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 만에 돌아온 '전쟁 영화의 교과서'…영화 '디어 헌터'

4K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23일 재개봉

김정진

| 2022-06-10 19:29:54

▲ 영화 '디어 헌터' [블루필름웍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영화 '디어 헌터' [블루필름웍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영화 '디어 헌터' [블루필름웍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영화 '디어 헌터' [블루필름웍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43년 만에 돌아온 '전쟁 영화의 교과서'…영화 '디어 헌터'

4K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23일 재개봉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1970년대를 대표하는 명작 중 하나로 꼽히는 영화 '디어 헌터'(1979)가 다시 극장을 찾는다.

4K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23일 재개봉하는 '디어 헌터'는 잔잔한 기타 선율이 돋보이는 삽입곡 '카바티나'(Cavatina)와 함께 관객들을 43년 전 향수에 젖게 만든다.

영화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클레어턴의 한 철강소에서 일하는 세 청년 마이클(로버트 드니로 분), 닉(크리스토퍼 워컨), 스티브(존 세비지)와 그들을 둘러싼 인물들의 삶이 전쟁으로 어떻게 변화하는지 180여 분의 러닝타임 동안 충실하게 담아낸다.

베트남전 참전을 며칠 남겨두고 치러진 스티브와 앤젤라(루타냐 알다)의 결혼식은 철없는 청춘들의 모습 그 자체다.

결혼식 당일 일을 마치고 친구들과 함께 술집으로 달려간 스티브는 술을 잔뜩 마시고 음담패설을 늘어놓다 어머니의 재촉에 못 이겨 결혼식장으로 향한다.

결혼식 직전까지도 사슴 사냥 준비를 하던 친구들은 식장에서 만취한 상태로 환호하고 춤을 추고 사랑을 하며 청춘을 만끽한다.

포도주를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마시면 평생 행복하게 살 것이라는 말에 스티브와 앤젤라는 함께 술을 들이켜지만, 앤젤라의 흰 웨딩드레스 위로 검붉은 포도주 두 방울이 떨어져 번지는 장면은 이들이 전쟁통에서 겪게 될 참상을 예고한다.

베트남전에 자원해 참전한 마이클, 닉, 스티브는 세 사람은 사람을 사람이 아닌 적(敵)으로, 혹은 처리해야 할 목표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참혹한 전쟁터에서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된다.

베트남군에 포로로 잡힌 이들은 인간이 아닌 장난감이 돼 '러시안룰렛'에 강제로 참여하게 된다. 스티븐이 두려움에 정신을 잃어가는 가운데 마이클은 특유의 담대하고 침착한 성격으로 적군을 죽이고 친구들과 함께 포로수용소 탈출에 성공한다.

하지만 유일하게 헬기에 탑승해 병원으로 실려 간 닉은 탈영을 감행하고, 헬기에서 떨어지며 부상을 입은 스티븐은 두 다리를 잃는다. 훈장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온 마이클마저도 자신의 집이 '멀게 느껴진다'며 머물지 못하고 모텔을 전전하며 사슴을 향해 더는 총구를 겨누지 못한다.

전쟁에 청춘을, 그리고 친구 또는 가족을 잃은 클레어턴 사람들이 '신이시여, 아메리카에 축복을'(GOD BLESS AMERICA)을 함께 노래하는 장면과 이어지는 전쟁 이전 밝게 웃는 등장인물들의 사진은 뭉클함을 준다.

고(故) 마이클 치미노 감독은 '전쟁 영화의 교과서'라 불릴 만큼 전시 상황의 긴박감과 인물들의 감정선을 생생하게 묘사해냄으로써 '반전(反戰)'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담아냈다.

40여 년 전에 개봉한 영화를 리마스터링한 만큼 중간중간 흐릿한 화질과 뿌연 화면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이는 옛 영화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은 관객들에게는 하나의 매력으로 다가온다. 로버트 드니로와 메릴 스트리프의 젊은 시절 모습을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다만 베트남 전쟁을 미국인들의 희생에 초점을 맞춰 풀어낸 영화의 한계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23일 재개봉. 182분. 관람 등급 미정.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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