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자부심 '한글학자' 이윤재 선생…"추모공간 있었으면"

General / 박세진 / 2022-10-08 09: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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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계성학교 출신…달성 있던 묘소·묘비→대전·김해 분산 이전
조선어학회 33인 활동…잡지 '한글' 편집과 발행
▲ 한글학자 이윤재 선생 [연합뉴스 자료사진]

▲ 잡지 한글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구의 자부심 '한글학자' 이윤재 선생…"추모공간 있었으면"

대구 계성학교 출신…달성 있던 묘소·묘비→대전·김해 분산 이전

조선어학회 33인 활동…잡지 '한글' 편집과 발행

(대구=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대구에 한글학자이자 독립운동가인 한뫼 이윤재 선생을 기념할 수 있는 게 남아 있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한글학회 대구지회 김덕호 회장은 연합뉴스에 "한뫼 선생은 대구 계성학교를 다닐 때 우리말과 우리글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며 "한뫼 선생의 묘소가 40년 이상 대구 달성 하빈에 있었는데도 지금은 아무런 흔적이 없다"고 입을 열었다.

김 회장은 "한뫼 선생의 묘소와 묘비가 국립대전현충원과 김해 나비공원으로 각기 이전되기 전에는 매년 한글날마다 학회 회원들이 찾아가 참배를 했다"며 "지금은 추모 공간이 없는데 지금이라도 그를 기릴 수 있는 공간이 조성될 필요가 있다"고 씁쓸해했다.

대구 계성학교 출신인 한뫼 선생은 조선어학회 33인 중 한명이다.

1932년에는 조선어학회 기관지인 '한글'의 편집과 발행 책임을 맡았다.

일제의 민속 말살 정책인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갖은 고문을 당하다 1943년 감옥에서 순국했다.

그는 유족이 살던 수도권 인근에 묻혔다가, 1973년 그의 딸과 사위가 대구 달성군 하빈면 마천산으로 옮긴 뒤, 2013년 9월 국립대전현충원에 이장됐다.

그의 흔적이 대구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춘 건 2016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남 김해문화원은 사실상 방치된 그의 묘비를 유족과 함께 김해 한글박물관이 들어선 나비공원으로 이전시켰다.

이상규 한글학회 대구지회 전 회장은 "학회 차원에서 수차례 이 선생 묘소를 제대로 된 곳에 이장하자고 대구시에 설명했으나, 그가 대구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구와 무관한 사람이 절대 아니며, 묘비에 적힌 한글은 조선어학회 동료인 김윤경 선생이 직접 적어 보존가치가 높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선생이 어떤 고초를 겪으면서 한글을 지켜내셨는지 대구에서 자라나고 있는 아이들이 배울 수 있는 공간이나 기회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 선생의 묘비 3면에는 조선어학회 동료인 김윤경 선생이 한글로 그의 업적을 적어뒀다. 현존하는 순 한글 묘비 중 최초이자 가장 오래된 것으로 한글학회 측은 추정했다.

이 선생은 1888년 김해에서 태어나 지금의 대구 계성 중·고등학교의 전신인 계성학교에서 고등과정을 이수하며 우리 말과 글, 역사 연구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후 한글보급을 통한 민족운동에 뛰어든 이 선생은 조선어학회 동료들과 '한글 맞춤법 통일안'과 '조선어 표준말 모음' 등의 발표에도 동참했다.

1934년 설립된 진단학회에서는 국사연구에도 참여했다. 정부는 1962년 이 선생에게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내년은 이 선생이 서거한 지 80주기가 되는 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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