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윤
| 2021-09-08 09:56:13
11연패 빠진 '불운의 투수' 장시환, 간절한 '1승'은 언제?
갑상선암 투병, 개명 등 우여곡절 끝에 데뷔 첫 승 사냥
올해엔 17경기서 11연패 악몽…1승 향한 끊임없는 도전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이보다 더 '1승'의 소중함을 느끼는 투수가 있을까.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베테랑 우완 투수 장시환(34)은 2007년 현대 유니콘스를 통해 KBO리그 프로 무대를 밟았다.
당시 시속 150㎞대 강속구를 던지던 장시환은 신인드래프트 2차 1순위, 전체 2순위로 뽑힐 만큼 큰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첫 승'을 거두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걸렸다.
장시환은 프로 데뷔 첫해인 2007년 3경기에 출전해 승패 없이 시즌을 마감했고, 이후 2014년까지 첫 승 기념구를 챙기지 못했다.
소속 팀 이름이 우리 히어로즈와 서울 히어로즈, 넥센 히어로즈로 변하는 과정에서도 장시환의 불운은 이어졌다.
장시환의 실력이 부족한 건 아니었다. 그는 2012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평균자책점 5.02의 준수한 기록을 남겼는데 승패 기록은 6패 1세이브뿐이었다.
장시환은 '첫 승'을 거두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다. 액땜하기 위해 2013년 6월 이름을 장효훈에서 현재의 장시환으로 바꾸기도 했다.
그만큼 장시환에겐 '1승'이 소중했다.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2013년엔 갑작스러운 병마가 찾아왔다. 병원 정밀 검진을 받았는데, 갑상샘암이 발견된 것이다.
당시 소속 팀에선 사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장시환은 수술대에 올라 조용히 암세포와 사투를 펼쳤다.
다행히 장시환은 완쾌해 팀에 합류했고, 2015년 신생팀 특별 지명으로 kt wiz로 이적했다.
프로 첫 승은 kt에서 기록했다. 2015년 4월 22일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를 상대로 5⅓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프로 데뷔 9시즌 만에 첫 승리의 감격을 누렸다.
8년 만의 첫 승리. 그동안 장시환은 소속 팀의 해체, 암 투병, 개명, 이적 등 많은 것을 겪었다.
이후 장시환은 롯데 자이언츠를 거쳐 지난해 한화로 이적했다.
장시환은 올해 다시 '1승'의 간절함을 느끼고 있다.
그는 지난 시즌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몸 상태를 회복해 한화 선발의 한 축을 맡고 있지만, 지독한 불운 속에 연패를 기록 중이다.
장시환은 올 시즌 17경기에 등판해 승리 없이 11연패에 빠졌다.
7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경기에선 연패 사슬을 끊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3⅔이닝 동안 6피안타 4볼넷 4탈삼진 9실점(9자책점)을 기록해 시즌 11번째 패배를 맛봤다.
이날 패배로 장시환은 KBO리그 불운의 기록에 한 발자국 더 다가섰다.
KBO리그 단일 시즌 최다 연패 기록은 1986년 빙그레 이글스(현 한화)에서 뛰던 고(故) 장명부의 15연패이고, 이 부문 2위 기록은 2017년 kt wiz에서 뛰던 외국인 투수 돈 로치의 14연패다.
장시환은 올 시즌 남은 경기에서 3연패를 더 기록하면 로치와 동률을 이룬다. 4연패를 기록할 시 35년 만에 단일 시즌 최다 연패 타이기록을 쓰게 된다.
올 시즌 남은 경기 수를 고려하면 장시환이 단일 시즌 최다 연패 기록을 새로 쓰는 것은 어려워 보이지만, 장시환에겐 불명예 기록이 언급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
장시환은 지난 시즌부터 개인 13연패 늪에도 빠졌는데, 심수창이 기록한 개인 최다 연패 기록(18연패)엔 5패 차이로 다가섰다.
혹독한 환경이지만 장시환은 '1승'을 향해 다시 뛴다. 주변에선 장시환이 최악의 불운을 이겨내고 다시 우뚝 서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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