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지고 깨지고 찢어지고…시민들 "외지 방문객에게 부끄럽다"
 |
| ▲ 황부자 며느리 친정 [촬영 배연호] |
 |
| ▲ 부서진 인형 조형물 [촬영 배연호] |
 |
| ▲ 황폐화한 산촌 재연 시설물 [촬영 배연호] |
 |
| ▲ 등산복 입은 누드 조각상 [촬영 배연호] |
'낙동강 발원지 전설' 황부자 며느리 친정이 폐가?
부서지고 깨지고 찢어지고…시민들 "외지 방문객에게 부끄럽다"
(태백=연합뉴스) 배연호 기자 = 고향의 봄 길로 주목받던 강원 태백시 본적산 황부자 며느리 친정 가는 길이 폐가 체험 길로 전락했다.
1천300리 낙동강 발원지 태백 황지연못에는 노승에게 시주 대신 두엄을 퍼 줬다는 황부자 전설이 전해진다.
태백시는 황부자 전설을 테마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총사업비 3억5천400만원을 투입해 본적산 아래에 외양간, 방앗간, 헛간, 인형 조형물 등 과거 산촌 생활시설을 재연한 황부자 며느리 친정 가는 길을 조성했다.
황부자 며느리 친정 가는 길은 2017년 4월 기차 여행 패키지 상품으로 판매되면서 전국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어 2018년에는 강원도 명품 길 조성 공모사업 선정, 문화체육관광부·한국관광공사 공동 선정 2018 봄 우리나라 걷기 여행 축제 10선 등 인기가 상종가를 쳤다.
본적산의 울창한 소나무 숲속 사잇길이 향수를 선사하는 데다 태백시 도심에서 접근성도 좋아 탐방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덕분이다.
태백시는 2019년 9월에는 황부자 며느리공원과 황지연못 일대에서 축제를 개최하기도 했다.
그러나 상종가를 친 후 불과 3년 만에 황부자 며느리 친정은 황폐화했다.
딸을 기다리는 아버지 인형 조형물 뒤편 친정 문짝의 나무 문살은 부서졌고, 한지 문풍지는 너덜너덜 떨어져 있었다.
곳간 안에는 낡고 망가진 브라운관 텔레비전 한 대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고, 방앗간 출입문은 파란 비닐로 막아 놓았다.
할머니, 엄마 등 친정 식구를 재연한 인형 조형물들은 부서지거나 색이 벗겨져 관람객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설치하자마자 '생뚱맞다'는 논란을 일으켰던 누드 조각상은 등산복을 입고 있었다.
주민 A씨는 24일 "도심에서 가까워 평소 시민들도 많이 찾는 곳인데, 수억원을 들여 설치한 각종 시설이 관리 소홀로 황폐화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안타깝고, 외지 관광객에게는 부끄럽다"고 말했다.
(끝)
(C) Yonhap News Agenc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