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란수도 시절의 유산, 시민 참여·교육으로 재해석
유네스코 등재 추진 본격화…피란의 역사, 세계유산으로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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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 동아대 석당박물관인 부산 임시수도청사 [동아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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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무대(현 임시수도기념관) [부산관광공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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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년 진행된 피란 열차 역사여행 [부산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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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 중앙도서관이 펴낸 '사진과 신문으로 보는 피란수도 부산 1023' [부산중앙도서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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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 피란수도 흔적' 세계유산 등재 추진(CG) [연합뉴스TV 제공] |
[로컬의 재발견] 임시수도 부산의 시간…피란유산에 담긴 역사
피란수도 시절의 유산, 시민 참여·교육으로 재해석
유네스코 등재 추진 본격화…피란의 역사, 세계유산으로 도약
[※ 편집자 주 = 저출산·고령화와 청년 유출로 지역 소멸 위기가 커지는 가운데 연합뉴스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각 지역의 숨은 자랑거리와 이야깃거리를 재발견하는 기획을 시작합니다. 문화·경제·사회 전반에서 인물, 음식, 문화재, 특산물, 관광지 등은 물론 차별화된 경쟁력을 지닌 다양한 아이템을 발굴해 매주 토요일 송고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지역의 자부심 제고, 관광 활성화,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등을 추진함으로써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한국전쟁으로 대한민국 수도 서울이 기능을 잃자 부산은 임시수도로 지정됐다.
당시 부산은 1천23일 동안 수도 역할을 하며 전국에서 몰려든 피란민을 품었다.
대통령 관저부터 피란민 수용소에 이르기까지, 부산 곳곳에 남은 전쟁의 흔적은 오늘날 기억과 재건의 역사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시기의 유산은 현재 11곳의 문화재로 남아 그 시간을 전하고 있다.
◇ 부산에 남은 1천23일의 기록
피란 시절 부산은 정부 기능 유지와 국제 협력, 피란민 수용이라는 역할을 동시에 떠안았다.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로 쓰였던 공간(현 임시수도기념관)에서는 정책 결정과 외교 활동, 기자회견이 이어지며 전시 속에서도 국정 운영의 중심축이 유지됐다.
정부 부처 역시 부산으로 집결했다. 임시중앙청(현 동아대 석당박물관)을 중심으로 각 부처가 자리 잡으면서 전쟁 시기 주요 정책이 이곳에서 결정됐다.
보이지 않는 기반도 있었다. 국립중앙관상대(현 부산기상관측소)는 하루 24차례 관측을 통해 군 작전과 구호 활동을 뒷받침했다.
도시의 풍경은 급격히 달라졌다. 인구 47만명의 항구 도시는 순식간에 100만명이 넘는 피란민으로 붐볐고, 산비탈과 빈터마다 삶의 터전이 들어섰다.
아미동 비석마을과 우암동 소막마을은 그 흔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공간이다.
사람들의 사연도 켜켜이 쌓였다. 영도다리는 헤어진 가족을 찾는 만남의 장소가 됐고, 복병산배수지 일대에서는 제한된 급수를 받기 위한 긴 줄이 일상이 됐다.
국제 협력의 축 역시 부산에 모였다. 옛 동양척식주식회사 부산지점 건물은 미국대사관·공보원으로 활용됐고, 부산항 제1부두는 피란민과 유엔군, 구호물자가 오가는 관문 역할을 했다.
이외에도 유엔묘지와 하야리아 기지 역시 그 시절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남아 있다.
◇ 시민 참여로 되살린 피란수도
피란수도 시절의 유산을 단순한 기억에 머무르게 하지 않기 위해서는 재해석이 필수적이다.
이제 시민들은 '피란수도 부산'을 다양한 방식으로 기억하고 있다.
부산시는 피란수도 시민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시민 참여를 확대하고 있다.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피란수도의 역사를 배우는 프로그램이 진행됐고, 지난해에는 어린이 352명과 성인 52명이 참여했다.
올해는 피란정부의 국난 극복, 국제사회 구호 활동, 피란민의 삶과 예술 등을 주제로 동선을 구성해 유산 현장을 직접 둘러보는 투어도 준비돼 있다.
앞서 사진·그림·에세이 등 다양한 방식으로 현장을 기록하는 답사 프로그램도 운영된 바 있다.
2016년 시작해 올해 10년째를 맞은 '피란수도 부산 국가유산 야행'도 눈길을 끈다.
올해 7월 열리는 이 행사는 유산 일원에서 야경·야식·야화 등 '밤'을 주제로 한 8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영도대교에는 미디어파사드를 적용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문화유산 주변을 걸으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행사가 진행된다.
피란 시절 시민들의 배고픔을 달래주던 간식을 공유하는 체험도 준비돼 있다.
부산지역 예술단체와 함께한 창작 공연도 이어진다. 지난해 공연 '더 가까이, 피란수도 부산'은 4천450명의 관객을 모았다.
이 밖에도 피란수도 부산을 주제로 한 논문 공모전은 9회째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일반·학생 분야 32편, 전문연구자 분야 29편의 우수 논문이 선정됐으며, 총 8권의 자료집이 발간됐다.
부산시 관계자는 "연구 저변을 확대하고 미래 세대 신진 연구자를 발굴해 시정 학술 연구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 유네스코 등재 추진…세계로 나아가는 피란수도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피란의 역사는 이제 부산을 넘어 세계로 확장되고 있다.
부산시는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 유산'을 올해 유네스코 예비평가에 신청할 예정이다.
피란수도 유산은 2023년 5월 16일 국내 최초로 근대유산 분야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됐다.
지난해에는 국가유산청의 '세계유산 우선 등재목록'에 선정된 바 있다.
부산시는 상반기 중 국가유산청 협의와 전문가 자문을 거쳐 예비평가 신청서를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 부산에서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리면서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시는 회의 참가자들에게 원도심 투어를 제공해 피란수도 유산의 가치를 알린다는 구상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피란민 수용과 국난 극복의 최후 보루였던 부산의 피란유산을 세계유산으로 올려 문화도시로서 위상을 정립하고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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