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여기모인 분들은 소녀"…쎄시봉과 마지막 추억남긴 관객들

조영남·송창식 등 '쎄시봉 라스트 콘서트'…"완전체 모이기까지 57년"
2천600여석 매진…조영남 "평균연령 80세 가수들 보러 와주셔서 감사"

최주성

| 2025-10-11 22:33:01

▲ '쎄시봉, 더 라스트 콘서트' 무대 오른 가수들 왼쪽부터 가수 김세환, 조영남, 윤형주, 송창식 [촬영 최주성]
▲ 트윈폴리오 무대 선보이는 송창식과 윤형주 [촬영 최주성]
▲ 독무대 하는 가수 조영남 [촬영 최주성]
▲ '쎄시봉, 더 라스트 콘서트' 출연진 왼쪽부터 방송인 이상벽, 가수 송창식, 조영남, 윤형주, 김세환 [쇼플러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오늘 여기모인 분들은 소녀"…쎄시봉과 마지막 추억남긴 관객들

조영남·송창식 등 '쎄시봉 라스트 콘서트'…"완전체 모이기까지 57년"

2천600여석 매진…조영남 "평균연령 80세 가수들 보러 와주셔서 감사"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오늘 젊은 분들도 많이 오셨는데, 여기 계신 60·70대 소녀들은 형주 오빠가 무대에 서면 소리를 질렀던 소녀들입니다."

통기타를 메고 등장한 가수 윤형주가 공연장에 모인 '소녀들'을 향해 인사를 건네자, 객석 이곳저곳에서는 '오빠'하는 탄성이 연달아 터져 나왔다.

이어 윤형주가 '조개껍질 묶어'라는 소절로 유명한 '라라라'를 부르자 관객들은 MT를 떠난 대학생처럼 자신과 옆 사람의 손바닥에 번갈아 손뼉을 치며 미소를 지었다.

11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쎄시봉, 더 라스트 콘서트'에서 가수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방송인 이상벽 등 쎄시봉 멤버들은 관객들과 찬란했던 추억을 나누는 모습이었다.

쎄시봉은 1960년대 서울 무교동에 자리했던 음악감상실이자 청년문화의 중심지가 되었던 공간이다. 이날 무대에 오른 가수들은 당시 쎄시봉과 라이브 클럽을 바탕으로 포크 가수로 성장한 이들이다.

과거 몇 차례 합동 공연을 개최해온 쎄시봉 멤버들은 지난달 새 전국투어에 나섰다. 57년 만에 쎄시봉 주축 5인이 함께하는 투어를 기획한 이들은 이번 투어가 쎄시봉의 이름으로 개최하는 마지막 공연이 될 것이라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이날도 마지막 공연을 보기 위한 팬들이 모이면서 2천600여석이 매진을 기록했다.

'포에버 쎄시봉'(Forever C'est Si Bon)이라는 문구가 적힌 무대에 오른 가수 네 사람은 '라이온 킹' 삽입곡 '더 라이언 슬립스 투나잇'(The Lion Sleeps Tonight)과 '세이브 더 라스트 댄스 포 미'(Save The Last Dance For Me)를 부르며 경쾌하게 공연의 막을 열었다.

진행을 맡은 이상벽은 "각자 개성껏 노래를 부르다 모이기까지 57년 결렸는데, 완전체 공연은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며 "노래가 예전만 할까 싶으시겠지만, 이제야 제대로 익은 노래를 부를 수준이 됐다"고 말해 관객의 호응을 얻었다.

이후에는 김세환을 시작으로 윤형주, 송창식, 조영남이 차례로 독무대를 선보이며 다채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멤버들이 노래를 시작할 때마다 객석에서는 "아직 안 변했네," "목소리가 여전히 맑다"라는 감탄이 이어졌다.

과거 '트윈폴리오'로 활동했던 윤형주와 송창식은 '하얀손수건'과 '향수' 등을 부르며 변함없는 호흡을 자랑했다. '향수'에서는 송창식이 이야기를 들려주듯 나지막한 목소리로 저음을 구사하고 윤형주가 미성을 더해 관객을 사로잡았다.

윤형주는 송창식을 두고 "최고의 기타리스트고, 송 선배로 인해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말하며 돈독한 우정을 드러냈다.

쎄시봉 멤버들은 공연 도중 여유 넘치는 애드리브로 관록을 뽐내기도 했다.

송창식은 '담배가게'의 후렴구에서 익살스러운 표정과 함께 손가락으로 V자를 그려 보이며 여유를 보였고, 조영남은 '화개장터'의 후렴 소절을 즉석에서 개사해 부르며 관객들의 웃음을 끌어냈다.

공연 후반부 다시 뭉친 쎄시봉 멤버들이 '리버스 오브 바빌론'(Rivers of Babylon), '우리들의 이야기' 등을 부르자 객석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아올랐다.

힘찬 박수를 받으며 무대를 마친 멤버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마지막 공연을 함께한 관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조영남은 "평균 연령이 80이 다 되어 가는 가수들의 노래를 무엇이 좋다고 들으러 왔는지…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라고 말했다.

"20대에 만나 각자 무대에서 활동하다가 여든을 앞두고 합동 공연을 하게 되니 이렇게 고마울 수 있을까요. 여러분께서 마음껏 응원해주신 덕분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여러분의 정성을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이상벽)

이날 공연장 주변은 쎄시봉과의 마지막 추억을 남기기 위한 다양한 나이대의 관객으로 붐볐다. 부모님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자녀들이 가족사진을 촬영하는 모습이나, 무리 지어 기념사진을 찍는 중년 여성 관객들도 눈에 띄었다.

직장 동료들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여성 정모(66) 씨는 "김세환의 팬이라 중학생 때부터 공연을 보러 다녔고, 과거 쎄시봉의 합동 공연도 관람했다"며 "쎄시봉의 하모니를 정말 좋아하는데 마지막 공연이라고 하니 아쉽다. 가능하면 멤버 일부라도 모여서 다시 공연한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쎄시봉, 더 라스트 콘서트'는 12일에도 열린다. 이들은 이후 부산, 인천, 대구, 수원 등지를 순회하며 관객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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