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율립
| 2026-10-04 20:16:59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박경준 이율립 기자 = 국민의힘은 4일 싱가포르국제영화제에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의 개막작 선정을 철회해달라는 서한을 소속 의원 전원 명의로 보내기로 했다.
당초 주진우 의원이 개인 명의로 보낸다고 밝히자 동참하려는 의원들이 늘면서 이같이 추진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해당 사안과 관련, "자발적으로 목소리 내는 데 동참하는 분이 많아 의견을 수렴해 원내에서 진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주 의원은 먼저 공개한 개인 명의 서한에서 "영화는 살해당한 피해자의 가족을 가해 의혹의 당사자로 뒤집고, 아버지가 어머니의 죽음에 관여했다는 끔찍한 프레임을 실제 유족에게 씌운 것"이라며 "희생자와 유족을 모욕하는 패륜적 역사 왜곡에 영화제 권위를 빌려주지 말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연휴에도 '암살자(들)'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5선 나경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네이버가 패륜 영화 '암살자(들)' 평점 게시판설정을 최신순으로 변경한 것에 대해 '매크로 조작 탓'이라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한다. 그래서 최신순으로 변경했다고 궁색한 변명을 한다"고 비판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승수 의원은 이날 한국벤처투자로부터 받은 투자 내역 자료를 분석한 결과 9개 모태펀드 자조합이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8월에 걸쳐 '암살자(들)'에 78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 중 24억원을 투자한 조합 3곳의 대표는 친(親) 더불어민주당 인사라고 김 의원은 주장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이들 3곳 가운데 일신창업투자 대표는 민주당 신성장특별위원회 위원을, 케이씨벤처스 대표는 지난해 10월 출범한 대통령 소속 자문기구 '대중문화교류위원회 투자분과 위원'을 맡은 바 있다. 솔트룩스벤처스의 모기업 '솔트룩스'의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2월 당대표 시절 위원장을 맡았던 '민주당 인공지능(AI) 강국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한국벤처투자 측은 "개별 투자 대상 선정 및 투자 여부 결정은 조합 업무집행조합원의 고유권한"이라며 "한국벤처투자는 개별 투자 심의·의결 과정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김 의원실에 설명했다.
김 의원은 "악의적이고 패륜적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을 받는 영화에 문체부 모태펀드가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우연이 아닌, 보이지 않는 권력이 교활하게 큰 그림을 그려 놓고 외압을 행사한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들게 한다"고 비판했다.
주진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에서 "'암살자(들)'의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에 산업은행은 140억원을, 중소기업은행은 142억원을 간접 투자했다"며 "사실상 국책은행 돈으로 이 제작사의 배를 불려주고 있다. 즉시 투자금을 회수하고 투자 경위를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장동혁 대표는 오는 5일 충북 옥천군에 있는 육영수 여사 생가를 찾아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국민의힘의 이 같은 움직임에 더불어민주당은 전은수 원내대변인 명의의 서면브리핑에서 "국민의힘은 국제영화제 상영 여부에까지 관여하는 '영틀막(영화 틀어막기) 정당'인가"라고 비난했다.
전 원내대변인은 "박근혜 정부는 정권에 비판적인 예술인 명단을 만들어 지원에서 배제했고, 윤석열 정부는 고등학생이 그린 풍자만화에 상을 준 대회의 주최 측에 엄중 경고를 내렸다"며 "낯선 장면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입만 열면 자유를 외치지만 정작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내용은 가차 없이 입을 틀어막는다"며 "자유를 말하면서 비판의 자유를 탄압하는 꼰대 정당이 국민의힘의 실체"라고 주장했다.
전 원내대변인은 "싱가포르국제영화제에 대한 상영 철회 요구를 즉각 거두라"라며 "문화를 향유할 관객의 권리를 빼앗으려 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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