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혜
| 2026-05-19 22:49:40
'대군부인' 역사왜곡 논란에 감독 이어 작가도 사과 "고증 부족"(종합)
유지원 작가 "고민 깊이 부족해…작가로서 반성" 사과문
박준화 감독, 인터뷰서 사과하며 눈물…"변명 여지 없이 제작진 대표해 가장 큰 책임"
(서울=연합뉴스) 장진리 고가혜 기자 = MBC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이 역사 왜곡 논란에 휘말린 가운데 주연 배우와 감독에 이어 극본을 집필한 작가도 사과했다.
유지원 작가는 19일 오후 공식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려 "'21세기 대군부인'의 고증 논란으로 시청자 여러분께 실망과 심려를 끼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조선의 예법을 현대에 적용하고 가상의 현대 왕실을 그리는 과정에서 철저한 자료조사와 고증이 부족했다"며 "특히 즉위식에서 구류면류관을 쓰고 '천세'라고 산호(山呼)하는 장면은 조선 의례를 현대에 적용하면서 고려했어야 할 역사적 맥락을 세심히 살피지 못한 저의 불찰"이라고 말했다.
유 작가는 "혹 더 큰 불편을 드리지 않을지 조심스러운 마음에 이렇게 말씀드리기까지 시간이 지체됐고, 더 많은 분께 폐를 끼치게 됐다"며 "제 고민의 깊이가 부족함으로 인해 상처받으신 모든 분께 다시 한번 깊은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밝혔다.
이어 "시청자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비판과 지적을 마음에 새기고, 작가로서 부족했던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겠다"고 덧붙였다.
'21세기 대군부인'은 2022년 MBC 극본공모전 당선작이자 유 작가의 데뷔작으로, 입헌군주제가 남아 있는 가상의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평민인 재벌 성희주(아이유 분)와 왕의 둘째 아들인 이안대군(변우석)의 로맨스를 그렸다.
아이유와 변우석이 주인공으로 캐스팅되면서 이 작품은 올해 최고 기대작으로 꼽혔으나, 방송 중 역사 왜곡 논란으로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지난 15일 11화의 이안대군이 왕위에 오르는 즉위식에서 왕이 자주국의 황제가 쓰는 십이면류관 대신 제후국(제후가 다스리는 나라)에서 사용하던 구류면류관을 착용하고, 신하들이 자주국의 상징인 '만세' 대신 제후국이 쓰는 '천세'를 외쳐 일각에서 동북공정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21세기 입헌군주제가 남아 있다는 가상의 배경이지만 자주국인 대한민국에 부적절한 설정이라는 취지다.
연출을 맡은 박준화 감독 역시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언론 인터뷰에서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밝히며 눈물을 보였다.
그는 "드라마를 보시는 분들이 모두 즐겁고 행복하게 힐링할 수 있는 작품으로 남길 바랐다. 하지만 힐링이 아니라 죄송한 상황을 만들었다"면서 "변명의 여지 없이 제작진을 대표해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인터뷰 시작부터 "여태까지 같이 노력하며 이 드라마를 만들어 온 연기자들의 노력에 보상보다 어려움을 느끼게 한 것 같아 죄송스럽고 사죄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11화의 즉위식 장면 외에도 극 중 역사 고증 문제를 불러온 장면은 또 있었다.
일례로 적통 왕자 이안대군의 배우자인 성희주를 '부부인' 대신 후궁 소생 왕자의 배우자를 일컫는 '군부인'으로 부르거나, 어린 왕(김은호)을 대신해 대비(공승연)가 아닌 대군이 섭정을 맡는 설정도 문제가 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고증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지만, 박 감독은 "작가님도 대본을 쓰실 때 고증을 받은 것으로 안다"며 "이 드라마는 조선 왕조가 600년간 유지되고 있다는 설정이었고 자문도 조선 왕조에 맞춰져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판타지적인 스토리라고 해도 왜 우리 역사 안의 자주적인 부분을 투영하지 못했을까, 제 무지함이었던 것 같다"며 "왜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 너무 후회스럽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와 관련해 국가유산청 국가유산위원인 이은주 국립경국대학교 한류문화전문대학원 문화융합콘텐츠학과 명예교수는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조선이라고 설정한다면 왕이 구류면류관을 쓰고 신하들이 '천세'를 외치는 것이 고증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대한제국을 선포하면서 십이면류관과 십이장복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논란과 관련, 앞서 지난 16일 제작진은 "세계관 설정과 역사적 고증 이슈로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19일에는 재방송 및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디즈니+를 통해 공개된 영상의 오디오와 자막을 수정했다.
주연배우인 아이유와 변우석 역시 지난 18일 "고민이 부족했다"며 나란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과문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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