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문화결산] 코로나 강타…영화 생태계 위협하는 넷플릭스

K-DRAMA&FILM / 한미희 / 2020-12-17 08:00:17
  • facebook
  • twitter
  • kakao
  • naver
  • band
'기생충' 봉준호 감독, 아카데미까지 석권하며 각종 기록
여성 감독 활약 두드러져…'미투' 논란 김기덕 감독 해외서 사망
▲ 부대행사 없이 치러진 부산국제영화제도 띄어 앉기 [연합뉴스 자료사진]

▲ 오후 9시 이후 영업 금지된 서울 시내 영화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 넷플릭스 택한 '사냥의 시간' [연합뉴스TV 제공]

▲ 봉준호 '기생충', 아카데미 4관왕 [장현경 제작] 사진합성

▲ [오누필름·엣나인필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0 문화결산] 코로나 강타…영화 생태계 위협하는 넷플릭스

'기생충' 봉준호 감독, 아카데미까지 석권하며 각종 기록

여성 감독 활약 두드러져…'미투' 논란 김기덕 감독 해외서 사망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타를 맞은 영화계는 관객 수가 20년 전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신작 개봉이 줄줄이 연기되자 극장가는 텅 비어가는 틈에 세계적 온라인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가 급성장하면서 국내 영화 생태계마저 바꿀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됐다.

지난해 칸 국제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올해 초 상업 영화의 중심인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석권하며 온갖 기록을 만들어냈다.

여성 감독과 배우, 제작자들이 활약이 두드러지며 'F'(female) 등급 영화들이 봇물을 이뤘다.

◇ 극장 관객 6천만명…역대 최다였던 지난해의 28%

1월만 해도 1천684만명에 달했던 극장 관객 수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2월 737만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고, 4월에는 97만명으로 추락했다.

1∼11월 관객 수로 비교하면 올해 관객 수(약 5천843만명)는 역대 최다를 기록했던 지난해(2억421만명)의 28% 수준이다.

11월 말 시작된 3차 대유행이 장기화하고, 수도권에서 오후 9시 이후 극장 영업을 할 수 없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연말까지 예고돼 있어 전통적 성수기인 크리스마스 시즌 전망은 더욱 암울하다.

올해 극장 관객 수가 6천만명 수준이 된다 해도 이는 영화진흥위원회의 공식 집계가 시작된 2004년(6천925만명)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당시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가입률은 50%대로, 집계된 총관객 수는 1억3천516만명이었다. 통합전산망 가동 이전 집계를 기준으로 하면 올해 관객 수는 1999년(5천472만명)∼2000년(6천462만) 수준인 셈이다.

개·폐막식 등 부대 행사 없이 영화 상영만으로 열린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관객 수는 지난해의 10분의 1 수준에 그쳤다.

◇ 넷플릭스, 영화 생태계 바꾸나

넷플릭스가 제작한 봉준호 감독의 '옥자'(2017) 개봉 당시만 해도 넷플릭스의 극장 동시 공개 방침에 반발한 멀티플렉스 극장의 집단 거부로 '옥자'는 개인 극장에서만 소규모로 개봉해야 했지만 팬데믹으로 영화관이 고사 위기에 처했을 때 넷플릭스는 새로운 공룡으로 성장했다.

2월 말 개봉 예정이었던 '사냥의 시간'이 넷플릭스 독점 공개를 선택하며 파문이 일었다. 해외 세일즈사와 배급사의 법정 공방 끝에 합의하고 영화는 4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스릴러 영화 '콜'과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차인표'에 이어 200억원대 제작비를 들인 우주 SF 대작 '승리호'마저 여름과 추석 시즌 개봉을 노리다 결국 넷플릭스행을 택했다.

홀드백(hold back·개봉 이후 온라인 공개까지 필요한 기간)에 대한 합의를 이유로 넷플릭스 영화를 상영하지 않았던 CGV와 롯데시네마도 결국 지난 11월 넷플릭스 영화를 상영하기 시작했다.

◇ 아카데미 석권한 봉준호 감독

한국 영화 100주년이었던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거머쥐었던 봉준호 감독은 세계 상업 영화의 중심인 미국 할리우드에서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석권하며 각종 기록을 새로 썼다.

지난 2월 봉 감독은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을 휩쓸며 한국 영화뿐만 아니라 아카데미와 세계 영화 역사를 다시 썼다.

봉 감독의 아카데미 수상은 한국 영화 최초에 그치지 않는다. 92년 아카데미 역사상 외국어 영화가 작품상을 받은 것도, 작품상과 국제영화상을 동시에 받은 것도 처음이다.

한 사람이 한 작품으로 4개의 트로피를 받은 것도 최초다. 월트 디즈니가 1954년 시상식에서 4개의 트로피를 받은 적이 있지만, 장편 애니, 단편 다큐멘터리, 장편 다큐멘터리, 단편 영화 등 각기 다른 작품이었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받은 것은 델버트 맨 감독의 '마티'(1955) 이후 64년 만이자 역대 두 번째다.

◇ 여성 영화인들 활약에 F등급 영화 봇물

여성 배우와 감독, 제작자 등 여성 영화인들의 활약이 어느 해보다 두드러지며 'F등급' 영화가 봇물을 이뤘다.

F는 정치적 의미가 담긴 페미니즘(feminism)이 아닌 여성(female)에서 딴 약자로, 연출이나 각본, 주요 배역을 여성이 맡았을 때 F등급을 매긴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해외 각종 영화제 초청과 수상을 이어가고 있는 윤단비 감독의 '남매의 여름밤'과 임선애 감독의 '69세', 김초희 감독의 '찬실이는 복도 많지' 등이 대표적이다.

1990년대생 여성 배우들이 활약하고 여성 제작자가 만든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 팬데믹 와중에 유의미한 흥행 성적을 올렸고, '디바', '내가 죽던 날', '애비규환' 등 감독과 주연 배우가 모두 여성인 작품들도 잇달았다.

'침입자', '콜'도 여성 배우가 단독 혹은 투톱으로 이끌어 가는 장르영화라는 점에서 유의미한 평가를 받았다.

한해 만들어진 독립영화를 결산하는 서울독립영화제의 올해 본선 경쟁 부문에서 상영작의 여성 감독 비율은 67.5%에 달했다.

한편, 성폭력 고발 운동인 '미투' 가해자로 지목된 이후 해외에서 체류하던 김기덕 감독은 코로나19로 라트비아에서 급작스럽게 사망했다.

김 감독은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수많은 작품에서 남성의 시선으로 여성을 대상화하며 가학적으로 그렸다는 평가를 받으며 논란의 대상이 돼 왔다.

'미투' 당시 영화 촬영에 함께 한 배우와 스태프들이 그에게 폭언과 성폭행을 당했다고 잇달아 폭로했고, 김 감독은 해당 배우와 이를 보도한 언론을 고소했으나 패소하고 항소했다.

김 감독의 고소에 "2차 가해를 중단하고 자중하라"고 촉구했던 영화단체들은 그의 부고에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끝)

(C) Yonhap News Agency. All Rights Reserved

  • facebook
  • twitter
  • kakao
  • pinterest
  • naver
  • 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