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음악 예술가집단 아트하우스17 "연주자가 먼저 감동해야"

내달 첫 내한 공연…시대악기 연주에 연극·무용 결합

조윤희

| 2026-09-21 20:02:45

▲ '아트하우스17'의 게오르크 크로나이스, 토마스 회프트, 미하엘 헬 (왼쪽부터) [아트하우스17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아트하우스17' 공연 [아트하우스17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아트하우스17' 공연 [아트하우스17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조윤희 기자 = "음악이라는 것은 마치 병에 담긴 감정의 메시지가 과거로부터 자연스럽게 흘러온 것과 같아요. 그 시간의 병 속에 담긴 메시지들은 수백 년 전에 만들어졌어도 오늘날의 사람 모두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죠."

클래식과 연극, 무용, 시각예술을 융합해 '고(古)음악계의 무법자'로 불리는 오스트리아 예술가집단 '아트하우스17'(ART HOUSE 17)의 공동예술감독진은 고음악이 동시대 관객에게 갖는 의미를 이같이 설명했다.

이들은 내달 10일 고양아람누리를 시작으로 인천, 세종, 대구, 통영 등 전국 5개 도시에서 첫 내한 공연을 펼친다.

아트하우스17은 고음악이라는 틀 위에서 현대적 무대 언어로 음악 본연의 감정을 극대화한다. 작곡 당대의 악기인 시대 악기로 연주하면서도 아코디언 같은 현대 악기를 과감히 도입하거나, 헨델의 아리아 '옴브라 마이 푸'를 1930년대풍의 짙은 비브라토와 글리산도로 재해석하는 식이다.

아트하우스17을 이끄는 미하엘 헬(음악감독·하프시코드 및 리코더), 토마스 회프트(오페라 극작가·연출가), 게오르크 크로나이스(프로듀서·비올라 다 감바)는 21일 화상 인터뷰에서 원전 재현을 넘어 동시대 관객과 연결되는 음악을 선보이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미하엘 헬은 "당대 악기로 고음악을 연주하는 것은 작곡가가 처음 노래를 만들었던 그 시대의 소리를 찾아가는 출발점"이며 "하지만 300년 전 공연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과거를 재현하는 방식은 지난 50∼70년간 무시된 역사적 접근을 재조명하는 것"이라며 "연주할 때마다 새로운 음악을 재창조하고 재발명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아트하우스17은 단순한 기악 연주에 그치지 않고 연극적 서사와 영상, 무용 등을 결합한 연출형 공연을 선보인다.

이에 대해 토마스 회프트는 "소리는 겉으로 보이는 표현일 뿐 그 뒤에 무수히 많은 요소가 있다"며 "음악을 단순히 소리에 국한하면 과거 음악이 가졌던 풍부한 가치를 빼앗는 것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음악 자체가 이미 이야기이고, 소리가 이야기를 전달하므로 굳이 다른 요소를 더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맞다"며 "다른 예술 요소를 추가할 때는 음악을 충분히 존중하고 음악의 힘을 실어주는 방식으로 접근한다"고 덧붙였다.

아트하우스17은 지휘자나 연출가가 이끄는 기존 클래식계의 위계 구조 대신, 서로 다른 영역의 예술가가 협업하는 '아티스트 콜렉티브' 구조를 바탕으로 한다.

그 과정에서 과감한 해체와 변주 때문에 '고음악의 무법자'라는 별명이 붙었지만, 이들에게도 절대 타협하지 않는 원칙이 있다.

헬은 "18세기 유명 음악학자가 '청중을 감동시키고 싶으면 연주자가 먼저 감동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며 "연주자가 먼저 그 음악에 감동해야 한다는 원칙은 세상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것이며, 우리가 음악에 깊이 몰입하지 못한다면 연주할 이유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번 첫 내한 무대에서는 17세기 에겐베르크 궁전의 권력과 궁정 문화를 조명한 '에겐베르크의 소리'와 잃어버린 시간과 고향, 유럽 역사 속 강제 이주의 상흔을 다룬 음악극 '리멤버 미'를 선보인다.

회프트는 '리멤버 미'에 대해 "집이나 돈, 소속감은 상실할 수 있지만 절대 잃어버리지 않는 것은 기억과 감정"이라며 "시간과 장소를 넘어 흘러온 멜로디와 음악을 통해 관객들에게 궁극적으로 위로와 희망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공연 중 정숙을 강요하는 클래식 무대의 엄숙함을 깨고, 재즈 클럽처럼 자연스럽게 호응하는 소통에 대한 기대감도 표했다.

"지금 시대의 소셜미디어나 정치는 사회를 분열시키고 갈등하게 만듭니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웃음과 유머, 함께 보내는 즐거운 시간이죠. 청중들과 소통하며 음악으로 위로와 희망을 전하고 싶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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