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품송 가지 부러지고, 영화 찍은 원정리 느티나무 고사
노쇠한 고목 많아 걱정…백송·황금소나무 잃은 악몽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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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지 또 부러진 정이품송 [보은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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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라죽기 전의 원정리 느티나무 [보은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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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라죽은 어암리 백송 [연합뉴스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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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으로 남은 속리산 황금소나무 [보은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소나무 고장' 충북 보은…수백년 명품 고목 연이은 수난
정이품송 가지 부러지고, 영화 찍은 원정리 느티나무 고사
노쇠한 고목 많아 걱정…백송·황금소나무 잃은 악몽 재현
(보은=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소나무의 고장'으로 이름을 떨쳐온 충북 보은군이 요즈음 10여년 전의 악몽을 다시 떠올리고 있다.
천연기념물인 정이품송의 곁가지가 최근 바람을 견디다 못해 꺾여 나가고, 사진작가들의 플래시 세례를 받던 보호수가 말라 죽으면서다.
23일 보은군에 따르면 지난 3일 수령이 600년 이상 된 속리산 정이품송(천연기념물 제103호)의 곁가지가 초속 5∼7m의 바람을 견디지 못한 채 부러졌다.
비가 자주 내리고 바람까지 세게 불다 보니 가지가 무거워진 상황에서 부러진 것 같다는 게 보은군의 설명이다.
지난달 27일에는 느티나무 보호수인 마로면 원정리의 '보은-6호'가 지정 해제됐다. 이 나무도 수령 500년이 넘은 것으로 추정되는 고목이다.
이 나무는 황금들판과 어우러진 멋진 풍경 덕분에 전국 사진작가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고, 드라마 '로드 넘버원', 영화 '달콤한 인생'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작년 봄부터 시들시들해지더니 올해 봄에 결국 싹을 틔우지 못하고 고사했다.
보은군에는 수백년 된 명품 나무가 많다.
정이품송 말고도 '정부인 소나무'로 불리는 서원리 소나무(제352호), 속리산 망개나무(제207호), 용곡리 고욤나무(제518호)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원래는 1그루 더 많은 5그루였지만, 보은읍 어암리 백송(전 제104호)이 말라죽으면서 2005년 8월 천연기념물에서 해제됐다.
속리산 법주사 뒷산 기슭에서 발견돼 화제를 모았던 황금소나무도 '추억 속의 나무'가 됐다.
이 나무는 발견 직후인 2003년 보호수로 지정됐으나 2004년 봄 폭설에 황금빛 가지 3개가 모두 부러진 뒤 회생하지 못했다.
보은군은 2009년 보호수 지정을 해제했다.
이 지역 명품 나무 상당수는 수 백년 된 고목이어서 태풍이나 폭설 등에 부러지거나 상처 입는 수난이 되풀이되고 있다.
보은군 보호수는 지정·해제 과정을 거치면서 한때 84그루에서 지금은 71그루로 줄었다. 이 가운데 500년 이상 된 나무가 무려 9그루나 된다.
보은군 관계자는 "보호수 수세를 유지하기 위해 매년 2쳔여만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면서 "이상증세로 수백년 된 보호수가 말라 죽을 때는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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