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령비는 다른 곳에…최근 5개 봉분 시굴 과정서 치아 등 발견
"전면적 유해 발굴과 추모공간 조성이 그들의 명예 회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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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감학원 사건 희생자 기리며 헌화하는 김동연 지사와 김영배 회장 (안산=연합뉴스) 19일 오후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김영배 회장이 경기 안산시 단원구에 위치한 선감학원 아동인권침해 사건 관련 유해 매장 추정지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2022.10.19 [경기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sol@yna.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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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감학원사건 유해 매장 추정지 [촬영 최찬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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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감학원사건 유해 매장 추정지 시굴 [촬영 최찬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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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감학원사건 희생자 위령비 [촬영 최찬흥] |
[르포] 잡초만 무성한 안산 '선감학원 사건' 유해 매장 추정지
위령비는 다른 곳에…최근 5개 봉분 시굴 과정서 치아 등 발견
"전면적 유해 발굴과 추모공간 조성이 그들의 명예 회복입니다"
(안산=연합뉴스) 최찬흥 기자 = "50~60년씩이나 묻혀 있습니다. 저도 12살 때 제 또래 아이를 매장했습니다. 전면적인 유해 발굴과 추모공간 조성이 우리들의 예의이고 그들의 명예 회복입니다."
20일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기자회견을 하루 앞두고 선감학원 희생자들의 유해 매장 추정지를 찾은 경기도선감학원아동피해대책협의회 김영배(67) 회장은 그간의 회한을 이렇게 전했다.
매장 추정지 지번은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 산 37-1, 면적은 2천400㎡가량이다.
선감학원 옛터에서 1㎞ 남짓한 거리의 야산이었는데 잡목들을 베어 내 반달 모양의 경사진 민둥산이 됐다.
울퉁불퉁한 땅은 온통 잡초로 뒤덮였고, 풀들이 말라가며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매장지 뒤편 소나무 숲과 맞붙은 곳에 지난 1일 열렸던 '선감학원 추모문화제' 플래카드 3개가 여전히 내걸려 심상치 않은 장소임을 알렸다.
매장지 입구에는 '선감학원 역사 순례길' 안내판이 세워져 있는데 어린아이 2명이 삽을 들고 작은 무덤을 만드는 모습의 판화가 보는 이들을 숙연하게 했다.
'섬감 묘역 목숨 걸고 바다를 건넌 소년들'이라는 제목에 이어 "누군가 바다에 떠밀려 왔다고 하면서 단체로 데려갔는데 따라가 보니 몸이 퉁퉁 불은 채였어요. 죽은 아이를 실제로 보니 두려움이 컸어요"라는 증언이 담겼다.
김 회장은 안내판을 보며 "내가 8살 때인 1963년 5월 서울 누나 집에 놀러 갔다가 심부름을 했는데 경찰에 잡혀 시립아동보호소에 넘겨졌고 다시 선감학원으로 오게 됐다. 5년 3개월 수용됐는데 많은 아이가 바다를 건너 화성 서신 쪽으로 탈출하려다 물에 빠져 숨졌다"고 기억했다.
그는 "시신이 선감학원 앞바다로 떠밀려오는데 부패가 심하면 바닷가 인근에 묻고 상태가 괜찮으면 이곳에 매장했다"며 "내가 12~13살 때 내 또래 아이를 매장하는 현장에 있기도 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김 회장은 매장지 인근 경기창작센터에 있는 선감역사박물관에서 매주 화요일 해설사로 일하며 선감학원의 아픈 역사를 알리고 있는데 근무 날마다 이곳을 찾아 옛 벗들을 추모한다고 했다.
인근 소나무숲까지 8천268㎡에는 180기 이상의 유해가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150기 이상이 선감학원 희생자라고 김 회장은 전했다.
지난달 26~30일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무연고 추정 봉분 5기를 시굴한 결과 치아 68개, 철제단추 4개, 플라스틱 단추 2개 등이 발견됐다.
치아는 고등학생 나이로 보였으며, 단추들은 선감학원 하계 원복 플라스틱 단추와 동계 원복 철제단추로 추정됐다.
시굴은 전체 매장 추정지의 약 10여%에 해당하는 면적(900㎡)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김 회장은 "증언들이 공통된 곳을 몇십 센티미터밖에 안 팠는데 모두 치아가 나왔다"며 "국가기관에서 유해 발굴을 한 것은 처음이었는데 서둘러 전체 유해 발굴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매장지를 추모공간으로 단장하고 인근 경기창작센터 앞에 임시로 세워진 위령비도 옮겨야 한다고 했다.
위령비에는 '한 역사'라는 제목의 추모시가 새겨져 있다.
"어둠 속 섬에도 동트는 새벽이 있었으련만 (중략) 그대들 이름 호명하나니 선감도 소년들이시여 어머니 기다리시는 집으로 밀물 치듯 어희 돌아들 가소서 이 비루한 역사 용서하소서"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인권유린이 자행된 선감학원 사건은 공권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라고 밝혔다. 1982년 선감학원이 폐원된 지 40년 만에 내려진 국가 차원의 첫 진실규명이다.
선감학원은 일제강점기인 1942년부터 안산 선감도에 설립·운영된 시설로, 8∼18세 아동·청소년들을 강제 입소시켜 노역·폭행·학대·고문 등 인권을 유린한 수용소다.
1946년 경기도로 관할권이 이관돼 1982년 폐쇄될 때까지 인권침해 행위가 지속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2018년 경기도기록관에서 4천691명의 퇴원아동 대장이 발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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