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수
| 2025-09-15 21:08:08
47년 재즈클럽 야누스, 광화문서 재개관…한국의 블루노트 꿈꾼다
'재즈전설' 박성연이 1978년 첫 오픈…"문화유산처럼 오래도록 이어지길"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47년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 대표 재즈클럽 야누스가 15일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 터 잡고 다시 한번 도약의 날갯짓을 했다.
야누스는 이날 오후 말로 밴드의 공연을 시작으로 정식으로 재개관했다. 공연 티켓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아늑한 조명 아래 흥겨운 재즈 선율이 감돌았고, 무대 뒤에 드리운 붉은 천막과 그 가운데 자리한 '재즈클럽 야누스' 명패가 이곳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또 클럽 내부의 두 벽면에는 '돌아온 디바' 정미조의 부조와 회화 작품도 전시돼 볼거리를 더했다. 장내를 일찌감치 꽉 채운 재즈 마니아들은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며 분위기를 즐겼다.
야누스는 지난 1978년 '한국 재즈 보컬의 전설' 박성연(1955∼2020)이 서울 신촌에 처음 문을 열었다. 당시 공연할 곳이 마땅치 않았던 한국의 재즈 환경에서 사재를 털어 재즈클럽을 연 것이다.
이후 수많은 재즈 뮤지션이 거쳐 간 이곳은 대학로, 이화여대 후문, 청담동, 서초동, 압구정동 등을 거치며 명맥을 이어왔다.
야누스는 지난 5월 압구정동 시대를 마감하고 약 4개월 동안 휴지기를 가진 뒤 이곳 광화문에서 재정비 뒤 다시 문을 열었다.
박성연은 지난 2015년 건강 악화로 야누스 운영에서 손을 뗄 때까지 소장하던 LP를 처분하기까지 하며 야누스를 지켰다. 그는 2018년 개관 40주년을 맞아 투병 중이던 병원에서 잠깐 나와 공연을 펼치기도 했는데, 이는 야누스에서의 그의 마지막 공연이었다.
박성연이 이토록 한평생 애착을 가지고 명맥을 이어온 장소인 만큼, 야누스 입구에는 "이곳 야누스는 그의 간절함과 고통, 그리고 자부심과 영광이 살아 숨 쉬는 곳"이라는 설명이 붙었다. '신스 1978 아누스'(Since 1978 JANUS)라고 적힌 초창기 현판도 그대로 옮겨왔다.
박성연과 재즈클럽 야누스의 기록을 담은 다큐 영화 '디바 야누스'의 개봉도 다음 달 앞두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이주엽 야누스 대표는 "야누스는 박성연이 한평생 '고통스럽게' 지켜낸 장소로 그의 간절함이 고스란히 어려 있다"며 "제가 이곳을 잘 자리 잡게 만들어 성공적인 장소로 만들면 세상을 떠난 그도 좋아하시지 않을까 한다. 한국의 문화유산처럼 오래도록 이 공간이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야누스는 재개관을 기념해 오는 22일까지 8일에 걸쳐 '돌아온 디바' 정미조, 재즈보컬 말로가 이끄는 말로 밴드, 퓨전 국악 스타 이희문, 재즈파크 빅밴드, 재즈 디바 4명이 모인 카리나 네뷸라, 김민희, 이주미 등이 출연하는 페스티벌을 연다. 20일에는 재즈 뮤지션들이 즉흥 연주 대결을 펼치는 '그랜드 잼 데이'도 열린다.
이날 그 첫 주자로 무대에 오른 말로는 웃음기를 머금은 표정으로 가을에 어울리는 그윽한 음색을 뽐냈다. 그는 오랜 기간 야누스의 공동운영을 맡아올 정도로 이곳과 인연이 깊다. 말로의 능수능란한 애드리브와 차진 보컬이 장내를 가득 채우자 관객들은 몸을 살짝 흔들며 리듬을 즐겼다.
말로는 "진짜 생고생, 이런 고생이 없었다. 한 땀 한 땀, 무대 천막의 주름 하나까지 다 손으로 만진 거다. 대단하지 않으냐"며 "오늘같이 좋은 날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야누스의 부활을 자축했다.
팔을 내밀면 닿을 정도로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거의 없어 연주자의 생생한 표정, 몸짓, 숨소리가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연주자들이 빚어내는 에너지와 소리의 조화로움이 넓지 않은 공간을 가득 채우는 듯했다. 한 곡이 끝날 때마다 객석에서는 '와우' 하는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야누스 측은 "광화문 지역은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머무는 곳이기에 이번 재개관은 한국 재즈의 매력을 알릴 좋을 기회"라며 "한국과 세계의 재즈 팬들이 매일 밤 어울리는 '서울의 블루노트(미국 뉴욕의 유명 재즈 공연장)'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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