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면 속 깊은 공간…김현식 학고재 개인전

강종훈

| 2021-09-09 17:32:33

▲ 김현식 '현玄을 보다/B' [학고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김현식 개인전 전경 [학고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평면 속 깊은 공간…김현식 학고재 개인전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표면은 투명하고 매끈하다. 그 속에는 수직으로 뻗은 수많은 실선이 층층이 쌓여있다. 분명히 벽에 걸린 평면 작품이지만 끝없이 빠져들어 갈 것 같은 입체감을 느끼게 된다.

종로구 소격동 학고재 갤러리에서 8일 개막한 개인전 '현(玄)'에서 김현식(56)은 평면 속에 색과 형태를 이용해 만들어낸 깊은 공간을 선보인다.

그는 투명 레진을 붓고 말린 뒤 송곳 같은 뾰족한 도구로 수직으로 선을 긋는다. 화면에 색을 칠하고 닦아내면 긁힌 곳 사이에 스며든 색이 남는다. 여기에 또다시 레진을 붓고 같은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하면 셀 수 없이 많은 선이 나타나 평면을 입체 공간처럼 바꾼다.

3년여 만의 개인전에서 작가는 평면 속 공간을 더 넓고 깊게 구현했다. 또 원색을 쓴 이전 작품과 달리 검은색과 흰색을 쓴 신작도 내놓았다.

작가는 "내가 진정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대상이 아닌 선과 선 사이의 공간"이라며 "색, 면으로 보였던 작품에 가까이 다가가면 선이 보이고, 더 다가서면 선과 선 사이의 공간이 보이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작가로서 나의 역할은 그 공간까지 관객을 안내하는 것"이라며 "그 이후에 무엇을 보는가는 관객에게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검을 현(玄)'은 '검을 흑(黑)'과 달리 단순히 검은색을 뜻하지 않는다. '흑'이 빛을 흡수하는 검은색이라면, '현'은 모든 색이 섞여 검어진 색을 뜻한다. 김현식은 '현'처럼 모든 것을 품은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전시는 다음 달 1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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