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윤
| 2026-03-07 22:34:55
[WBC] 일본에 잘 던지던 불펜 왜 바꿨나…대만전 고려한 현실적 선택
최고 구위·제구 뽐내던 조병현-손주영-고우석 30구 이전에 교체 아쉬움
'30구 투구시 하루 휴식' 규정 탓 대만전 '불펜 올인' 염두에 둔 듯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야구대표팀의 최대 약점은 불펜이다.
대표팀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활약하는 한국계 강속구 투수 라일리 오브라이언을 마무리 투수로 낙점했으나 오브라이언이 종아리 부상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하면서 구상이 꼬였다.
여기에 국내 불펜 투수들은 WBC 개막을 앞두고 치른 두 차례 공식 연습경기에서 줄줄이 제구 문제를 드러냈다.
대표팀은 지난 2일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와 연습경기 3-3으로 맞선 9회에 김택연(두산 베어스)이 제구 난조를 보이며 패배 위기에 몰렸다가 겨우 경기를 마무리했다.
3일 오릭스 버펄로스와 연습경기에선 송승기(LG 트윈스), 고우석(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산하 마이너리그), 김영규(NC 다이노스), 조병현(SSG 랜더스), 유영찬(LG)이 4⅔이닝 동안 5피안타 사사구 9개를 남발했다.
불펜 운용 방안은 한국 대표팀의 2라운드 진출의 핵심 과제였다.
대표팀은 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 C조 조별리그 2차전 일본과 경기에서 잘 던지던 불펜 투수들을 너무 짧게 활용했다.
3-3으로 맞선 3회말 선발 투수 고영표(kt wiz)의 뒤를 이어 등판한 조병현은 긴장한 내색 없이 자기 공을 마음껏 던졌다.
첫 타자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 레드삭스)에게 우월 솔로 홈런을 허용했으나 오카모토 가즈마(토론토 블루제이스)를 외야 뜬 공으로 처리하며 이닝을 끝냈다.
4회에도 볼넷 1개만 내주면서 일본 타선을 효과적으로 막았다.
그러나 조병현은 5회에 좌완 손주영(LG)과 교체됐다.
손주영은 한신과 연습경기에서 제구가 좋지 않아 우려를 샀으나 이날 경기에선 위력적인 투구를 펼쳤다.
정확한 제구와 시속 150㎞를 넘기는 강속구로 5회를 무실점으로 막았다.
그러나 손주영도 1이닝만 던지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6회에 등판한 고우석도 우려와 달리 빠른 공을 던지며 6회를 삼자 범퇴로 막았다.
전성기 시절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투구였다.
그러나 고우석도 길게 던지지 못했다. 7회 박영현(kt wiz)에게 공을 넘겼다.
박영현은 선두 타자 마키 슈고(요코하마 베이스타스)에게 볼넷을 내주는 등 2사 1, 3루 위기를 자초했고, 구원 등판한 김영규는 연속 볼넷으로 5-6 역전을 허용했다.
이어 요시다에게 2타점 중전 적시타를 얻어맞았다.
한국은 결국 6-8로 패하며 아쉽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대표팀은 왜 잘 던지던 불펜 투수들을 일찍 바꿔 위기를 스스로 불렀을까.
이유는 WBC 투구 수 제한 규정에서 찾을 수 있다. 조별리그 1라운드에서 30개 이상의 공을 던진 투수는 다음 날 하루를 쉬어야 한다.
이날 30개 이상을 던지면 8일 열리는 대만전에 투입할 수 없다.
한국은 애당초 C조 1위가 유력한 일본보다는 2위 경쟁 상대인 대만전에 전력을 집중하는 전략을 세웠고 구위가 좋은 불펜 투수들을 한일전에서 최대한 아꼈다.
조병현(26구), 손주영(18구), 고우석(13구)이 모두 30구 이하의 공을 던진 뒤 교체된 이유다.
반면 일본은 두 번째 투수 이토 히로미(닛폰햄 파이터스)가 잘 던지자 그에게 3이닝을 맡겼다.
만약 대표팀이 조병현, 손주영, 고우석을 더 길게 활용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2006년과 2009년 일본의 심장 도쿄돔에서 일본 대표팀을 무너뜨린 장면을 기억하는 팬들에겐 못내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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