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나
| 2026-07-19 19:48:48
(부산=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임금의 큰 덕이 온 나라를 비춘다'는 뜻을 품은 서울 광화문이 무대 위 커다란 화면에 나타났다.
조선 왕조의 법궁(法宮)이었던 경복궁의 얼굴 그대로였다.
철릭과 방령을 갖춰 입은 수문장이 그 앞에서 3차례 힘차게 북을 쳤다. 세계 각국과 함께 인류의 소중한 유산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담은 울림이었다.
유네스코와 국가유산청은 19일 오후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시작을 알리는 개회식을 열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세계유산 등재와 보존·관리를 논하는 가장 중요한 국제회의다.
이날 개회식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칼레드 엘에나니 유네스코 사무총장,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허민 국가유산청장, 전재수 부산시장 등 1천여 명의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축사에서 "세계유산은 국경과 세대를 초월해 인류를 하나로 묶어주는 상징이자 국가 간 평화와 협력을 실천하게 하는 단단한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우리의 이야기로 전 세계인을 웃기고 울리는 찬란한 문화강국으로 도약했다"며 "전 세계와 연대하며 더 평화롭고, 더 풍요로운 인류의 미래를 유네스코와 함께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칼레드 엘에나니 사무총장은 한국이 그동안 총 17개의 세계유산을 등재한 점을 언급하며 "한국 역사의 다양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 정부와 부산시에 감사를 표하면서 "유산은 과거의 산물이 아니라 문화의 역동성을 불어 넣는다"며 "앞으로 (본회의) 열흘 동안 세계유산협약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회식은 K-컬처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비추는 여러 공연으로 채워졌다.
'하늘을 품은 지붕, 세대를 잇는 울림'을 주제로 한 공연에서는 경복궁 수문장의 엄고(嚴鼓) 의식을 시작으로 일무, 태평무, 강강술래 등을 선보였다.
무용수가 한국의 첫 국가무형유산이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종묘제례악'의 일무를 절제된 몸짓으로 선보이자 관객들도 숨죽여 지켜봤다.
나라의 평안과 번영을 염원하는 태평무를 재해석한 공연, 25명의 무용수가 서로 손을 맞잡고 거대한 원을 이루며 도는 강강술래 등도 시선을 끌었다.
이번 위원회 홍보대사를 맡은 지드래곤(본명 권지용)은 세계유산을 함께 지키고 보존하기 위한 노력과 관심을 당부했다.
흰색 정장을 입고 무대에 오른 지드래곤은 "유산을 지키는 일은 과거를 보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미래의 평화를 만드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라질 위기에 놓인 세계유산을 지키고 보존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며 "부산에서 시작된 우리의 마음이 전 세계를 잇는 평화의 장이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20일 오전부터 본격적인 의제 논의에 나설 예정이다.
주유네스코대한민국대표부 대사를 지낸 이병현 의장이 논의를 이끌며, 국가 간 협력과 연대를 강조하는 '부산 선언'을 채택할지 주목된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19일 오전 기준 세계유산협약 가입국 196개국 가운데 155개국 대표단 관계자 등 2천929명이 참가 등록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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