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리
| 2026-05-27 18:57:37
'소설가' 차인표 "독자들이 제 소설의 의미·가치 만들어"
다섯 번째 장편소설 '우리동네 도서관' 출간…2년 만에 신작
"'죽은 시인의 사회'로 데뷔 33년 만에 첫 연극…대표작 바꿀 것"
(서울=연합뉴스) 장진리 기자 = "작가로 다섯 번째 소설을 쓸 수 있게 만든 사람이 누군지 스스로 질문하게 됐어요. 그러면서 제가 소설을 쓸 수 있는 이유는 제 소설을 읽고 각자의 고유한 해석을 전달해주는 독자가 계시기 때문이라고 각성했죠."
배우 차인표는 27일 서울 중구에서 장편소설 '우리동네 도서관'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책을 쓴 동력으로 독자를 꼽았다.
'우리동네 도서관'은 차인표가 소설가로 2년 만에 발표하는 작품이다.
고구려 시대 용을 그려야 하는 화공 '번각'의 이야기를 쓰는 현대의 소설가 '나'를 그린다. 상상 속 동물인 '용'을 매개로 현실인 도서관과 소설 속 고구려를 오가고, 소설을 읽는 독자도 작품에 개입하며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무는 '메타 픽션' 구조를 띤다.
그는 "소설을 시작하는 것은 작가지만, 소설을 끝내는 것은 독자였다. 이런 제 마음을 전달하는 과정을 소설에 포함했다"고 메타 픽션 구조를 취한 이유를 설명했다.
전국을 돌며 북 콘서트로 관객을 만난 경험 역시 이 책을 쓰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드라마나 영화로는 마주 볼 수 없으니 대중이 누구인지 몰랐어요. 그런데 북 콘서트를 하니 내 독자가 누군지 정확하게 보이더라고요. '이분들이 소설가로 날 이 자리에 서게 했구나!' 깨달으니 내 것이라고 생각한 상상력조차도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내 맘속에 남겨둔 흔적에서 나온 것이겠구나 생각했죠."
차인표는 2009년 '잘가요 언덕'으로 소설가로 데뷔했고, 이후 '오늘 예보', '인어 사냥', '그들의 하루' 등의 소설을 냈다. 17년의 꾸준한 창작 역시 이름 모를 독자들의 서평 덕분이었다고 차인표는 돌아봤다.
그는 "서평을 보면서 제가 소설 쓰는 걸 알아주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알아주는 게 인간이 건넬 수 있는 가장 큰 응원이라고 생각한다"며 "책을 읽고 해석을 입혀주셨기에 제 소설에 의미와 가치가 생겼다"고 말했다.
데뷔작 '잘가요 언덕'의 개정판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은 영국 옥스퍼드대 한국학 필수 교재로 선정됐다. '우리동네 도서관'을 집필 중이던 지난해 8월에는 2022년작 '인어 사냥'으로 제14회 황순원문학상 신진상을 받기도 했다.
"염치없다"며 수상을 거절하기도 했다는 그는 "정말 감사하지만, 족쇄가 될 것 같기도 했다. 상을 받고 한 달 동안 글 쓰는 걸 멈췄다"고 고백했다.
연기 차기작으로는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를 준비 중이다. 1993년 데뷔한 후 33년 만에 출연하는 첫 연극이다.
그는 모친, 동생과 36년 전 작은 극장 스크린으로 본 원작 영화의 추억을 떠올리며 "배우로 그렇게 오랜 세월 살면서 연극을 한 번도 안 했는데 이걸 하기 위해 기다린 것 같다"고 표현했다.
이어 "오랜 세월 삶을 살다 대사를 봤더니 '그 말이 맞았었구나' 알겠더라. 내가 알게 된 의미들을 젊은 관객에게 전달해주고 싶다"며 "지금까지 제 대표작이 '사랑을 그대 품안에'였는데, '죽은 시인의 사회'로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사유와공감. 352쪽.
(끝)
[ⓒ K-VIBE.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