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기부 잇따르지만…" 명절이 더 팍팍한 그룹홈

Heritage / 박성제 / 2022-09-10 08:00:16
  • facebook
  • twitter
  • kakao
  • naver
  • band
보육원·종합복지관 등 대형 시설에 밀려 상대적 소외감
본가로도 못 가는 아이들, 외부활동으로 외로움 덜기도
▲ 기부함 황윤정 촬영(미디어랩)

▲ 추석 앞두고 재래시장에서 장 보기 [연합뉴스 자료사진]

"추석에 기부 잇따르지만…" 명절이 더 팍팍한 그룹홈

보육원·종합복지관 등 대형 시설에 밀려 상대적 소외감

본가로도 못 가는 아이들, 외부활동으로 외로움 덜기도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두 달 전부터 생활비를 아껴 추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명절이라 아이들 옷도 사 입히고 싶은데…."

10일 부산 북구에서 아동공동생활가정(그룹홈)을 운영하는 사회복지사 장모(48)씨는 이번 추석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장씨가 운영하는 그룹홈은 아동학대, 가정불화 등으로 가정 내에서 보호하기 어려운 만 19세 미만 청소년들이 거주하는 가정 형태의 시설이다.

현재 부산에는 모두 27개소의 그룹홈이 운영 중이며, 시설당 사회복지사가 2∼3명이 상주하며 5∼7명의 아이를 돌본다.

그룹홈은 정부 지원을 받아 운영된 지 20여년이 넘었지만, 보육원이나 종합복지관 등과 비교해 대외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다 보니 외부 후원이나 기부물품이 항상 부족한 편이다.

특히 추석 같은 명절의 경우 각종 복지 시설에는 후원이 잇따르지만, 그룹홈에는 제대로 된 기부가 들어오지 않아 난감한 상황이다.

부산시그룹홈지원센터 관계자는 "명절을 맞아 사회단체에서 어려운 이웃을 도울 때 주로 많이 알려진 보육원이나 장애인복지관 등을 떠올린다"며 "후원자 측에서 그룹홈을 먼저 알고 기부한 경우는 거의 없다 보니 명절 때마다 그룹홈 운영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요즘같이 물가가 오른 상황에서는 명절 지출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아이들에게 옷 한 벌을 사주거나 용돈을 주고 싶어도 주저하게 된다고 그룹홈 운영자들은 하소연한다.

장씨는 "올해는 구청에서 주선해 준 덕분에 한 단체로부터 재래시장 상품권을 후원받아 과일 등을 샀다"며 "냉장고에 음식을 채워놓으면 그래도 한동안은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 머무는 아이들은 명절인데도 가정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거나 부모가 접근금지 명령을 받았다는 이유 등으로 본가에도 가지 못한다.

사회복지사들은 혹여나 이 기간 우울감이 더하지 않을까 아이들의 기분을 환기하기 위해 외부 활동을 찾아 나서게 된다.

장씨는 "긴 연휴 동안 성묘를 하러 가거나 영화를 보는 등 아이들과 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활동을 해 외롭지 않은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부산시그룹홈지원센터 관계자는 "그룹홈은 대형 보육시설과 비교해 후원이 아주 부족해 항상 팍팍한 형편 속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며 "아이들이 편안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끝)

(C) Yonhap News Agency. All Rights Reserved

  • facebook
  • twitter
  • kakao
  • pinterest
  • naver
  • 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