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 이즈 어프레이드', 제대로 살지 못한 인생 이야기"

아리 애스터 감독 "제 영화 중 가장 아끼는 작품"

이영재

| 2023-06-27 20:04:31

▲ 지난 25일 한국 도착한 아리 애스터 감독 [싸이더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보 이즈 어프레이드'의 한 장면 [싸이더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 '보 이즈 어프레이드', 제대로 살지 못한 인생 이야기"

아리 애스터 감독 "제 영화 중 가장 아끼는 작품"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이번 작품은 제대로 살지 못한 인생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죠."

영화 '보 이즈 어프레이드'(Beau Is Afraid)를 연출한 아리 애스터 감독은 27일 서울 용산구의 한 영화관에서 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자기 작품을 한마디로 이렇게 설명했다.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편집증을 앓는 중년 남성인 보(호아킨 피닉스 분)가 엄마를 찾아가면서 겪는 일을 그린 영화로, 다음 달 5일 개봉한다. 애스터 감독은 영화 홍보를 위해 한국을 방문 중이다.

'유전'(2018)과 '미드소마'(2019)에서 독창적인 공포 영화 세계를 선보인 애스터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현실과 환상이 뒤엉킨 공포 속으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영화의 중심에는 강압과 집착의 성향을 가진 엄마와 보의 관계가 있다. 관객은 영화가 펼쳐내는 보의 기억을 통해 이 관계의 실체를 엿보게 된다.

애스터 감독은 일반적이지 않은 가족 관계를 다루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제 입장에선 '일반적인 가족이란 어떤 모습인가'라고 반문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건전한 가족 관계가 유지되는 가정이라고 해도 가족 관계는 쉽지 않다. 기대, 스트레스, 실망 등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일반적인) 가정에서 스토리텔링으로 한 겹씩 벗겨낸다면 가족 관계의 본질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며 "우리가 친숙하게 생각하는 가족의 모습을 우리가 알지 못한 모습으로 바꿔놨을 때 어떤 느낌을 줄 수 있을까 탐구해온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애스터 감독이 '보 이즈 어프레이드'의 각본을 쓴 건 12년 전이지만, 당시 여러 사정으로 영화 제작은 하지 못했다. 그는 '미드소마'를 완성한 뒤 1년 동안 '보 이즈 어프레이드' 각본을 가다듬고 다시 영화 제작에 착수해 결실을 봤다.

그는 이 영화에 대해 "제 영화 가운데 가장 아끼는 작품"이라며 "가장 큰 자부심을 느끼는 영화이기도 하다. 결과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이 영화는 애스터 감독의 내면이 가장 잘 반영된 작품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그는 "특히 (영화 속) 유머가 저를 잘 보여주는 것 같다. (이 영화를 본) 친구들도 '네 성격이 잘 드러난 것 같다'고 말해준다"며 웃었다.

영화 '조커'(2019)의 주연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 호아킨 피닉스는 '보 이즈 어프레이드'에서도 열연을 펼친다. 애스터 감독은 그에 대해 "매우 생생하고 진정성이 있는 연기를 하려고 노력하는 배우"라며 높이 평가했다.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는 애스터 감독은 "김기영 감독의 팬"이라며 "한국 고전 영화 중에선 '오발탄'(1961)을 매우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영화에 대해 "영화의 형태나 구조에서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입맛에 따라 해체하고 바꿔나가는 작품이 많은 것 같아 인상적"이라며 대표적인 예로 박찬욱, 봉준호, 나홍진 감독의 작품을 꼽았다.

또 "영화적인 언어도 매우 세련된 것 같다"며 "이창동 감독의 경우 문학적 가치가 뛰어나 보인다. 영화를 본다기보다는 한 편의 소설을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인물 구조를 다루는 방식에서 깊이가 느껴진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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