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후 日경찰에 쫓겨 뒷산에서 밤새우고 상해로 망명"

Heritage / 황수빈 / 2023-02-28 16:3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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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출신 이범교 애국지사…외손자 "경복궁 담넘어 왕족 자금 받기도"
▲ 이현곤, 이수자 부부 (대구=연합뉴스) 황수빈 기자 = 이현곤(82), 이수자(79) 부부가 28일 대구 동구 자택에서 이범교 애국지사의 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2023.2.28 hsb@yna.co.kr

▲ 이범교 애국지사 [이현곤씨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3·1운동 후 日경찰에 쫓겨 뒷산에서 밤새우고 상해로 망명"

경북 출신 이범교 애국지사…외손자 "경복궁 담넘어 왕족 자금 받기도"

(대구=연합뉴스) 황수빈 기자 = "외할아버지가 대구서 삼일운동을 하시다 일본 경찰에 쫓겨 뒷산에서 꼬박 밤을 새우고는 상하이(上海)로 망명을 갔어요."

3·1절을 하루 앞둔 28일 대구 동구에서 만난 이현곤(82)씨는 어린 시절 모친에게서 들은 외할아버지 얘기를 생생히 전했다.

이 씨의 외할아버지는 이범교 애국지사로 대구와 상해 등 국내외서 활동한 독립운동가다.

이 씨는 "할아버지가 임시정부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역할을 맡으셨다"며 "한번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변장을 하고는 한밤중에 경복궁 담을 넘어 왕족을 만나 자금을 받았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릴 때는 재밌는 무용담으로만 들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할아버지가 그만큼 생사를 넘나드는 어려운 삶 살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국가보훈처 독립유공자 공적정보에 따르면 이범교 애국지사는 1888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동산병원을 차려 의료업에 종사했다.

이후 1919년 대구에서 3·1독립운동에 참가했다가 일본 경찰의 지명수배를 받고는 상해로 망명했다.

이 지사는 임시정부에서 교통부의 교통위원을 맡았으며 국내외에서 독립운동 자금 조달, 정보 수집 등의 활동을 했다.

자금을 마땅히 구하기 힘들면 이 지사가 자신의 재산을 팔기도 했다고 이 씨는 증언했다.

이 씨는 "할아버지가 독립운동 자금을 구하기 어려울 때면 고향의 논이나 밭을 처분해서 마련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씨의 외가는 이범교 애국지사를 비롯해 독립운동가를 4명이나 배출한 명문가이기도 하다.

이 지사의 여동생인 이희경 씨, 매부인 조기홍·권도인 씨는 모두 국내외서 활동한 독립운동가다.

이 씨는 여든이 넘었지만 매년 경북 영천에 있는 이 지사의 추모비를 찾는다고 한다.

이 씨는 "어릴 때 할아버지가 숟가락으로 김을 찍어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어 항상 김을 구워 추모비를 찾아간다"며 "자식과 손자들도 꼭 데리고 간다"고 덧붙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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