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의 창] "두 문화 품은 아이들, 노래로 한국과 중앙아 이어요"

조정희 광주고려인마을어린이합창단장…"미래 잇는 희망 되길"

박현수

| 2026-09-10 09:41:55

▲ 조정희 광주 고려인마을어린이합창단 단장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조정희 광주 고려인마을어린이합창단 단장. 2026. 9. 10. phyeonsoo@yna.co.kr
▲ 조정희 광주 고려인마을어린이합창단 단장 [본인 제공]
▲ '2026 중앙아시아 봄맞이 축제' 무대에 선 광주 고려인마을어린이합창단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지난 5월 16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2026 중앙아시아 봄맞이 축제'에서 광주 고려인마을어린이합창단이 무대에 올랐다. 맨 오른쪽 합창단을 지휘하는 조정희 단장. 2026. 9. 10. phyeonsoo@yna.co.kr
▲ '2025 세계한인회장대회' 무대에 선 광주 고려인마을어린이합창단 지난해 10월 1일 서울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2025 세계한인회장대회' 및 제19회 세계한인의 날 기념식에서 고려인마을어린이합창단이 공연하고 있다. [광주고려인마을 제공]
▲ 재외동포청 주최 '2026 코리안 페스티벌'에서 공연하는 고려인마을어린이합창단 [광주 고려인마을 제공]
▲ 광주 고려인마을 청소년 오케스트라 '아리랑' 정기연주회 2025년 12월 광주 문예정터갤러리씨어터에서 열린 고려인마을 청소년 오케스트라 '아리랑' 정기연주회 모습. 조정희 단장은 오케스트라 '아리랑' 지휘도 맡고 있다. [광주 고려인마을 제공]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아이들의 노래가 고려인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는 희망의 노래가 되길 바랍니다."

광주 고려인마을어린이합창단의 조정희 단장은 9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조 단장에게 합창은 단순한 음악 교육을 넘어선 의미를 지니고 있다.

중앙아시아와 러시아 등에서 부모를 따라 한국으로 온 어린이들이 노래를 통해 자신의 뿌리를 이해하고 고려인의 이주와 정착 역사를 배우며 정체성과 자긍심을 키워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는 "아이들이 스스로 자긍심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한민족의 뿌리를 가진 아이들이 연습을 통해 한목소리로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면서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두 나라의 문화와 언어를 함께 품고 문화의 다리 역할을 수행하는 중요한 존재"라며 "합창을 통해 그 역할을 훌륭히 해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합창단은 2017년 창단돼 그동안 크고 작은 무대에 300회 넘게 섰다. 현재 초·중학생 단원 20명이 활동하고 있다.

단원들은 고려인 4∼5세대 어린이 등으로 구성됐다.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러시아 등 출신 국가와 성장 배경은 서로 다르지만 고려인이라는 정체성을 공유하며 음악으로 소통하고 있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던 아이들에게 처음부터 합창 연습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사람들 앞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하던 아이들이 다수였다.

조 단장은 "아이들에게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끊임없이 격려하며 연습과 무대를 이어갔다"며 "평소 소극적이고 자기표현에 어색했던 아이들도 노래할 때만큼은 표정과 목소리가 밝게 달라진다. 그 변화를 지켜보는 시간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전했다.

매주 수요일 저녁 단원들이 모이는 고려인마을 교회 연습실에서는 한국어와 러시아어가 자연스럽게 오간다. 두 언어에 모두 익숙한 아이들이 동료 단원들의 이해를 돕는 다리 역할을 자처하기도 한다.

조 단장은 2020년 고려인마을 청소년 오케스트라 '아리랑' 지휘를 맡아 고려인마을과 인연을 맺었으며, 2023년 9월부터 합창단을 이끌고 있다. J 코러스와 맑은소리 아카데미 대표, 문예정터 갤러리 씨어터 음악감독, 남부대 유아교육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합창단은 그동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행사, 문화예술축제, 국제교류 행사 등에 초청돼 고려인의 삶과 정체성을 담은 노래를 불러왔다.

특히 지난 1월 재외동포청이 주최한 '2026 코리안 페스티벌'과 지난해 10월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2025 세계한인회장대회 및 제19회 세계한인의 날 기념식 무대에도 올라 감동을 전했다.

조 단장은 "큰 무대에 서고 반복해서 연습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눈에 띄게 성장했다"며 "자신의 실수가 팀 전체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몸소 배우며 책임감과 집중력이 깊어졌다"고 돌아봤다.

빠듯한 일정 속에서도 단원들은 학업과 연습을 병행하고 있다.

다만 합창단의 지속적인 운영을 위한 지원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조 단장은 "아이들이 재정적 부담 없이 마음껏 노래할 수 있도록 지자체와 재외동포청 등의 인프라 지원은 물론, 지역 기업의 장학금 및 정기 후원 연계 프로그램이 더욱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고려인의 역사는 곧 우리의 역사"라며 "아이들이 우리의 과거이자 현재이며 미래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이들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귀를 기울여주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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