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에 독거노인 찾아 정 나누는 '사랑의 밑반찬'

Heritage / 강수환 / 2022-09-09 08:3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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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2008년부터 밑반찬 지원하며 보살펴
▲ 반려견 복돌이·부자와 함께 사는 독거노인 이말순씨 촬영 강수환

▲ 추석 앞두고 독거노인 집 찾은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직원 촬영 강수환

▲ 독거노인 최정임씨의 실버카를 고쳐주는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직원 촬영 강수환

▲ 침대맡에 놓인 최정임 할머니 가족사진 촬영 강수환

추석 명절에 독거노인 찾아 정 나누는 '사랑의 밑반찬'

대전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2008년부터 밑반찬 지원하며 보살펴

(대전=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복돌이랑 부자가 내 가족이지. 얘네 덕분에 명절이 외롭진 않어."

이말순(71)씨는 대전 중구 문화동에 있는 10평 남짓한 집에서 반려견 복돌이(3), 부자(3)와 함께 6년째 살고 있다.

6일 오후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 직원들이 방문했을 때 복돌이와 부자는 낯선 사람인 직원들을 향해 우렁차게 짖었다.

"여긴 재개발 동네라 사람들이 다 이사를 가버렸어. 그래서 무서울 때가 있는데 얘네가 지켜주니까 얼마나 든든헌지 몰라."

30년 전 홀로 된 이후로 혼자 살았다는 이씨는 기초생활수급자여서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에서 한 달에 두 번씩 이씨 집을 방문한다.

샛별재가노인복지센터는 2008년부터 지역의 저소득 독거노인에게 밑반찬 지원을 하고 있다.

이씨 집에 찾아오는 손님도 센터 직원들이 유일하다.

이날 직원들의 손에는 밑반찬 도시락 외에도 보자기에 싸인 크고 묵직한 것이 들려 있었다.

혼자 추석 명절을 쇠는 노인들을 위해 특별히 사과와 배, 전, 송편, 김 등을 두둑이 챙겨 보낸 것이다.

"아유, 과일이 너무 비싸서 잘 못 사 먹는데 이렇게 과일까지 챙겨주셨네. 너무 감사해 정말!"

자녀는 없고 언니와 여동생이 있지만 다들 몸이 아파서 얼굴 본 지는 오래됐다고 했다.

이씨도 신경정신과 약을 10년 넘게 복용 중이다.

본인 밥은 안 먹어도 반려견 밥은 꼭 챙기는 이씨는 그나마 2주에 한 번 센터에서 주는 밑반찬으로 제대로 된 식사를 하고 있다.

"그냥 하루하루가 똑같은 느낌이야. 오늘이 정확히 며칠인지도 모르고 사는 거야. 가족이 없지만 슬프진 않어. 얘네(복돌이·부자)가 예쁜 짓을 얼마나 하는지 몰라. 사람보다 낫다니까."

문화동에 사는 최정임(93)씨도 이날 집을 방문한 센터 직원들을 기다렸다는 듯이 반겼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최 할머니는 구강질환이 있어 대화가 어렵고 거동이 불편하다.

타지에 있어서 일 년에 한 번 보는 가족보다 센터 직원들 얼굴이 더 익숙하다.

그런 직원들은 생활하는 데 불편한 건 없는지 살뜰하게 최씨를 보살핀다.

외출할 때 끌고 다니는 보행차인 '실버카'도 직원들이 거동이 불편한 최씨를 위해 지원한 물품이다.

이날도 "총각, 이거 손잡이 좀 높여줄 수 있어? 낮아서 허리가 좀 아픈 것 같어"라고 힘겹게 내뱉는 말을 단번에 알아듣고 직원들은 실버카를 손봤다.

"고마워 죽겄어. 노인네 필요한 거 고쳐주고 항상 반찬 갖다주고 고맙다니깐 아주."

최씨는 센터에서 받은 송편과 전을 나중에 가족들이 오거든 준다고 그대로 냉동실에 넣어놓기 바빴다.

"그냥 혼자 있는 게 더 편할 때가 있어. 당연히 가족들 보고 싶고 그런데 다들 먹고 살기 바쁘니까"라며 최씨는 말끝을 흐렸다.

최씨의 흐릿한 눈은 침대맡을 향해 있었다.

침대 한편에 놓인 가족사진을 자기 전에 늘 들여다본다고 했다.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의 사진 옆으로는 시계가 6시 10분에 멈춰 있었다.

"가끔은 건강하던 젊었을 때 내가 그립고 북적이던 명절이 그리워. 그래도 이렇게 젊은이나 새색시가 가끔 와주면 얼마나 좋은지 몰라."

이날 최씨는 기자에게 손주 자랑을 하며 과거 이야기보따리를 한 시간가량 풀어놓았다.

냉장고에서 주섬주섬 우유를 꺼내 손에 쥐여주고 "명절 잘 보내"라는 덕담도 잊지 않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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