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희
| 2026-05-26 20:07:35
원칙과 현실로 갈라진 학교…갈등 속 희망 그린 연극 '원칙'
규율과 자율의 첨예한 평행선…무대 장치로 드러낸 인물 관계성
'2026 두산인문극장' 두 번째 작품…27일 두산아트센터서 개막
(서울=연합뉴스) 조윤희 기자 = 무대 위 인물들이 저마다의 신념을 굽히지 않은 채 설전을 주고받으며 팽팽하게 맞선다.
하나의 정답으로 수렴되지 않는 가치관의 충돌 속에서, 객석의 관객들은 어느새 교실 안의 참관인이자 학부모가 돼 이들의 논쟁을 바라보게 된다.
공연 개막을 하루 앞둔 26일 서울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선보인 '두산인문극장 2026: 신분류학'의 두 번째 작품 연극 '원칙'의 프레스콜 현장에서는 한국의 교육 현실과 딜레마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작품은 홍콩의 극작가 궈융캉의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자율적인 학풍을 이어오던 한 고등학교에 새로 부임한 교장이 엄격한 교칙을 새로 도입하면서 벌어지는 갈등을 그린다.
신임 교장 이연조(박현숙 분)와 교감 강정구(오용)가 '쉬는 시간 운동장에 나가서 운동하려면 체육복으로 갈아입어야 한다'는 새로운 교칙과 그 교칙을 위반한 학생에 대한 처벌 수위를 두고 대립하면서 극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른다.
학생들의 안전과 학교의 이미지를 위해 절차대로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는 교장과 현장의 맥락을 고려해 유연하게 소통해야 한다는 교감의 논리가 부딪치며 갈등의 불씨를 지핀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이러한 갈등 구조는 학교 구성원 전체로 확장된다.
교장의 독단적 운영과 이로 인한 교감의 전근 소식에 사직서로 맞서는 학생부장 천성일(박종태)과 부당함에 분노하며 행동에 나서는 학생회장 김라엘(김혜령)의 저항은 뜨거웠고, 도덕적 딜레마 사이에서 객석을 향해 질문을 던지는 학생신문부장 양준(김현진)의 시선은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끔 도와준다.
이처럼 극명하게 갈라진 인물들의 관계성은 무대 연출에 의해 한층 더 확연해진다.
의자 2개만을 무대 중앙에 배치하는 등 최소한의 물리적 구성으로 이뤄진 공간은 인물들의 서로 평행선을 달리는듯한 가치관 차이를 시각적 구도로 드러낸다.
번역과 각색을 거치며 다듬어진 인물들의 대사와 재치 있는 표현들은 자칫 무거울 수 있는 담론 속에서 웃음과 의미를 잃지 않게 한다.
특히 라엘의 반항심 넘치면서도 씩씩한 대사들은 웃음을 자아내면서 동시에 학생들의 정의감을 생생하게 대변한다.
작품은 자율과 규율이 서로를 압박하는 지점을 쌓아 올리면서도 결코 쉬운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극 중 핵심 장치로 활용되는 배드민턴이 결국 혼자 할 수 없는 운동인 것처럼 서로에게 닿지 못하고 허공으로 흩어지는 대화들은 씁쓸함과 왠지 모를 답답함을 남긴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라엘과 양준이 함께 하늘로 셔틀콕을 올려보내는 모습과 평소 옷차림과는 정반대로 운동복 차림의 교장, 멀끔하게 차려입은 교감이 배드민턴을 치는 모습은 갈등 상황 속에서도 희망과 성장이 존재함을 보여주며 여운을 남긴다.
'원칙'은 27일부터 다음 달 14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 111에서 관객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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