운영 중이다.
결국 2015년 11월 26일 문화극장이 철거되면서 단관극장의 흔적은 아카데미극장 건물만 남았다.
원주 아카데미극장 역시 2006년 폐관 이후 이렇다 할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한 채 철거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스크린이 하나인 단관극장이라는 아날로그 추억이 사라질 위기를 맞자 지역사회에서는 2016년부터 아카데미 극장을 문화유산으로 보존하자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 '7년간 복원 노력' 결실 보나 했더니…인수위 두 달여 활동에 반전
이른바 '먼지 쌓인 극장에 불을 켜자'는 취지의 아카데미극장 복원사업은 지역사회에서 자발적으로 시작돼 지금까지 7년째 이어지고 있다.
2016년 7월 원주시민 포럼에 이어 2017년 9월 '원주 단관극장 이야기 : 먼지 쌓인 극장에 불을 켜다'라는 기획전시가 열렸고, 2020년 4월 원주시와 극장 소유주 사이에 건물·토지 매입 협약을 맺었다.
지난해 2월에는 원주시민 1천 명 대상으로 한 아카데미극장 보전과 활용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데 이어 원주 아카데미극장 보존추진위원회가 발족했다. 그해 3월에는 '100인 100석 토론회' 등을 통해 시민 모금 1억 원을 달성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로 올해 1월에는 시비 32억 원을 들여 아카데미극장 건물과 토지를 매입하면서 복원사업은 탄력을 받는 듯했다.
하지만 민선 8기 원주시장직 인수위가 출범하면서 분위기는 급랭했다.
◇ 역사·문화적 가치 둘러싸고 극명하게 엇갈린 '시각차'
인수위가 최근 펴낸 활동 결과보고서에서 아카데미극장 복원사업에 대한 평가는 매우 냉혹했다.
인수위는 "복원사업에 대한 시민 공감대가 크지 않고 지속적인 시 재정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근대역사문화공간 재생 활성화 사업에서 최종 탈락했고, 역사적·문화재적 가치도 미비한 만큼 복원 필요성이 없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복원사업 중단 권고라기보다는 사실상의 사업 중단 결정에 가까운 평가라는 시각이다.
그러자 원주 아카데미극장 보존추진위원회는 이를 다시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보존위는 25일 "국내에서 가장 오랫동안 원형을 간직한 단관극장으로써, 건축물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시민 정서 속에서 시대성과 역사성이 살아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해 주장했다.
이어 "근대역사문화공간 재생 활성화 사업 탈락은 아카데미극장 복원사업이 아니라 중앙동 일대에 대한 평가"라며 "역사·문화적 가치는 근대건축, 도시재생, 지역문화 전문가들에 의해 여러 차례 검증됐고 시민의 지지도 확인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역사문화자산인 아카데미극장의 보존과 활용을 위한 재생사업을 중단없이 시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카데미극장 복원사업은 이미 투입된 매입 비용 32억 원 이외에도 극장 리모델링과 전시·커뮤니티 공간 조성 등 60억∼70억 원의 국·도·시비가 추가 투입돼야 해 원주시가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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