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용
| 2021-09-05 18:48:56
크레익, 19경기 만에 청산한 키움 외국인 타자 흑역사
2경기 연속 3안타에 KBO리그 첫 홈런+5타점 대폭발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제리 샌즈가 나간 이후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는 외국인 타자 흑역사에 시달렸다.
2020년의 테일러 모터와 애디슨 러셀, 올해 전반기의 데이비드 프레이타스까지 3명의 외국인 타자가 족족 실패했다.
지난 시즌 시작을 함께한 모터는 10경기만 뛰고 방출됐고, 화려한 이력으로 기대를 모았던 러셀도 실망스러운 성적을 남기며 재계약이 불발됐다.
프레이타스도 결국 시즌 절반을 넘기지 못하고 팀을 떠났다. 그런데 그 흑역사의 끝이 보인다.
올해 후반기 시작부터 함께한 윌 크레익이 흑역사로 몸서리를 쳤던 키움 팬들에게 진정한 외국인 타자를 보유한 기분을 만끽하게 해주고 있다.
크레익은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벌어진 SSG 랜더스전에서 2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마수걸이 홈런 포함 5타수 3안타 5타점으로 대폭발했다.
키움은 이날 SSG에 밀어내기로만 3점을 내주고, 내야진에서 치명적인 실책 2개가 나오는 등 지리멸렬한 경기력 속에 4-8 역전을 허용했다.
한숨만 나왔던 이 날 경기는 곧 크레익의 '원맨쇼'에 대한 감탄으로 바뀌었다.
크레익은 1회말 SSG 선발 김건우를 상대로 선제 중월 투런포를 터트렸다. 19경기 만에 KBO리그 첫 홈런을 쳤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크레익은 7회말 추격의 2타점 2루타를 터트린 데 이어 8회말에는 쐐기 2루타를 날렸다.
2경기 연속 3안타에 안타 3개가 모두 장타였다. 키움이 10-8 재역전승을 거둔 데에는 크레익의 지분이 거의 절대적이었다.
경기 뒤에 만난 크레익은 "첫 홈런이 나와서 너무 기분이 좋다"며 "단순히 홈런을 쳤다는 것뿐만 아니라 이 홈런이 팀 승리의 발판이 됐다는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는 "맞는 순간 홈런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대학생 때 홈런인 줄 알았는데 아닌 적이 있어서 내 감에 대한 확신이 없다"며 웃었다.
최근 뜨거운 타격감 속에 시즌 타율을 0.313까지 끌어올린 크레익은 "내가 원하는 공만 최대한 노렸다"며 "구종 선택을 하고 플랜을 짜고 들어갔는데 그게 잘 맞아떨어져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맹타 비결을 설명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최근 타격감이 좋은 크레익을 2번 타순에 기용하고 있는데 잘 맞아떨어지고 있다.
키움은 팀 타선의 핵심인 이정후가 빠진 상황에서도 크레익의 파괴력을 앞세워 순위를 4위로 끌어올렸다.
키움 합류 초반에 주로 5번 타순에서 쳤던 크레익은 "타순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어느 타순에 서든지 그 상황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트렌드가 좋은 리드오프, 강한 2번 타자를 선호한다. 나도 그 트렌드에 어울리는 타자가 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크레익은 자신이 KBO리그에 연착륙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그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잘 적응하고 있다"며 "여기서 뛰는 것 자체가 좋은 경험이다. 팀 동료들과 코치진들이 많이 도와줘서 적응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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