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 한 올로 빚어낸 생명의 순환…진유리 '부드러운 중력'展

코바늘뜨기 반복으로 장신구·설치 작업 구현…KCDF갤러리서 26일까지

박의래

| 2026-07-15 15:15:54

▲ 부드러운 중력 전시 포스터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진유리 개인전 '부드러운 중력' 전시 작품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실을 한 올씩 반복해 엮는 코바늘뜨기로 생명의 순환과 강인한 에너지를 형상화해온 공예가 진유리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KCDF)은 '2026 KCDF 공예·디자인 공모전시' 중견 부문 선정 작가인 진유리의 개인전 '부드러운 중력'(Soft Gravity)을 26일까지 서울 인사동 KCDF갤러리에서 연다고 15일 밝혔다.

진유리는 2005년 홍익대 금속조형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금속조형디자인을 전공했다.

작가는 결혼과 출산을 거치며 작업의 중심을 금속에서 실과 코바늘로 옮겼다.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배운 뜨개질의 기억을 바탕으로 시작한 코바늘 작업은 기계의 도움 없이 실 한 가닥과 코바늘 하나만으로 완성된다. 전통적인 수공예 방식을 따르면서도 현대 공예의 조형성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전시 제목은 여리고 부드러운 실이 한 코씩 엮이고 쌓이며 단단한 구조와 존재감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착안했다. 작가는 반복을 통해 작은 조각들이 밀도와 무게를 얻어가는 힘을 '부드러운 중력'으로 표현하며, 탄생과 성장, 쇠퇴와 소멸이 하나로 이어지는 생명의 리듬을 장신구와 설치 작업으로 풀어낸다.

대표 연작인 '둥근 변이'는 도넛이나 나팔을 닮은 둥근 형태들이 증식하고 연결되는 목걸이와 브로치 작업이다. 강렬한 붉은색은 적혈구를 떠올리게 하며 생명의 에너지를 상징하고, 앞과 뒤의 구분을 흐린 형태는 시작과 끝이 없는 순환의 구조를 은유한다.

'붉은 변성' 연작에서는 혈관이나 림프관을 연상시키는 구조물과 유기체 같은 덩어리들이 서로 얽히며 생명력을 뿜어낸다. 코바늘로 만든 선과 관, 반구 형태는 캔버스와 나무 패널, 바닥과 천장을 넘나들며 평면과 부조, 오브제, 설치의 경계를 허문다.

전시장에는 장신구 10여 점과 평면 작업, 천장에서 늘어뜨린 대형 설치 작품이 함께 배치돼 장신구에서 시작된 작가의 조형 언어가 공간 전체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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