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씨들' 남지현 "대단하면서도 답답한 캐릭터…색달랐죠"

▲ 배우 남지현 [매니지먼트숲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tvN '작은 아씨들' [tvN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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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 남지현 "대단하면서도 답답한 캐릭터…색달랐죠"

'헤어질 결심' 정서경 작가와 작업…"처음 보는 스타일의 극본'

데뷔 19년차…"원하는 것 향해 달려가는 건 오인경과 닮아"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인경이는 어떻게 보면 정말 대단한데, 다르게 보면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한 가지만 끈질기게 쫓아가며 사는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그려낼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죠."

그동안 밝은 캐릭터를 주로 택했던 배우 남지현이 tvN 드라마 '작은 아씨들'에서는 타협을 모르는 기자로 변신해 극에 무게감을 더했다.

'작은 아씨들' 종영을 앞두고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카페에서 만난 남지현은 "그동안 모두의 응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캐릭터들을 연기했는데, 호불호가 갈릴 색다른 캐릭터를 맡아 지인들은 제가 시청자 반응에 상처 받을까 봐 많이 걱정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캐스팅되고 감독·작가님과 첫 미팅을 했는데 오인경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정의하기 어려운 캐릭터여서 배역을 제안하기조차 미안했다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이어 "저를 보면 어떻게든 바른쪽으로 갈 것 같은 믿음직한 인상이 느껴진다는데, 그 점이 오인경이란 캐릭터와 잘 맞아떨어질 것 같아서 캐스팅됐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가난한 집안의 둘째 딸 오인경은 권력 있고 돈 많은 사람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질문하기 위해 기자라는 직업을 선택한다.

맷집이 강하고 정의감이 넘쳐서 서울시장 후보 박재상(엄기준 분)의 비리와 의혹을 집요하게 파고들지만, 결정적인 본질을 잘 놓치는 편이고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남지현은 "인경이는 목표를 향해 앞뒤 가리지 않고 겁 없이 직진하는데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앞만 바라보고 달릴 수 있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자문해 준 기자님께 여쭤보니 기자 중에는 하나를 끝까지 파고들어 큰 그림으로 그려내는 것에 엄청난 쾌감을 느끼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인경이 같은 사람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고서 주저하지 않고 겁 없이 연기했다"고 말했다.

'작은 아씨들'은 가난하게 살면서 많은 걸 포기해야 했던 세 자매가 거대한 사건에 휩쓸리면서 인생에서 돈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숙제를 풀어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사건의 발단은 첫째 오인주(김고은)에게 갑자기 20억 원이 생기면서부터다. 돈 때문에 양심을 버릴 수 없다고 생각하는 오인경은 가난하면 죽는다고 학습한 큰언니 인주, 부자의 삶을 동경하는 막내 여동생 인혜(박지후)와 여러 번 충돌한다.

남지현은 "인경이는 어릴 적 돈이 없다는 이유로 도둑으로 몰리는 경험을 하면서 돈에 대한 경계심이 커졌다"며 "돈이 인생에 있어서 중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그에 협조하고 싶지 않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드라마는 가난을 주제로 다루지만, 절망적으로 얘기하지 않고,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가난을 대하는 각자 다른 태도를 보여준다"고 짚었다.

'작은 아씨들'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 '친절한 금자씨', '박쥐', '아가씨', '헤어질 결심' 등을 집필한 정서경 작가가 극본을 맡았다.

남지현은 "대본이 소설책 같기도 했고, 대사가 많아 극적인 면도 있었다"며 정서경 작가와 함께 작업하는 과정이 색달랐다고 떠올렸다.

"한번은 대본에서 '우리는 이런 공감적인 인경의 모습을 처음 본다'는 지문을 읽고 우리라는 이름의 등장인물이 있는지 한참을 고민했어요. '우리는'이 알고 보니 시청자를 포함한 우리였더라고요. 우리가 등장하는 대본은 처음이었어요. 시청자들을 고려해 쓴 대본이었죠."

남지현은 2004년 MBC 드라마 '사랑한다 말해줘'에서 아역으로 데뷔해 어느덧 연기 생활 19년 차를 맞았다. 그는 어릴 적 친구에게 "오인경 그냥 너 아니냐? 다큐멘터리인 줄 알았다"라는 문자를 받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남지현은 "돌이켜 생각해 보니 누가 뭐라든 원하는 것을 향해 달려 나가는 모습이 비슷할 수 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성공의 단계가 있다면 오인경은 밑에서부터 시작해 한 계단씩 차근차근 밟아서 원하는 걸 얻어내는 캐릭터예요. 느리지만 확실한 것을 믿는 인생관이 저와 비슷하죠. 천천히 쌓아온 만큼 견고하기 때문에 불안해하지 않고 성취감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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