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금빛 국새·'셀프 회전' 반가사유상…런웨이 선 'K-유물'

'국중박 분장놀이' 3천명 환호 속 열려…지역 본선 거쳐 25팀 경연
모델·웹툰 작가도 참여…대상에 '잉어 연적' 표현한 전은슬 씨
"전시장 안 유물이 우리 곁으로…어디서도 볼 수 없는 페스티벌

김예나

| 2026-09-19 19:55:25

▲ '국중박 분장 놀이', 국새 제고지보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19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국중박 분장 놀이'결선 진출자 런웨이 행사에 참가자들이 '국세 제고지보'를 주제로 한 분장쇼를 펼치고 있다. 2026.9.19 jjaeck9@yna.co.kr
▲ '국중박 분장 놀이', 대방광불화엄경보현행엄품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19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국중박 분장 놀이'결선 진출자 런웨이 행사에 참가자들이 '대방광불화엄경보현행엄품'를 주제로 한 분장쇼를 펼치고 있다. 2026.9.19 jjaeck9@yna.co.kr
▲ '국중박 분장 놀이', 기마인물형토기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19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국중박 분장 놀이' 결선 진출자 런웨이 행사에 참가자들이 '기마인물형토기'를 주제로 한 분장쇼를 펼치고 있다. 2026.9.19 jjaeck9@yna.co.kr
▲ '국중박 분장 놀이', 청동공양탑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19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국중박 분장 놀이'결선 진출자 런웨이 행사에 참가자들이 '청동공양탑'을 주제로 한 분장쇼를 펼치고 있다. 2026.9.19 jjaeck9@yna.co.kr
▲ 두 반가사유상의 '하트'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19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국중박 분장 놀이' 결선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2026.9.19 yes@yna.co.kr
▲ 관람객 몰린 '국중박 분장 놀이'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19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국중박 분장 놀이' 결선 진출자 런웨이 행사에 관람객이 몰려 사전 공연을 보고 있다. 2026.9.19 jjaeck9@yna.co.kr
▲ '국중박 분장놀이' 대상에 전은슬 씨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19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국중박 분장놀이' 결선 시상식 모습. 왼쪽은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오른쪽은 대상 수상자인 전은슬 씨. 2026.9.19 yes@yna.co.kr
▲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19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국중박 분장 놀이' 결선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9.19 yes@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국새 어디 갔느냐?"

1911년 3월 일제에 약탈당했다가 수십 년 만에 돌아온 금빛 국새(國璽·국가의 국권을 상징하는 도장)가 걸음을 내디뎠다.

황제의 명령을 뜻하는 '제고'(制誥) 글자가 새겨진 국새 제고지보였다.

다소 긴장한 듯 조심스레 움직이던 국새는 관람객과 마주하자 손을 흔들며 '귀환'을 알렸다. 아픈 역사를 딛고 걸어 돌아온 대한제국의 국새였다.

'국새에 발이 달렸나' 팀은 '국중(국립중앙박물관) 밖은 위험해'라고 적힌 손팻말을 꺼내 들며 "아직 우리나라로 돌아오지 못한 유물들에 외친다"고 말했다.

"국새의 여정과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한다"는 게 이들이 전하고픈 메시지였다.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국립중앙박물관의 유물 코스프레 행사 '국중박 분장놀이' 결선이 19일 서울에서 열렸다.

2024년 '국중박이 살아있다' 행사의 하나로 시작했던 분장놀이는 올해 전국 단위로 판을 키웠고, 총 275팀(643명)이 참가해 지역 본선을 거쳤다.

이날 결선에 참여한 25팀은 '최애'(가장 좋아한다는 뜻) 유물을 재치 있게 표현하며 눈길을 끌었다. 유물이 같더라도 표현 방식도, 전달하려는 메시지도 달랐다.

'숨 고르는 거북이' 팀과 '엉금(金)엉금' 두 팀은 조선 단종(재위 1452∼1455)과 정순왕후가 복위될 때 시호를 새긴 어보(御寶)로 각각 분장해 역사적 의미를 강조했다.

웹툰 작가 닥터베르(본명 이대양)와 '캡스파&톱' 팀은 깊은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에 은은한 미소가 돋보이는 국보 반가사유상의 매력을 뽐냈다.

닥터베르는 스스로 발을 움직여 '셀프 회전'을 한 반면, 코스프레 분야에서 전문으로 활동하는 '캡스파'(본명 박도현)는 세련된 포즈와 퍼포먼스로 시선을 끌었다.

농구 선수 출신 패션모델 이혜정은 '독특한' 워킹을 선보였다.

돌을 갈아서 만든 칼인 간돌검(磨製石劍·마제석검)으로 분장한 그는 평소 당당한 걸음 대신 팔을 위로 쭉 뻗은 채 옆으로 걸은 뒤 "아들, 엄마 잘하고 있어"라고 말했다.

경기 광주시의 장애인거주시설 동산원은 조선 후기 화가 단원 김홍도(1745∼1806 이후)의 풍속도 화첩 속 '서당'의 장면을 표현해 큰 박수를 받았다.

주말을 맞아 박물관을 찾은 사람들은 우리 문화유산의 멋을 함께 즐겼다.

오후 2시가 넘자 박물관으로 향하는 지하철 4호선 이촌역에는 어린아이와 동반한 가족 단위 관람객과 친구, 연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행사가 열리는 열린마당 계단에는 이른 시간부터 관람객이 모이면서 빈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박물관 내 도서관 앞 공간에도 관람객들이 줄을 늘어섰다.

박물관 측은 선착순 2천명을 대상으로 관람 신청을 받았으나 일찍이 마감됐다. 전시실로 향하던 발걸음을 멈추고 관람한 이들까지 포함하면 약 3천명이 행사를 즐겼다.

에스컬레이터와 유리 난간 쪽으로 사람들이 기대자 박물관 관계자들이 '안전에 주의해주세요', '유리 난간에 기대지 마세요'라며 주의를 당부하는 모습도 보였다.

가족과 함께 온 중학교 1학년 김채현 학생은 "'국중박 분장놀이'는 처음 보는데 팀마다 정말 훌륭했다. 어느 한 팀만 1등으로 뽑기 어렵다"며 웃었다.

심사위원 5명이 무대 표현, 창의성 등을 평가해 선정한 대상은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나라에 기증한 백자 청화 연적을 표현한 전은슬 씨에게 돌아갔다.

전씨는 바닥에 누워 잉어의 펄떡거림을 생생하게 표현해 호평받았다. 대학 생활의 마지막을 장식하고자 도전했다는 그는 "많은 용기를 얻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심사에 참여한 벨기에 출신의 방송인 줄리언 퀸타르트는 "직접 와서 보니 대단하다"며 "한국에서 시작한 분장놀이가 앞으로는 전 세계에서 펼쳐지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짙은 청색의 두루마기에 갓을 쓴 모습으로 참석한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전시장 안에 갇힌 유물이 현재에 살아나온 것"이라고 행사의 의미를 강조했다.

유 관장은 특히 국립중앙박물관이 지난해 관람객 수 기준으로 세계 3위에 오른 점을 언급하며 "박물관이 오래된 유물을 전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함께 즐길 계기를 만든 데 따른 성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중박 분장놀이'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페스티벌"이라며 "내년에는 더 성대하게 행사를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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