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이주' 말레나 최 "해외입양 한국인, 운석으로 표현했죠"

K-DRAMA&FILM / 이영재 / 2023-04-30 08: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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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국제영화제 초청…덴마크로 입양된 감독 자전적 영화
▲ 말레나 최 감독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영화 '조용한 이주'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조용한 이주' 말레나 최 "해외입양 한국인, 운석으로 표현했죠"

전주국제영화제 초청…덴마크로 입양된 감독 자전적 영화

(전주=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덴마크에 사는) 한국인 입양아들은 세상에서 소외된 느낌을 받습니다. 영화 속의 운석은 그들을 상징하죠."

외국에 입양돼 성장하는 한국 청년의 내적 갈등을 그린 영화 '조용한 이주'를 연출한 한국계 덴마크 감독 말레나 최는 지난 28일 전주의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 영화는 덴마크 농촌 마을에 자그마한 운석 하나가 뚝 떨어지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러고는 이 마을에 사는 한국인 입양아 카를의 이야기로 들어간다.

외국으로 입양되는 한국인 아이들은 운석과 비슷하다. 누가 어느 나라에 보내질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에서 그렇다.

최 감독은 "카를의 삶은 덴마크의 공항에 도착하면서 시작됐다. 양부모가 한국에 가 그를 선택한 게 아니다"라며 "어떤 의미에서 카를은 (운석처럼) 우주에서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조용한 이주'의 배경은 전형적인 덴마크 농촌이다. 카메라는 소들이 풀을 뜯는 넓은 초원과 바람에 넘실대는 밀밭을 비춘다.

최 감독은 왜 하필 코펜하겐 같은 도시가 아닌 농촌을 택했을까.

그는 "주변과 조화를 못 이루는 아시아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했다"며 "이를 위해 밀밭, 파란 하늘, 농장 같은 덴마크의 전형적인 풍경을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덴마크 농촌의 풍경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이 작품은 한 편의 다큐멘터리 느낌이지만, 곳곳에 환상적 요소를 도입했다. 한국인으로 보이는 소녀는 마치 유령처럼 카를 곁에 왔다가 조용히 떠나곤 한다.

이는 소외된 입양아가 빠져드는 상상의 세계를 보여준다.

최 감독은 "사람이 자기 역사에 접근할 수 없다면 상상으로 채우는 수밖에 없다"며 "자기 과거를 알 수 없는 카를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자기 속에서 (상상으로) 그것을 찾아내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최 감독도 카를처럼 한국에서 태어나 덴마크에 입양돼 자랐다. '조용한 이주'에는 그의 자전적 요소가 짙게 깔려 있다.

최 감독은 "어린 시절 마음 깊은 곳에 구멍이 난 듯 허전한 느낌이었고, 때때로 분노를 느끼곤 했다"며 "춤을 추는 등 육체적인 활동으로 내적 갈등을 극복하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인종차별도 많이 당했다. 길거리에서 최 감독을 중국인으로 부르며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위협적으로 소리치는 행인과 마주친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한국을 6·25 전쟁으로만 아는 사람은 최 감독이 한국 출신이란 걸 듣고 '쓰레기 더미에서 왔니'라고 놀리듯 되묻기도 했다.

최 감독이 한국인 입양아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드는 건 삶의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노력인지도 모른다.

한국인 입양아를 다룬 최 감독의 영화는 '회귀'(2018)에 이어 두 번째다. 세 번째 영화도 준비 중이다. 이 영화가 나오면 한국인 입양아 삼부작이 완성된다.

지난 27일 개막한 전주국제영화제 국제경쟁 부문에 초청된 '조용한 이주'는 29일 국내 관객들에게 첫선을 보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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