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수
| 2026-05-16 22:03:53
"유르트·칼팍·나우루즈…서울광장이 중앙아시아로"
5개국 공연·체험·영화…KF '중앙아 봄맞이 축제' 도심 한복판서 성황
한·중앙아 정상회의 앞두고 "잘 몰랐던 이웃 나라, 이렇게 가까웠네"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전통 모자를 머리에 얹어보고, 낯선 언어로 된 책갈피를 만들고, 초여름 밤 야외 스크린 앞에 둘러앉아 중앙아시아 영화를 감상했다. 16일 서울광장은 하루 동안 중앙아시아가 됐다.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이날 서울광장에서 개막한 '2026 중앙아시아 봄맞이 축제'(나우루즈)에는 주말을 맞아 가족 단위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 등 많은 인파가 몰렸다.
오후 4시 개막 공연의 포문을 연 것은 광주 고려인마을 어린이합창단이었다. 우크라이나·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러시아 등 다양한 국가 출신 고려인 동포 자녀들로 구성된 이 합창단은 러시아어와 한국어를 넘나들며 고려인 디아스포라의 삶과 기억이 담긴 노래를 선보여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했다.
이후 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의 전통 공연이 차례로 이어지며 한·중앙아시아 문화의 어울림을 펼쳐냈다.
자신들의 국가 전통 음악이 연주되자 흥에 겨워 무대 앞으로 나가 춤을 추며 노래를 함께 부르는 장면도 눈에 띄었다.
공연 못지않게 체험 부스도 인기를 끌었다.중앙아시아 5개국 주한대사관이 각국 문화소개 부스를 운영한 가운데, 전통 모자 '칼팍'과 '도프', 전통 부채 '옐피기치', 전통 가옥 '유르트'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에는 어린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퀴즈 이벤트에서는 "올해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수교는 몇 주년이냐?"는 문제가 출제됐고, 34주년을 맞힌 정답자에게는 우즈베키스탄의 상징색 7가지로 그려진 기념품이 증정됐다.
중앙아시아 전통 음식과 디저트를 파는 먹거리 부스도 긴 줄이 이어졌다.
가정의 달을 맞아 둔촌초등학교 1학년인 딸 아윤 양과 함께 행사를 찾은 임태형(45) 씨는 "평소 잘 알지 못했던 중앙아시아 문화를 아이와 함께 현장에서 배울 수 있어 교육적 가치가 높았다"며 "스탬프 찍기 등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특히 좋았다"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 홍보 부스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우미다(25) 씨는 "생각보다 많은 한국인이 우즈베키스탄을 알고 있고, 현지 여행이나 전통 음식을 경험한 분들도 많아 놀랐다"고 했다. 그는 "서울광장이라는 도심 입지 덕분에 지난 3월 뚝섬에서 열린 나우루즈 축제보다 훨씬 많은 시민이 찾아왔다"고 덧붙였다.
94세 노모와 함께 미국 뉴욕에서 온 한 재미동포는 이날 최고령 참가자이자 가장 먼 곳에서 온 관람객으로 선정돼 선물을 2개 받으며 환하게 웃었다.
해가 지자 서울광장은 야외극장으로 변신했다.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키르기스스탄의 '쿠르만잔 닷카', 투르크메니스탄의 '아트 투르크' 등 중앙아시아 각국의 영화가 대형 스크린을 통해 상영됐다.
시민들은 광장 잔디와 야외 좌석에 앉아 초여름 밤 낯설지만 흥미로운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서울 도심에서 중앙아시아 영화를 야외 공개 상영하는 방식은 국내에서 흔치 않은 시도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한편, 축제는 17일에도 이어진다. 오후 4시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전통 공연을 시작으로 퓨전 국악 공연이 이어진다.
신혜진·김지영·이명애 작가가 참여하는 작가와의 만남의 시간도 마련된다. 저녁 8시 30분부터는 앨런 니야즈베코프 감독의 '나의 카자흐스탄 가족'이 상영될 예정이다.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로 운영되며 사전 신청 없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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